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 개정판
프리초프 카프라 지음, 김용정 외 옮김 / 범양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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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대한 우주의 공간 속에 티끌처럼 떠도는 지구의 표면에서 영겁의 일순을 살다 가는 우리의 존재의 의미는 무엇이냐는 원초적 질문은 우리의 생의 기반에 담겨있는 비정의 수수께끼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설문 속에 담겨있는 공간, 시간, 존재 등의 개념들이 현대물리학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새롭게 다루어져야 하고, 또 우리의 합리적인 이해의 한계성이 이미 드러난 것이라면 이 설문의 내용과 방식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존재의 의미는 객관적인 것의 합리적인 이해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느낌을 갖느냐는 주관적인 체험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며, 이것은 종교나 예술정신으로 통하는 것이다. -역자 서문 中에서    
 

상대성이론, 원자물리학, 양자론 등 현대 물리학이 발굴해낸 새로운 개념들은 고전물리학의 이상을 철저히 붕괴시키고 있으며 나아가 종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전대미문의 새로운 세계관의 출현을 요구하고 있다. 프리조프 카프라는 현대물리학이 새롭게 인지하기 시작한 세계의 모습을 동양의 신비주의 철학 속에서 찾고 있는데, 위에서 인용한 역자 서문 한 구절이 이 책 전체적인 내용을 대변하는 거나 다름없어서 그대로 옮겼다. 책을 읽고 나면 과연, 인류 역사 속에서 한때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던 과학과 종교가 이제 현대에 이르러 경이로운 대통합을 펼치려는가 싶기도 하다. 한편으론 탈근대적인 새로운 개념들 앞에서 나 자신이 새삼 지극히 근대적인 인간임을 뼈저리게 체감하기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하여 막연히 신기하고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것을 몸으로 혹은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영 버거운 일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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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미술 순례 창비교양문고 20
서경식 지음, 박이엽 옮김 / 창비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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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수록된 유럽 회화 작품들은 유명도나 역사적 가치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자신의 정서에 감응하는 작품만을 주관적으로 선정한 것이다. 저자는 프라 안젤리코의 <그리스도의 책형>을 보면서 한국에 정치범으로 수용되어 있는 자신의 형들을 떠올리고, 피카소의 <게르니카>에서 한국의 5.18을 연상하며, 레온 보나의 <화가 누이의 초상>에서는 비극적인 가족사를 묵묵히 감당해온 누이를 생각한다. 작품 하나하나가 저자의 개인적인 체험과 상처들을 풀어놓는 매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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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산책 1960년대편 1 - 4.19 혁명에서 3선 개헌까지 한국 현대사 산책 6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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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의 의의와 한계, 박정희의 개인사, 이승만 하야 후 뚜렷한 정치적 구심점 없이 사분오열했던 정치판, 군부의 성장과 5.16 쿠테타 등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이승만 대통령 하야 이후 5.16 쿠테타가 일어나기 전까지 거진 일 년 정도 존재했던 장면 내각에 대하여 굉장히 소상히 조명하고 있다. 흔히 장면 내각은 쿠테타를 막지 못한 무능한 정부로 알려져 있지만, 이 책에서는 장면에 대한 세간의 인색한 평가가 쿠테타 세력이 30년 넘게 한국 사회를 지배함으로써 빚어진 역사 왜곡의 결과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어떤 역사 연구자는 장면이 단군 이래 최초로 민주주의라는 신화를 역사적 현실로 바꿔놓은 인물이라고까지 평하기도 한다. 어쩌면 무능한 것은 장면이라는 일개인이 아니라, 당시 낙후되어 있던 국내 정치판과 시민 의식 전체였는지도 모른다.

한국의 현대사는 거진 미국의 배후조종에 의해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 책을 읽어보면, 오로지 국내에서 이루어진 이전투구의 정치사라고만 알고 있던 곳곳에 실상은 미국의 이권과 영향력이 깊이 개입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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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편 1 -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한국 현대사 산책 12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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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로 뒤늦게 한국 현대사에 대해 알아갈수록 인간 존재의 지극한 동물성에 치를 떨게 된다. 흡사 원시림의 생태계를 방불케 하는 우리네 역사 속에서 인간이 동경하는, 혹은 당위로 여기는 초월적 관념들은 대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일종의 프로파간다로서만 존재하는 허구가 아닐까. 한국현대사를 살펴보고 있으면 문득 인간 본연에 내재해 있는 동물적 야만성과 잔인성 같은 것들에 대하여 탐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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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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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반부에 저자가 종교를 '과거에는 유용했던 심리적 성향의 불운한 부산물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과거에 유용했던 심리적 성향이란, 인간이 이원론적이고 창조론적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성향을 말하는데, 이것이 인간으로 하여금 경험자의 명령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도록 하는 특질을 낳았고, 종교라는 형식으로 구체화되면서 오늘날 전세계적 광신 현상의 시발이 되었다는 것이다.  

'부산물(내지는 부작용)'의 개념은 나방 이야기에 비유하여 설명할 수 있다. 나방은 광원을 일종의 나침반으로서 이용한다. 즉 나방의 비행로는 빛을 기점으로 한 나선 궤도이다. 만약 광원이 달빛이라면 나방은 직선 방향으로 날아갈 수 있겠지만, 달빛이 아닌 인공조명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가로등 주위를 미친듯이 맴돌고 있는 나방, 그것은 일종의 '불운한 부작용'이며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보자면 에러가 난 것이다.  

종교 활동(정확히는 광신 현상)을 가로등을 맴도는 나방에 비유한 저자의 탁견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 시대의 맹목적인 종교 활동은 오늘날의 자본 사회 시스템과 공생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체나 휴식의 시간이 부재하고 항상 끊임없이 무언가를 선택하고 소진시키기를 부추기는 자본 사회의 속성이 광신을 부채질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갑자기 시야에 나타나 우리를 현혹하는 가로등, 느닷없이 출현하여 인류를 에러 상태로 몰고 가는 신종 컴퓨터 바이러스 같은 존재가 혹 자본 사회 시스템은 아닐까...  

2. 초월적이고 원대한 가치를 발견하려는, 또는 그러한 것을 지향하려는 끝없는 상승의지, 자신의 의미결핍을 극복하고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로서 온전한 실존을 찾고자 하는 욕망- 이러한 성향들은 어쩌면 인간이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본능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본능이 종교라는 제도로서 현현하는 것인지도. 뭐랄까, 진화생물학적 자기인식은 너무나 정직해서 차라리 앙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는 인간만이 가진 형이상학적 욕망, 꿈과 이상과 낭만과 희망이 개입할 여지가 하나도 없다. 그런 것이 과학이라면, 애석하게도 나는 과학이라는 학문을 별로 좋아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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