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해서 컴퓨터를 켰더니...

갔다.

바이러스가 원인인 듯, 컴이 기냥... 가버렸다. 유리창으로 들어갈 줄을 모르고 그냥 버벅대기만 한다. 내내...

도서실에 처음 출근해서 봤더니, 그 동안 자료를 하나도 다운받지 않고 있었다.
사용하는 컴퓨터의 하드에 자동 다운받아지는 시스템이었다.

평소에 늘, 나랑 컴퓨터가 별로 친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왠지 불안해서 다운받으려고 했더니... RW인가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음, 그런 거... 없다.
3.5인치 디스켓에는 다운이 안 받아진다. 용량이.


그래서 그거 하나 신청하는데... 일용직이어서인지, 아니면 정보기기는 모두 정보선생님만 신청을 할 수 있어서인지... 하여튼 바쁜데 절차가 복잡해서... 방학 이후로 미뤘다. 


그랬더니...결국은 가버렸다.
일반적으로 80% 정도는 복구가 된다고 한다. 그럼 그 20%는 어쩌나?
등록장부 보고 일일이 다 쳐 넣어야 하나?
애들 대출 기록은... 홀라당 날아가버렸음 어쩌나...

난 정말 컴퓨터가 싫다.
물론 컴퓨터로 검색도 하고, 책도 사지만, 그래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쉬는 시간마다 도서실을 드나드는 아이들이 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교실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쉬는 시간마다 두 권씩 빌려가고 그 다음 쉬는 시간에 바로 반납하는 경우도 있다. 수업시간에 공부도 안 하고 읽은 건지, 아니면 그냥 '나 이렇게 많이 책 빌려봤다'라고 말하기 위한 과시용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겠지.

이주쯤 전부터 쉬는 시간마다, 하루에 최소한 세 번은 오는 아이가 있다.
2학년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였는데, 친구가 3학년인 걸 보니 3학년인가 보다. 그 아이가 몇 학년인지 정확히 모르는 이유는, 그 아이가 한 번도 나에게 책을 대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늘 쉬는 시간에 왔다가 시작종이 치면 돌아가곤 했다.

어느 날, 시작종이 쳤는데도 그 아이는 가지를 않는다.
얘들아 시작종 쳤다, 빨리 수업 들어가라!
라고 외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후다닥 가고, 읽던 책 대출하느라 북새통이 되는데, 그 북새통 후에 한숨 돌리려고 보니 그 아이는 그냥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뭔가 좀 이상하다. 의자에 앉았다 엉거주춤 일어섰다를 수십 회 반복하는 것이다.
처음으로 든 생각은, 혹시 의자에서 책을 보다 실례를 했나? 하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갑자기 아이가 후다닥! 뛰어서 나간다. 가서 확인해보니 실례를 한 건 아니다.

그 다음 쉬는 시간에 아이는 또 왔다. 그리고 역시 시작종이 치니 같은 자세를 취한다. 일부러 그쪽에 대고 빨리 수업 들어가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아이는 하던 동작을 계속 하다 역시 후다닥 뛰어간다.
혹시 무슨 장애일까? 의자에 앉았다 갑자기 일어서지 못하거나, 아니면 긴장을 하게 되면 갑자기 일어서지 못하는 문제가 있거나...

그리고 그 다음에 든 생각은 자위행위였다. 자세히 보니 성기 쪽에 약간의 자극이 갈 만한 자세로 동작을 반복하는 게 이쪽이 제일 가깝겠다 싶다.

이럴 때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일단 아이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전교생 대출증을 뒤졌는데 아이가 없다. 아마 전학을 온 아이인가 보다.
그래서 친구에게 너 무슨 반이니, 물었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왜 니네들은 책을 빌리지 않고 보기만 하니... 하면서.

결국 아이의 이름과 학년 반을 알아낼 수는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뭔가 관심을 보이거나 아이에게 지나는 말로라도 좋지 않다는 느낌을 주게 되면 아마 아이는 다시는 도서실을 찾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도서실을 찾지 않는다는 것보다도 두려운 것은, 어쩌면 그 아이는 사람이 없는 곳을 쉬는 시간마다 찾을지 모르고, 그랬을 때는 아이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양호선생님과 상의를 했다. 그렇지만 직접 보지 않은 한 상담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그냥 아이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주라는 얘기시다. 그게 현실적으로 사람이 많은 도서실에서 가능하지 않다. 올 때마다 심부름을 시킬 수도 없고, 아이도 나를 슬슬 피하는 눈치이다.
아마 이미 다른 사람들 눈에 띄었고, 스스로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담임선생님과 상의를 할까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연히 현장을 목격했던 한 도서도우미 엄마는, 괜히 말이 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그러면 그 아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만류한다.
쉽게 말하자면 담임선생님의 자질을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구성애의 아우성 사이트에 상담글을 올렸는데... 일주일째 답이 없다. 아마 담당이 없거나 무지 바쁜가보다.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하나.
다른 아이들까지 알기 전에, 아이들이 수군대기 전에 빨리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

