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책은 없는데요… - 엉뚱한 손님들과 오늘도 평화로운 작은 책방 그런 책은 없는데요
젠 캠벨 지음, 더 브러더스 매클라우드 그림, 노지양 옮김 / 현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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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영화 <노팅힐>을 좋아한다. 영화는 영국의 작은 여행 서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남자와 미국 유명 여배우가 우연히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 내용이다. 흔히 볼 수 있는 뻔한 멜로 영화일지도 모르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따뜻하고 감미로운 영화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며 여러 번 봤지만 볼 때마다 새롭고 감동을 주는 좋은 영화다.


처음부터 영화 얘기를 꺼낸 건 다름 아닌 작은 서점에서 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책 속 직원과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대형 서점이 즐비한 곳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영화 속 한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그 장면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손님: (두리번거리며) 디킨스 책이 있나요?

직원: 아뇨, 이것 참, 저희는 여행 책 서점이라서요. 여행책만 팔아요

손님: 아, 그렇군요. 그럼 새로 나온 존 그리샴 스릴러는요?

직원: 음, 아뇨, 그것도 소설이잖아요, 그렇죠?

손님: 아, 그렇군요. 위니 더 푸(곰돌이 푸)는 있어요?

직원: (졌다는 표정으로) 마틴, 네 손님이야.

여행 책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서점에서 엉뚱하게 책을 찾고 있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땐 그저 황당한 장면이라는 생각에 웃고 말았는데 영화를 볼 때마다 묘하게 이 장면에서 웃음꽃이 핀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명장면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위와 같은 에피소드들로 가득하다. 첫 문장을 읽으면서부터 한마디로 웃음이 빵 터져버렸다. 책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서점에 온 손님들의 황당한 질문 혹은 요청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제인 에어>는 영국의 여류 작가인 샬롯 브론테가 쓴 소설이다. 그런데 서점에 온 한 손님은 이렇게 묻는다. "혹시 제인 에어가 쓴 책 있나요?" <제인 에어>가 워낙 유명한 소설이기도 하거니와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기에 착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순간 아무 대답도 생각나지 않는다. 설명에 앞서 그저 저절로 웃음이 지어질 뿐이다. 또 다른 손님은 다른 서점에서 구입한 책을 다른 서점에 와서 영수증을 내밀며 환불 요청을 하기도 한다. 두 아이이의 엄마인 한 손님은 마트에 가서 장 좀 보고 올테니 잠시만 아이를 맡아 달라고 한다. 정말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얘기들인데 실화란다. 그 생각에 또 한번 웃음이 빵 터진다.


서점에 자주 드나들며 진열되어 있는 책도 보고 보고 싶던 책도 사곤 하지만 한 번도 책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접한 적은 없다. 그래서일까.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저자가 직접 경험한 100% 실화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재미있다. 하루 종일 작은 서점에서 일하며 손님들이 원하는 책을 안내하고 판매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책을 찾는 손님도 다양할뿐더러 하루 종일 서점을 종횡무진 돌아다니며 책을 진열하기도 해야 하니 말이다. 그럴 때 찾아오는 엉뚱한 매력의 손님이 주는 작은 웃음은 그야말로 힘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이 책을 읽고 서점에 가서 서점 직원에게 황당한 요구를 하진 말기를. 서점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에티켓을 벗어나지는 말자.


처음부터 끝까지 입꼬리가 올라간 채 책을 읽고 또 읽었다. 단숨에 읽어버려서 조금 아쉽다. 좀 더 유쾌한 책 손님들을 만나고 싶다. 저자의 이야기가 책 한 권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 바램은 당분간은 이뤄질 듯하다. 이 책이 '서점에 찾아온 엉뚱한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 시리즈의 첫 책이라고 하니 말이다. 국내에도 그다음 이야기가 번역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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