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연대기 - 유인원에서 도시인까지, 몸과 문명의 진화 이야기
대니얼 리버먼 지음, 김명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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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바닥은 평발이다. 지금에서야 이 같은 사실이 큰 가십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저 '아 정말?' 이 정도일까. 한때는 평발이면 군 복무 면제 사유가 될 정도로 나름 큰 이슈였다. 지금은 '그땐 그랬지'하고 웃으며 회상할 따름이다. 만약 평발인 당신에게 '평발은 질병입니다.'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을게 뻔하다. 그만큼 인식을 잘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딱히 일상생활을 하면서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평발은 엄연한 질병이다. 두발로 직립 보행을 하는 인류에게 나타나는 명확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은 비정상적인 질병이다.


인류에게 발병하는 비정상적인 질병에는 평발 외에 다양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2형 당뇨병, 심장병, 생식기 암과 같은 비감염성 만성질환과 알레르기, 근시, 사랑니, 평발, 골다공증 등의 기능장애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질병은 모두 현대인들에게서 나타나는 징후들이다. 인류가 진화하며 문명의 발전을 거듭해오는 과정 속에서 점차 발병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인류 역사의 아이러니함을 경험한다. 인류가 진화하며 문명이 발달해 감에 따라 인류 역사에 있어 가장 큰 혜택 중 하나가 바로 생명 연장이다. 기원전으로 올라가 최초의 인류부터 지금의 현대인의 삶을 비교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속에 바로 앞서 말한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현대인의 생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인류 진화와 문명의 발달로 인해 발병하게 된 비정상적인 질병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인류가 겪고 있는 비정상적인 질병의 원인을 진화의학의 관점에서 찾아본다. 진화의학이란 무엇일까. 진화의학은 의학과 진화생물학이 연결된 학문이다. 흔히 알고 있는 의학은 질병의 지근 요인을 추구한다. 즉, 질병이 발생하게 만든 가장 가까운 원인을 찾는다.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동맥경화의 원인을 유전적 요인과 지방의 과다 섭취에서 찾는 경우다. 그와 달리 진화의학은 그 질병이 발병하게 된 근원적인 원인을 찾는다. 즉, 인류의 전화론적 관점에서 원인 규명을 한다.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진화해오는 과정 속에서 질병의 원인 규명을 모색한다.


어쩌면 현대인이 앓고 있는 무수히 많은 원인 규명의 질병들의 원인은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서 찾을 일이 아닌 듯하다. 인류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봐도 인류의 식생활과 환경의 변화에 따른 질병의 발병 요인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관점에서 들여다본다면 진화의학이야말로 인류에게 불어닥칠 질병 예방의 근원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옛말에 이르기를 '너무 과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라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사회를 돌아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 주위엔 일상생활을 더욱 풍족하고 편리하게 해주는 것들로 넘쳐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으며 그것은 곧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된다. 가능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는 현대의 문명화된 사회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러한 편리한 삶이 인류를 점점 쇠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 몸은 신기할 정도로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그 기능은 점차 강화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점점 쇠퇴해진다. 우리가 앓고 있는 만성질환과 기능장애는 어쩌면 그 일환이 아닐까 생각된다. 근본적인 치료법은 의학 기술과 약물 치료가 아닌 우리 몸의 원래 기능을 되찾는 일이 아닐까.


앞으로 인류의 미래엔 과연 어떤 질병들이 도사리고 있을까. 그리고 그것들을 대처하는 인류의 자세는 어떠할까. 지금 이 자리에서 확답을 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올바른 대처 자세를 논할 수 있는듯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책에서 접근하는 진화의학적인 접근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현재 우리에게 문명화된 삶을 포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것은 곧 다른 의미에서 죽음을 의미한다. 다만, 모든 것에서 그래왔다면 적어도 내 몸을 사용하는 측면에서는 '쓰지 않아 생기는 병'을 만들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그 작은 행동이 인류의 건강한 진화의 초석이 되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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