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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프래질 -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안세민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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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간산(走馬看山). 눈은 750여 쪽에 이르는 끝을 훑고 있으나 머리는 책의 속 내용을 아직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7권의 책을 그 유기성 때문에 하나로 제본하였다는 <안티프래질 Antifragile>. 꽤 시간을 들여 읽었는데도 저자의 함의를 내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나의 아둔함을 탓해본다. 사회와 문화, 역사와 철학, 경제와 금융 등 인문과 사회의 전방위에서 자신의 주장, 즉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인 안티프래질의 실체를 증명해 보이는 나심 탈레브의 박학다식한 혜안이 내겐 잡힐 듯 말듯한 아지랑이처럼 여겨진다.
철단익강(鐵鍛益强).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동양적 사고의 유연성을 새삼 느낀다. 서양 사상들은 하나의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모든 세상사에 잣대를 들이대어 분석·설득하려 하니 그저 둔박한 머리가 아프기만 하다. 이 책 초반의 핵심은 안티프래질('충격을 받으면 깨지기 쉬운'이란 영어단어 fragile의 반대개념)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인데, 시련과 고난이 깊을수록 더욱 강해지고 성장한다는 철단익강(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과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설득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예를 들어야 하는 서구의 논증 개념을 고작 사자성어로 표현해내는 동양적 축약이 오히려 삶의 깊이를 제대로 담아낸다는 생각을 했다.

 

바리게이트가 높을수록 우리는 더 강해질 것이다... (1권 2장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과잉보상과 과잉반응' 아일랜드 혁명가에서... 79쪽)

 

각설하고... 사람들은 모든 시스템이 예측가능(프래질의 핵심 성격)하길 바라지만, 때때로 이런 범주를 넘어버린 쓰나미 같은 예측불능의 일(저자는 이를 '블랙스완'으로 표현한다)이 벌어지는 게 인간의 일상. 그러므로 불확실성, 카오스, 무작위성 이런 거에 열 받지 말고 잘 수용하여 활용하라는 것이 안티프래질의 골자가 아니겠는가~ 어림잡아 본다.
안티프래질 시스템의 메커니즘을 정리해보면 무작위성을 억제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는 듯하다. 만약 억누르면? 이때는 리스크 확인이 어렵게 되고(모든 프래질의 원인),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블랙스완 현상에 속절없이 무너지게 된다. 예측한다고 해서 서브프라임 같은 충격을 막을 수는 없다. 관심을 가져야할 대상은 시스템과 그 시스템의 프래질한 측면이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다. 그러므로 어설픈 개입을 하지 마라. 의원성 질환(iatrogenics 치료 후 나중에 나타나는, 이익을 훌쩍 넘는 순손실)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그럼 어쩌라고? 복잡한 모델 등으로 예측하지 말고 단순하게(장하준 교수를 악당 경제학자라 칭하며 이 부분의 이론으로 소개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담론을 안티프래질로 옮기라는 거다. 어떤 시스템이 위험한 교착 상태에 빠져있을 때는 오직 무작위적인 행동만이 문제를 해결하고 시스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거다. 즉, 예측한다고 힘빼지말고, 자잘한 충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내성과 대응력을 키우라는 거다.

 

...... 하지만 구제금융은 리스크 수용의 건전성(생존에 적합하지 않은 기업으로 프래질을 이전하는 것)에 역행하는 행위다. 사람들은 구제금융이 어느 누구도 실패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마저 몰락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는 사실을 쉽게 깨닫지 못한다. 지속적인 실패만이 시스템을 보존해줄 수 있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대부분의 정부 개입과 사회 정책은 약한 자에게 상처를 입히고 기존 세력을 강화시켜준다. (1권 4장 '나를 희생시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에서... 121쪽)

 

4권까지는 그런대로 이해가 되더니만 5권 '비선형성' 부터 조금 어려워진다. 정독이 필요한 지점인데 시간 확보가 어려워 피상적으로 훑고 말았다. 5권과 6권은 프래질한 것이 무너지게 되어있다는 내용을 좀 더 기술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비대칭성은 반드시 비선형성을 띠고 있다는 설명이 쉽지만은 않다.

프래질한 대상의 경우, 충격의 강도가 일정 정도까지 증가하면서 손상은 더 많이 증가한다는데, 이는 작은 충격의 누적효과는 이에 상응하는 단 한 번의 큰 충격이 지닌 효과보다 작다고 한다. 프래질이 왜 비선형성을 띠는지 오목성(프래질, negative convexity) 볼록성(안티프래질)으로 풀어내는 '볼록성 효과' 개념과, 시간이 건설자라기 보다 파괴자로서 프래질한 대상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한다는 전제가 녹녹하지 않았다. 7권의 프래질과 안티프래질의 윤리적 관점도 생각거리가 많아 이해도가 떨어진다. 안티프래질(그리고 비대칭성, 볼록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숨은 옵션(다른 사람의 희생을 바탕으로 갖게 되는)을 사용해 집단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윤리규정을 자신의 행동에 맞도록 체리피킹(cherry picking)한다는 내용은 좀 더 갈무리가 필요해 보인다.

 

권위라는 것은 존중받을 만하지 않으면,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7권 23장 '승부의 책임'에서... 586쪽)

 

워낙 방대한 영역에서 너무나 많은 사례를 들어 안티프래질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다보니 따라붙기가 쉽지 않았지만 대충 감은 잡은 책읽기였다. 안티프래질의 속성은 자유로운 영혼, 자연주의적, 생태학적 본능이라고 나름 정리해 본다.(가변성, 비대칭성, 볼록성, 무작위성이라고 어렵게 표현할 수도 있겠고...). 그래야만 어떤 충격을 받게 되더라도 깨지거나 좌절하지 않고, 보다 강해지고 성숙해지는 자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생사 불확실성과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을 성장으로 이끌려면 어떤 정형적 틀에 메이거나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고, 역경을 받아들이면서 창의적 자신의 길(안티프래질)을 가라고 말하는 책이라고 느꼈다. 맞지도 않는 미래 위험의 예측 대신 현재의 프래질과 안티프래질을 파악하여 맞춤전략을 짠다면 그나마 나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예측가능하고 통제가능한 조직적 시스템이 최선이라 믿고있는 사회에, 카오틱 시스템에서의 적응과 의사결정은 안티프래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법 새로운 통찰력으로 공감하게 되나 보다. 그랬기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이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해준 책”이라고 극찬했겠지... 하지만 동양적 관념에서 접근한다면 아주 보편적이고 당연한 사실을 참 복잡하게 논증하려한 책이란 느낌을 가졌다. 여하간 다시 한 번 시간을 내어 뒷부분을 정독해 봐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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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2-2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