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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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젊은 시절 남들이 선택하는 길을 놔두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에세이를 특히 좋아한다. 사회적으로 혹은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고자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천복에 따르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문화정책을 공부하기 위해 서른이 다된 나이에 프랑스로 훌쩍 떠난 목수정이란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며 2008년을 마무리 하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무료하고 회의적인 생각이 마구 들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외국에서의 힘든 유학 생활을 읽을 때 마다 어느 정도 비슷한 처지에 있는 내 처지를 생각하며 감정이입을 하기 때문인것도 같다.  

 부제는 프랑스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로 되어있다.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프랑스 남자와 연애를 하며 아이는 낳았으나 결혼은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혼이란 제도를 통하지 않고도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 또 책의 중간 부분에 프랑스와 한국의 결혼제도에 대한 비교가 상세히 나와 있어 너무나 당연시 되는 현재 한국의 결혼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또, 이 책은 개인적인 에세이인 것 같지만 매우 다양한 분야를 건드리고 있다. 책의 초반에는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정책, 국민들의 문화의식 정도를 비교하고 있다. 가령, 예술가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복지가 한국은 거의 갖추어져 있지 않은 반면 프랑스는 그렇지 않다 라든가, 연극과 같은 공연이 프랑스에서는 공공서비스로 간주되어 입장료가 굉장히 싸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공연관람이 일상과 그렇게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앞서 말했던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한 수용, 자녀를 교육하는 방식등과 두 나라가 굉장히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 민주노동당에서 일했던 부분이 뒷쪽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조금 관심이 생겼다고 할까. 비록 당을 나오기는 했으나, 당에 대한 홍보, 고쳐야 할 점등은 매우 객관적인 시각에서 씌여진 것 같다.  다만, 흠을 좀 지적하자면 책의 도처에 저자의 사진이 꽤 많이 실려 있어 그녀의 미모에 집중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할까. (나의 질투심?) 또, 한가지.. 저자가 자유로운 영혼의 이끌림대로 살아갈 수 있었던 동력은 둘째 여자아이로 태어나 부모님의 관심을 못받아서 였다고 했는데 첫째는 첫째 나름대로 지나친 책임감의 압박으로 살기 힘들다구요, 라고 귀엽게 하소연 해보고 싶다. 그래서, 나는 둘째가 부럽다. 

 끝으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옮겨본다. 세상일이 내가 마음먹은 대로 마술처럼 벌어질 그날을 꿈꾸며.  

 그러고보니, 새로운 세상에 도착해 가슴이 두근거리고 의심 없이 마냥 행복했던 시절, 등에 날개라도 달려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던 시절, 마술이 잘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사회적, 정신적으로 어른이 돼버렸을 때, 경제적인 고민과 계산들이 나의 사고에 먼지처럼 빡빡하게 끼어 있을 때 마술은 멈춰버렸다.  (p.108) 

 이 책을 읽으면서 마술처럼 기적같은 일들이 펼쳐지기 위해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지 어느 정도 답이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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