도움을 주소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도서실 앞에 내가 꿈꾸는 도서실은 어떤 모습일지 아이들에게 써서 넣으라고 아크릴로 박스를 짜 두었다.
그곳에서 나오는 것들은 거의 '쓰레기'들이다. (진짜 쓰레기 말이다. 아이스크림 껍질 같은...)
그렇지만 가끔 건질 만한 내용들이 나오기도 했다.
다 들어줄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알 수는 있다.  

아이들이 원하는 책은 주로 만화책, 그것도 '무서운' 만화책이다.
그렇지만 내 생각은 지금 있는 만화책으로도 '充分'하다는 것이다.
가시고기 만화책, 도라에몽 만화책, @#$에서 살아남기 만화책.
심지어는... 제인에어 같은 세계명작들이 만화책 한 권으로 딸랑 있기도 하다. 읽어본 바는 없지만, 아이들이 빌려갈 때마다 정말 뺏고 싶다.

누군가가 써서 넣어 둔 글에는 비가 오면 우산을 빌려주는 도서실이라는 구절이 있었다. 처음에는 헛소리 쯤으로 치부하려고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일 앞에 두고 날마다 봐야 할 구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학교라는 숨 막히는 공간에서, 유일하게 숨이나마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고, 장마철에 갑자기 내리는 비 때문에 아이들이 난감해할 때 미소와 함께 깨끗한 우산을 내미는 따뜻한 손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서교사인 내가 꿈꾸는 도서실은 이런 것이다.

지금처럼 4층 한 구석에 숨어있는 게 아니라, 1층에 널따랗게 자리해서 아이들이 제집처럼 드나들었으면 좋겠다.
편안한 소파가 많아서, 아이들이 편안한 자세로 뒹굴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쉬는 시간에는 사서교사가 한쪽에서 그림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은 그 앞에 옹기종기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반납일이 연체 좀 되었다고 해도 사서교사에게 가볍게 주의를 듣는 데서 끝났으면 좋겠다. 제발, 야박하게 꼭 그 날짜만큼 대출이 제한되는 차가움이 없었으면 좋겠다.
학교를 마치면 동생들까지 데리고 와서 함께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도서실 옆에 휴게실을 두어서, 출출할 땐 뭐 좀 먹으면서 책을 봤으면 좋겠다.
제발, 사서교사가, 너 나가서 다 먹고 들어 와! 라고 소리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출 반납은 입구에 설치된 기계에서 자연스럽고 자유스럽게 각자 하고, 사서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책 읽으면서 놀았으면 좋겠다.
마치 컴퓨터 파일을 정리하듯, 버튼 하나만 누르면, 책들이 혼자 날아가서 제 자리에 꽂혔으면 좋겠다.

책들의 크기에 따라 서가의 높낮이가 조절이 되고, 안내 라벨까지 다 붙었으면 좋겠다.

 제 자리가 아닌 곳에 책을 꽂으려면 경고음이 나오면서 확인 메시지가 떴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침 6시 기상.
일어나자마자 빨래감을 한 가지만 돌리고, 오늘 할 일을 가능한 한 내일로 미루라!는 평소의 신념에 따라 쌓인 설거지감 해결하면서 아침밥.
7시면 달리기하러 나간 남편이 돌아오고, 술이 떡이 되어 들어온 다음날이더라도 아침밥은 한상 차려 먹고 가야 하는 남편 앞에 한상 대령.
(남편이 보면 기절하겠다. 자기가 담은 김치 네 가지에 마누라라고 한 일은 밥하고 설거지밖에 없으면서...)

아이들 깨우고, 숙제 안한 것 없나 점검하고, 부랴부랴 안한 숙제 시키고, 밥 차려주고, 그 사이에 빨래 널고...
그러다 보면 셋째가 일어나서 안아달라고 쫓아다니고...
아침 8시 반. 아이들 먼저 가라고 쫓고, 화장은 하는 둥 마는 둥, 셋째 옷 입혀서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출근.

그렇게 들어서는 도서실에서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
작년부터 쌓여 있던 책들을 출근 열흘만에 몽땅 처리하고(도우미 엄마들의 찬사를 받았다... 남편은  잘한다 잘한다 하면 하루 아침에 매운 재 석섬도 불 사람이라고 나를 놀린다. 솔직히... 인정한다.), 오늘부터는 서가를 뒤집어 엎기 시작했다.

