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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팔리는가 - 뇌과학이 들려주는 소비자 행동의 3가지 비밀
조현준 지음 / 아템포 / 2013년 7월
평점 :
몇 년 전 학문간의 통섭(consilience, 統攝)이 회자되고 융합과학이 새로운 지식생산 모델로 등장하면서 과학과 인문사회의 영역을 넘나드는 여러 책들을 보게 된다. 뇌과학, 인지과학, 진화심리학, 복잡계……. 하긴 얼마 전 서울대 대출 도서 1위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박사의 <총, 균, 쇠>라는 소식이나, 교육부가 대입제도 개편안으로 수능에서 문과·이과 구분을 폐지하겠다는 발표를 들어보면 '융합형 통합'이란 프레임이 앞으로도 사회·기술 시스템의 모토(Motto)로 이어질 듯하다. 융·복합 연구와 교육은 단일 학문분야로 이해할 수 없는 복합적 사회문제의 해결 접점이 되기도 하거니와, '디지털 컨버전스'를 뛰어넘어 인간의 감성을 아우를 수 있는 '창조 경제'의 밑거름이 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왜 팔리는가? Why They Buy? : 뇌과학이 들려주는 소비자 행동의 3가지 비밀>은 부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뇌과학과 소비마케팅과의 상관성을 폭넓게 알아볼 수 있는 복잡계의 책이었다. 뇌과학, 행동경제학을 밑천으로 적용하는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는지라 그닥 기본 얼개가 어렵지는 않았다. 뇌는 진화과정에 따라 안쪽으로부터 파충류의 뇌(뇌간), 포유류의 뇌(변연계), 인간의 뇌(대뇌피질) 이렇게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간의 행동은 이성적 '인간다움'을 만드는 대뇌피질의 전두엽과 '감정의 뇌'인 변연계와의 투쟁에서 파생된 결과물이란 것이다. 이 책의 근저는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법칙은 감정의 뇌가 더 빨리 작동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의사결정에서 대부분의 행동이 감정의 뇌에 의해 영향을 받아 나도 모르게 이루어지고, 이성의 뇌는 구매 후에 작동한다는 것인데, 이는 '시장조사에 엄청난 자원을 쏟아 부어도 신제품 중 80%는 결국 실패'하고 마는 이유가 되겠다.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는 감정의 뇌가 선택했지만, 막상 구매하고 나면 자신이 이성적인 구매를 했다고 생각한다. (171쪽)
일찍이 하버드대의 제럴드 잘트만 교수는 인간의 사고, 감정, 학습의 95%는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진다고 하여, 소비자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무의식적 반응을 분석해 마케팅에 접목하는 뉴로 마케팅(Neuro Marketing)의 이론적 기반을 제시한 바 있다. 뉴 코크(New Coke)의 실패나 펩시콜라의 블라인드 테스팅의 한계가 바로 말과 행동이 다른 소비자의 이중적 태도를 아주 잘 설명해 준다 하겠다. 이 책은 이렇게 기업에서 마케팅을 속이는 소비자의 두 얼굴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착각을 부르는 판단의 지름길 '휴리스틱(heuristic)', 비합리적 판단을 계속하는 이유,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 진화의 법칙까지 수많은 한국적 사례를 흥미롭게 소개하면서 풀어나가고 있다. 여기서 기억해둬야할 내용이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감정의 뇌는 '경쟁 승리', '새로움 추구', '위험 회피'라는 세 가지 절대동기 유형인데, 이 절대동기가 사람마다 다르게 코딩되어 있어 있다는 것이 저자가 풀어나가고자 하는 뉴로마케팅의 요인이라 하겠다.
모든 상품은 감정의 뇌를 자극하는 세 가지 에지(경쟁 승리를 자극하는 power edge, 새로움 추구를 깨우는 new edge, 위험 회피를 자극하는 risk edge)를 가지고 있는데, 소비자는 이 세 가지 에지의 임팩트가 가장 큰 상품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 소비행동의 본질이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절대동기에 임팩트를 가하여 뇌를 즐겁게 하여야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어떻게 해야 팔리는가)이 된다. 만약 여기서 끝났더라면 이 책이 기존 출간 관련 책들의 짜깁기에 불과하다고 탐탁지 않게 여겼을 것이다. 책의 가치를 살리는 건 PART 6의 "감정의 뇌를 유혹하는 10가지 전략"이라 생각한다. 감정의 뇌에 상품의 에지를 전달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지름길(브랜드, 시각적 실체, 사람의 말)로 풀어내는 10가지 전략이 제법 잘 정리되어 있고 흥미로워 읽을 만했다. 기업 마케터의 입장에서도 꽤 유용하게 응용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가 한다.
상품이 왜 팔리는지 기획자도 마케터도 심지어 소비자도 모르고, 오직 뇌만 그 답을 알고 있다는 이 책! 처음 서점에서 휘리릭~ 훑어볼 땐 그닥 끌리지 않았는데, 실제 읽어보니 알차게 엮었다는 느낌(앞부분은 기존에 출간되었던 서적에서 보던 내용인지라 '엮었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과 함께 현재 매스컴에서 쏟아지는 광고들의 전략이 대충 이해가 되었다. 스무 개의 Episode도 쏠쏠한 읽을거리가 되었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비즈니스마케팅 시장에서 실제적으로 일어났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뇌과학적 접근으로 분석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우리의 기억은 90%가 사실과 다르며, 심지어 기억을 왜곡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이러한 불완전한 기억이 착각을 부르고, 비합리적이며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원인이 된다(123쪽)."고 하는데, 마케터는 이런 직관적 판단오류를 집중 활용하는 전략을 펼쳐야 하겠지만, 소비자인 우리는? 감정의 뇌에 호소하는 마케팅의 제물이 되지 않기위해 이성의 힘을 기르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잠시 멍~해졌다가 곧 생각을 포기하고 만다. 그저 평범한 소비자로 존재해야 이런 책의 가치가 살아날 것이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