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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야, 미안해!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68
원유순 지음, 노인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맞다. 주워서 모아 놓기만 한 알밤들은 계절이 바뀌면 맛이 없어져 내다 버린다. 이야기도 그렇다. 내 속에만 있는 이야기는 망각 속에서 사라진다. 알밤도 이야기도 나눠야 한다. 그래야 '어떤 이에게는 소중한 꿈을 일깨우고, 어떤 이에게는 깨달음을 주고, 어떤 이에게는 활력소가' 된다.

 

 원유순의 <고양이야 미안해>는 그런 여섯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주머니에 넣어두고 손으로 만지작 거리며 조금씩 아껴먹고 싶은 군밤같은 이야기들이다. 

 

 표제작 '고양이야 미안해'는 길가에 신음하며 쓰러져 있는 고양이를 보고는 어찌해야 할 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소녀 은선이의 마음을 잘 그려내고 있다. 은선이는 애완동물을 만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만 어떻게든 고양이를 도와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동물병원 아저씨에게,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 미나에게도 부탁해보지만 아무도 선뜻 도와주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집에 돌아온 은선이는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언니에게 도움을 청하고 언니와 함께 고양이가 있었던 곳으로 가지만 이미 고양이는 없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이 난다. 강도 만난 사람을 도와주었던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마음이 바로 은선이의 마음 아니었을까?

 

 '도도야, 어디 가니?'는 진돗개 '도도'의 이야기다. 도도는 진돗개가 아니라는 소문이 동네에 퍼지면서 진이는 못내 속상하다. 친구와 다투기도 한다. 그런 도도의 행동이 며칠째 수상쩍다. 줄만 풀어주면 산 속으로 냅다 뛴다. 도도를 추격한 진이는 결국 도도가 왜 그렇게 했는지 알게 된다. 도도는 덫에 걸린 오소리를 돌봐주고 있었던 것이다. 도도가 상처난 오소리의 다리를 핥아주는 장면을 목격한 진이는 도도가 진돗개라는 확신을 가진다. 우리가 도도만큼만 해도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갈텐데하는 생각이 든다.

 

 '체육시간'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상상을 짧은 이야기 속에 잘 담았다. 한 반에 꼭 한두 명씩 아이들을 괴롭히는 싸움 좀 하는 녀석들이 있다. 그런 녀석들에게 통쾌하게 복수하는 상상. 사고라도 나서 제발 없어졌으면 하는 상상. 누군들 안 해봤을까? 이 이야기에선 지호라는 녀석이 그렇다. 주인공이 지호의 의자에 압정을 가득 뿌려놓기를 바랬는데 이야기는 그저 상상만으로 끝이 난다. 무지무지 아쉽다. 뭐 아이들 세계에서만 그런 녀석들이 있는 게 아니다. 어느 조직이나 사람 모인 곳이면 그런 인간이 있기 마련이다. 나도 대리만족을 좀 느껴볼까했는데 말이다.

 

 '조나단 알기'는 아이들이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겪는 과정을 보여준다.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는 사촌동생 조나단이 찬민이가 사는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 문화가 낯선 조나단. 조나단은 된장찌개에 이 숟가락 저 숟가락이 들어 가는 걸 나쁘다고 말한다.

또 찬민이 엄마가 빨래하려고 자기 가방에 말없이 손댄걸 잘못이라며 화를 낸다. 찬민이는 이런 조나단이 얄밉기만 하다. 가족들이 조나단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데 조나단은 제 생각만 한다고 여긴 것이다. 재채기 하나에도 다른 문화가 있다.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네 것도 내 것만큼 소중하다는 사실을 넌지시 이야기하고 있다.

 

 '우아하고 고상한 우리 할머니'는 손녀 지민이와 외할머니 김숙분 여사의 에피소드다. 일주일간 해외 여행을 떠나게 된 엄마, 주중엔 지방에서 근무하는 아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외할머니는 처음엔 손사래를 치다가 우여곡절 지민이를 돌보게 된다. 지민이는 일주일도 못 맡아준다고 했던 외할머니가 밉다. 외할머니가 그저 동주민센터에서 그림을 취미삼아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에겐 관심도 없다고 뾰로통해 있다. 하지만 지민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을 해주시고 듣기 좋은 자장가를 불러주시는 외할머니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민이는 외할머니에게도 화가의 꿈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리고 외할머니의 그림전시회에 방문해서는 외할머니의 행복한 얼굴을 보게 된다. 그래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꿈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아이들도 그걸 알아야 한다.

 

 '전화 한 통만'은 외국인 노동자의 아픔이 전해져오는 이야기다. 회사를 운영하는 우주네. 핫산이라는 외국인 노동자가 돈을 떼먹고 달아났다. 우주네는 핫산을 무척 괘씸하게 여긴다. 우연찮게 집 앞에서 핫산을 다시 만난 우주. 핫산은 돈을 전부 딸의 약값으로 줬다며 눈물로 애걸한다. 전화 한 통만 하게 해 달라고. 쓰나미로 폐허가 된 인도네시아, 핫산은 가족에게 안부를 물을 길도 없었던 것이다. 우주는 핫산을 집으로 데려와 전화를 사용하게 한다. 순수한 동심이 전해져 온다.

 

 여섯 편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내용이 더 이어질 것 같은데 끝나버린다. 열린 결말이다. 작가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시종일관 아이들의 시선을 유지한다. 억지가 없다. 순박하고 순수하다. 

 

그리고 하나의 메시지가 가슴깊이 박힌다. 다른 사람, 다른 대상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면 동화같은 세상도 가능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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