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철 지음 / 정인출판 / 2016년 2월

 

 

사진집을 사진으로 찍으려니 왠지 원본을 훼손하는 느낌이 들어 미안해지네요. 그래서 몇장 더 찍으려다가 그나마 제가 찍은것중에 가장 잘 찍은것 같은 사진 한장만 올렸습니다.^^;; 목련 사진과 여백의 미가 잘 어울리는 한폭의 수묵화 같은 사진집이예요.

 

올봄에는 제대로 꽃도 구경하지 못하고 그렇게 봄을 보내나... 싶었는데, 제게 봄을 선물해주시려는 분들이 계셔서 덕분에 외롭지 않은 봄을 보냈던것 같아요.

 

목련 사진을 보면서 '아~' 감탄을 하며, 신랑에게 펼쳐보이며 '멋있지? 아름답지?'하고 물으니, 신랑이 '응'하고 대답했는데, 왠지 영혼없는 대답처럼 느껴지는거예요. 몇번 계속 물을때마다 '응'하고 대답해주었는데 혹시나해서 '혹시,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거야?'하고 물으니 그제서야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어디가 아름다운건지 잘 모르겠어.'하고 시인을 하더군요. ㅎㅎ

 

하긴... 남자가 꽃을 보며 '아름답다~~'라고 감탄하는거 못 본것 같아요. ^^ 그리고 저와 신랑 기호가 확실히 다르다고 느껴지는부분은 저는 그림쪽을 신랑은 음악쪽을 더 좋아한다는거죠. 그래서 서로가 느끼는 감동포인트가 다르다는것을 알기에 그리 서운하지 않았어요. 가끔 저도 음악듣고 우는 신랑에게 '우는구나...'하고 말할때가 있거든요.

 

목련을 보면서 작가의 3년간의 노고가 느껴졌어요. 이 한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정성을 들였을까.... 때론 그렇게 정성을 들였는데도 한장을 못 건지기도 할테고, 찰나의 사진이 오래동안 기다려서 찍은사진보다 더 멋지게 찍혔을수도 있고....

 

그렇게 만들어낸 목련사진을 한장 한장 뚫어지게 쳐다보면, 아무생각없이 편안해지는것이 느껴졌어요. 물론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목련이 질때는 처참하다는것을 떠오르면 처연하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던차에, 우연히 오래전에 읽은 책중에 '목련'에 관한 내용을 담은 글을 발견해서 반가운 마음에 옮겨보았어요. 이제 목련이 져도 슬프지 않을것 같아요.

 

 

목련은 잎 없이 먼저 꽃을 피운다.
다른 나무나 꽃나무들은 거의 다 잎새가 먼저 피어나고, 수많은 잎들이 바람결과 햇빛의 온도를 감지해 본 뒤 숨겨놓은 꽃순의 문을 노크해 나오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마치 공주의 행차를 알리는 시녀들처럼.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 서로의 어여쁨과 아름다움을 시샘이라도 하듯 앞 다투어 꽃 봉우리는 꽃망울을 터뜨린다. 순식간에 나무 하나를 소란스러운 화색으로 가득 채운다.
앙상하지만 깨끗한 벗은 몸매 같은 맨가지에서 하나 둘 탐스럽게 피어나는 목련의 모습은 고고하고 정결하다. 재잘거리는, 수다스런 잎들과는 결코 같이 피거나 나무에 함께 매달리지 않는 목련꽃의 습성은 가히 결백적이다. 흰색과 미색의 중간색, 혹은 티 하나 묻지 않은 흰색으로 꽃이 핀 모습은 처음 흰 블라우스를 입고 외출하는 턱선 고운 처녀의 우아한 자태와 미소를 보는 거 같다.그러나 잎 없는, 번잡과 소란을 싫어하는 목련이어서 그런지 그 순결한 꽃잎이 떨어질 때는 더없이 참혹하다. 검은 사신(死神)이 그 동안 시샘하기라도 했듯이 무참하게 짓밟아 그 희고 빛나던 꽃의 살결을 검게 물들인다.
기껏해야 꽃나무인 주제에 뭐 그리 순결하고 깨끗하냐고 냉소를 퍼붓듯 바닥에 떨어진 두툼하고 커다란 흰 꽃잎을 순식간에 완전히 거무튀튀한 검은색으로 만들어버린다. 목련나무는 그 꽃들이 다 떨어져서야 잎을 피운다. 지나간 사랑을 푸른 가슴으로 노래하듯이 잎들을 가슴빛으로 돋궈내는 것이다

 

김하인의 '목련꽃 그늘'에서

 

아름다운 봄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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