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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을 착취하다 - 서민을 위한 대출인가 21세기형 고리대금업인가, 소액 금융의 배신
휴 싱클레어 지음, 이수경.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기부한 단돈 1만 원이 생계가 어려운 아프리카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이보다 값지고 보람된 일이 있을까? 우리가 전 세계 다양한 기관들을 통해 선뜻 기부를 하는 이유다. 예전과 달리 기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져 올바른 기부 문화가 확산되는 움직임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는 여전히 못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우리가 직접 그곳에 가서 눈으로 보지 못 했을 뿐이지 그야말로 심각한 수준이다. 현대 사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부의 격차는 날로 심해지고 그에 따른 빈곤 문제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빈곤층이 자신의 생계유지를 위해 또는 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얼마 되지 않은 대출금을 통해 창업을 시작하고 그 창업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창출된 이익으로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면 이보다 좋은 빈곤 해결책이 어디 있을까. 바로 이것이 소액 금융의 기본 이념이고 전 세계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소액 금융을 개발한 무함마드 유누스와 그가 이끄는 그라민 은행은 공동으로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빈곤의 해결책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소액 금융이 도리어 빈곤 착취를 위한 매개체가 되어버렸다. 대출금을 훨씬 상회하는 높은 이자율로 빈민들은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빠져 그마저 갖고 있던 재산을 몰 수 당하는 처지에 이르게 되었다. 심지어 이자를 상환하지 못한 채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애초의 소액 금융의 목적을 잃어버린 채 전혀 새로운 소액 금융으로 전략했다. 소액 금융을 통해 빈곤 해결에 앞장서고자 했던 무함마드 유누스는 이와 같은 실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우리는 고리대금업자에 대항하기 위해 소액 금융을 개발했습니다. 새로운 고리대금업자를 양성하려고 소액 금융을 개발한 게 아닙니다. 소액 금융을 가난한 사람들이 사업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나게 도와줄 기회로 여겨야지, 가난한 사람들을 이용해 돈벌이할 기회로 여겨서는 안됩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소액 금융을 만들고 빈곤 퇴치에 앞장서고 있는 무함마드 유누스의 그라민 재단이 개발 도상국의 소액대출기관의 가장 큰 투자자라는 사실이다. 즉, 비정상적으로 빈곤층에게 대출을 해주면서 대출금의 특정 비율을 예금으로 받으면서 120%에 육박하는 아니, 그 이상의 높은 이자율을 받는 파렴치한 소액대출 기관에 펀드를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라민 재단을 제외한 많은 펀드들이 이처럼 잘못된 투자를 일삼아 왔다.

저자는 소액 금융계에서 10년이 넘게 현장에서 일해오며 누구보다 소액 금융의 폐해를 직접 경험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그동안 소액 금융계에 있었던 폐단을 이 책에서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기관과 담당자 및 투자가들은 실명으로 공개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소신을 앞세워 이와 같은 소액 금융의 불법 행위를 고발함과 동시에 그동안 진행되어왔던 개발도상국의 소액대출 기관의 잘못된 투자를 단절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는 기껏해야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1976년 무함마드 유누스가 설립한 그라민 은행에 의해 시작된 이래 그동안 얼마나 문제가 있었을지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물론, 소액 금융이 처음부터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빈곤층을 위한 소액 금융을 자신들의 이익 창출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게 변절된 소액 금융의 원칙은 현재의 심각한 새로운 빈곤을 착취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여전히 변절된 소액 금융은 존재한다.

비단 전 세계의 모든 이들이 잘 살 수는 없는 것일까. 서민을 위한 대출이 21세기 새로운 고리 대금업이 되어버린 지금 과연 새로운 빈곤 탈출 해결책은 무엇일까? 앞으로 새로운 해결책이 나오더라도 소액 금융과 같은 병폐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 보장할 수 있을까?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는 문제다. 또한, 소액 금융과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검증이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 시행에 따른 철저한 규제가 잇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소액대출기관을 비롯한 펀드 투자 기관은 투명성을 원칙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 만연한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기부하고 투자한 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희롱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아야 될 것 아니겠는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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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1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룡매냑 2015-11-12 09:14   좋아요 0 | URL
ㅎㅎ 진짜 수능시험을 보던때가 언제인지.. 생각해보면 정말 오래되었네요 ㅋ
오늘 시험보는 학생들 모두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군요.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