813... 아직 손을 못대고,
823 중국동화(인기 있는 만화 삼국지가 여기 있다)
833 일본 동화(창가의 토토가 여기 있다)
843 영국 미국 동화(해리포터가 젤 인기 있다. 아직도.)
853 독일동화(왕도둑 호첸플로츠가 인기가 있더군. 도서실에 근무하기 전까진 몰랐던 책이다.),
863 프랑스 동화, 873 스페인동화, 883 이탈리아 동화...

그리고 900번대로 들어가서, 세계 역사, 한국 역사, 여행 답사안내서, 한국위인, 세계위인...
오늘은 여기까지 엎었다.

집에 오니, 온 몸이 쑤시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런데 큰아이는 열이 나서 혼자 이불 쓰고 자고 있고(보통은 도서실에서 나와 함께 돌아오는데, 오늘따라 열쇠를 달라고 했다. 먼저 집에 가 있겠다고. 어쩐지 이상하더라.),
셋째는 넘어져서 코피가 나고,
둘째는 그 사이에서 셋째의 과자를 뺏어먹으면서 울리고 있다.

이게 사는 걸까... 한참 멍청하게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선다.

밥통에는 밥 되는 소리가 들리고, 밥통 한가운데에 밥공기를 넣고 쌀을 조금만 담아 두었으니, 그건 아마 큰애의 죽이 되어 나오겠지.
오징어젓갈 한 접시면 밥을 뚝딱 비우는 아이이니, 어떻게든 또 한 그릇 먹어줄 거라 생각한다.

오늘은 학교도서관 일기가 아니라 직장맘 일기다....

이것이 사는 게 아니여...흑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도서실에서 일하다 보면 하루해가 뚝딱이다.
아침에 9시도 되기 전부터 밀려오는 아이들을 상대하다 보면, 하루종일 화장실 한 번 못 간 날도 있다. 누가 책임질껴...
점심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집어넣고 뛰어와야 한다. 도우미 어머니들이 두 분이 오시지만, 점심시간에 밀려드는 아이들을 감당하기는 힘들다. 한 학기에 두 번 하는 봉사라서 지난 번에 일러드린 내용도 새로 일러드려야 하고, 나도 엄마들이 계실 때에야 비로소 서비스다운 서비스(책도 찾아주고, 책 찾는 방법도 가르쳐주고 등등)를 할 수 있다.

말이 나온 김에 이번엔 엄마들 얘기를 해볼까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나도 그런 엄마였으면서 흉을 본다고 책망한다면... 어쩌랴... 할 수 없다. 그래도 입이 근질거려서 말해야겠다.


며칠 전에 보름 이상 연체된 아이들에게 독촉장을 보냈다.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효과 만점인 방법은 담임선생님을 통해 보내는 방법이다.(음, 비열한 사서교사...)
그런데 엄마들에게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 우리 애가 그 책 가방에 넣어서 가져가는 것 봤는데요?
  (네, 그랬겠지요. 그런데 도서실에는 안가져왔거든요. 애한테 도서실에 반납했는지 물어보세요.)

- 우리 애가 전화 좀 해달라네요. 그 책 반납했다구요.
  (그러면 아이 좀 바꿔주세요. 애가 몇학년이지요? 헉, 3학년이요? 내일 쉬는 시간에 직접 오라구 하세요.)

- 아이가 책 꺼내왔던 장소에 직접 꽂아두었다는데요?
  (반납을 해야지 그냥 꽂아두면 제가 어떻게 아냐고요...)

어떤 어머니는 아이 이름으로 책을 직접 빌려가신다. 그리고 밤마다 아이 머리맡에서 읽어주신단다. 정말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 살아남기 라는, 정말 불티나는 만화책을 빌려간다. 아이가 그 책을 빌려다 달라고 했단다.

-그럼 만화책도 읽어주십니까?

-네. 우리 애는 버릇이 되어서, 책은 늘 읽어줘야만 들어요.  글쎄 엊그제는 지가 책을 빌려왔는데, 저한테 툭 던져주면서 엄마가 읽어줘 그러고 자기는 눕잖아요. 어휴, 언제까지 그래야 하나 모르겠어요.

-아유, 그래도 책 읽어주는 게 아이에게 그렇게 좋대요. 몇학년인데요?

-5학년이요...

-헉...%$*&()

5학년짜리 아이에게 만화책을 머리맡에서 읽어주는...맹자 어머니도 왔다가 울고 갈 훌륭한 어머니다.

며칠 후, 아이 이름을 기억했다가 그 아이를 유심히 살폈다.

버릇이 좀 없기는 했지만,

멀. 쩡. 했. 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