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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역사 박물관에 간 명화 - 명화가 된 역사의 명장면 이야기
박수현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9월
평점 :
무엇이든 어떤 대상을 읽어 내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책으로 치자면 텍스트를 읽는 것만으로는 풍성한 독서라고 보기 어렵다는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저자의 삶과 이력, 책이 출판된 시대와 장소, 책이 미친 사회역사적 영향 등을 살펴 현재와 개인의 삶에 적용해보는 폭넓은 읽기에 이르게 되는 것이고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습니까?
박수현의 <미술관에 간 역사 박물관에 간 명화>(이하 <미술관에 간 역사...>)는 명화에 대한 배경 지식을 알려 줍니다. 덕분에 우리는 그림을 더 넓고 깊게 감상할 수 있죠.
책의 구성은 기원전 천지창조 이후의 인류에서부터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를 거쳐 대항해시대와 영국의 엘리자베스시대, 프랑스의 시민혁명을 지나 근대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15개의 꼭지, 36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소개된 명화는 모두 15세기~20세기의 서구 화가들이 그린 작품입니다.
꼭지마다 같은 사건이나 인물을 다룬 그림을 비교해가며 명화에 대한 소개를 개괄한 다음, 명화 속 사건의 역사적 뒷 이야기, 화가에 대한 일화, 그림의 기법과 화풍 등을 부분 부분 뜯어내 감상 포인트로 제시하고 있죠. 친절한 책입니다.
독자를 배려한 흔적이 곳곳에 보입니다. 특히 어린 독자들을 위해 책이 그림책마냥 큽직합니다. 또 전체 그림을 먼저 보여주고 부분 부분 떼내어 확대한 후 설명을 덧붙이고 있어요. 한 꼭지에 한 작품이 아니라 두 세 작품을 비교해가며 설명하고 있어 하나의 역사적 장면을 다르게 보는 즐거움도 있죠. 어른들도 배울 것이 많아요. '이 그림이 그런 그림이었나? 음, 서양화에 동양의 모습도 있군'하고 알게 될 겁니다.
아쉬움도 있습니다. 가장 아쉬운 건 서구의 역사적 흐름에 따라 서양 화가들의 작품만 가지고 책을 펴냈다는 점입니다. 즉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인데요. 세계를 지배해 온 서구 열강의 역사만으로 꼭지를 구성한 것은 아이들에게 자칫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양화가 동양화보다, 서구의 역사가 동양의 역사보다 우위에 있다는 그런 생각 말이죠.
'신대륙에 발을 디딘 사람들'(42p) 꼭지에는 조선통신사 행렬도를, '엘리자베스 여왕의 시대'(46p) 꼭지에는 정조대왕의 8폭 능행도중 하나를 소개하며 비교했더라면 어땠을까요? '황제의 두 모습'(38p) 꼭지에서는 중국의 황제, 조선의 임금, 인디언의 추장 등 여러 문화의 수장들을 골고루 보았더라면 더 재밌을텐데 말이죠. 하여간 동서양 어느 시대의 그림이든 화가는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는 생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런 다양함을 접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함께 사는 세계를 만들어갈 미래의 주인들에게 필요한 것이죠. 책을 펴낸 문학동네에서 <미술관에 간 역사...>를 시리즈로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다양한 시대와 화풍을 가진 그런 시리즈 말이죠.
제가 그림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아쉬운 점은 아주 개인적으로 느낀겁니다. 즐겁게 읽었습니다. 그림과 역사에 대한 깊이도 얻게 됐고요. 처음에 기대했던 '그림을 더 오래 읽을 수 있는 소양'을 조금 더 가지게 된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