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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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일 중 사과를 가장 좋아하는 나는 거의 매일이다 싶을 정도로 하루에 사과를 하나씩 먹는다. 물론 농약을 생각해서 물로 씻고 칼로 반드시 깎아서 먹는다. 그런데 여기 무농약으로 재배한 사과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표지도 빨간 사과 세 개가 위로 쌓여있다. 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사과를 먹고 싶은 욕망에 휩싸였는지.. 그런데 이 책을 덮고 나서는 이 기적의 사과를 생산해내는 기무라 아저씨의 사과가 너무나도 먹고 싶어졌다. 기무라 아저씨의 사과의 맛은 도대체 어떤 맛일까. 이런 맛이 나오기 까지 기무라의 눈물 나는 노력이 눈앞에 그려진다.

 사과는 원래 농약 없이는 재배할 수 없다고 한다. 반년 동안만 13번의 농약을 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이 농약을 치는지 상상이 간다. 물론 일본의 상황이므로 우리나라의 사과 농가에서는 어떤지 모르겠다. 어느 날 우연히 접한 책 한권을 읽고 농약없이 사과를 재배해야겠다고 생각한 기무라는 자신의 사과밭에 이를 실행한다. 불보듯 뻔한 결과 사과나무는 온갖 병충해들로 시름시름 앓다고 말라죽어간다. 농약을 쓰지 않으려는 노력은 처절한다. 사과 나무에 온갖 것을 다 발라본다. 식초, 비눗물, 우유, 유황 등. 벌레를 잡는다고 온 가족이 손에 비닐봉지를 걸고 작업을 하면 사과 한그루에서는 비닐봉지 세 개 분량의 벌레가 잡혔다. 병충해를 방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밭을 방치하는 것으로 오인받아 동네 사람들로부터 원성을 산다. 친구들도 등을 돌리고 가세는 기울어 간다. 죽으로 연명해가다가 결국 파친코, 카바레에서 3년간 일을 하기도 한다. 사과 나무에 빨간 딱지가 붙고 전기세를 낼 돈마저 구하러 돌아다녀야 했다. 그러다 죽기로 결심하고 산으로 올라간 그곳에서 우연히 도토리 나무를 발견한다. 아무런 농약을 치지 않아도 산의 나무들은 열매를 잘도 맺는 것이다. 순전히 나무 자체에는 집중했던 자신의 방법이 크게 잘못 되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밭으로 돌아온 기무라는 정기적으로 잡초를 뽑았던 것을 그만둔다. 그리고 사과밭은 변화를 보인다. 잡초를 오히려 그대로 놔두자 사과나무가 살아난 것이다. 농약을 치지 않은 9년 만에 사과는 꽃을 피운 것이다. 그리고 작지만 어쨌든 사과가 열리게 된다. 작은 사과를 들고 오사카로 떠난 기무라. 우연히 떨이로 판 사과의 맛을 인정한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지금의 자리에 까지 오른다. 이 책을 쓴 저자는 기무라의 사과 맛을 기쁨의 진수라고 표현하며 먹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어떤 목표를 위해 10년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달려들 수 있겠는가. 기무라의 집념을 보며 내가 느낀 가장 큰 것이었다.

 우리는 문명의 이기에 너무나 익숙해져있다. 우리가 먹는 먹거리 들은 모양 좋고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온갖 인위적인 것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나무 아래는 콩이 키워지고 해충과 익충, 개구리와 뱀이 노니는 기무라의 사과밭에서는 자연의 섭리 그대로가 들어있다. 기무라의 말처럼 사과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과나무가 만드는 것이다. 사과나무가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인간의 할 일이었던 것이다. 기무라가 말라가는 사과나무에게 죽지 말아달라고 말을 거는 장면은 사뭇 감동적이다. 식물과 말이 통한 것인가. 기무라의 진심이 사과나무에게 기적을 만든 것이다. 실제로 말을 걸지 않은 나무들은 모두 죽었다고 한다. 기무라의 성공이야기가 가슴을 더 울리는 것은 사과가 날개 돋친 듯 팔려도 사과 값을 올리지 않은 이유가 무농약 재배 과일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는 기무라의 말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기농 농산물은 비싸고 따라서 일부의 사람들만이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렇게 되면 무농약 재배라는 것은 특수 재배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 농법이 일반적으로 확산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현재 기무라는 강연을 다니며 자신의 무농약 재배법을 널리 알리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자기계발로 분류되어있다. 10년간 이루어낸 기적이라고 보면 이 이야기는 누군가의 성공이야기가 되지만 우리 인간과 자연, 인류를 제외한 다른 생물과의 공존을 위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환한 웃음, 어찌 보면 순한 바보처럼 보이는 기무라의 성공에서 우직한 사람이 이루어낼 수 있는 기적을 보며 한없는 기쁨을 느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야. 모두들 내가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하지만, 실은 내가 아니야. 사과나무가 힘을 낸 거지. 이건 겸손이 아니야. (중략) 온 밭 가득 활짝 핀 꽃을 보고 난 그걸 절실히 깨달았어. 저 꽃을 피운 건 내가 아니라 사과나무라는 걸 말이지.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사과나무 였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과나무를 돕는 것 정도야.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간신히 그걸 깨달았지. 그걸 알아채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어.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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