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탄생 - 마음을 사로잡는 것들의 비밀
톰 밴더빌트 지음, 박준형 옮김 / 토네이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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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가지각색의 개성과 취향들이 일정 기간 동안 동조화 하면서 일시적인 유행(Fad)이 되기도 하고 커다란 흐름(Trend)이 되기도 한다. 이번 촛불 시위도 '저마다의 우리'가 보여준 도도한 물결 아닌가. 항상 고객의 니즈와 그 변화를 좇는 마케터에겐 이 분야가 아주 중요하다. 소수의 취향과 개성의 발현이 다수의 마음을 사로잡아 움직이는 시점을 먼저 감지하고 그 파급효과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면 기업의 발전은 보장된 거나 마찬가지...

 

하지만 이게 말이 쉽지 정말 만만치가 않은 영역이다. 취향이란 고정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거다. 인간이란 자체가 합리적인 생각과 비합리적인 행동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존재 아니던가.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이런 이너모스트(Innermost)의 이중적 변동성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아주 짧은 기간의 담론(Micro-Trend)을 진성 트렌드인양 잘못 분석하게 된다. 물론 그 손실은 기업의 미래가 흔들리는 불상사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러니 소비자 취향의 흐름을 제대로 인지한다는 '고객통찰력'은 언제나 무거운 무게로 느껴진다.

 

이런 차에 <취향의 탄생: 마음을 사로잡는 것들의 비밀>은 그 제목에서부터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했다. 책의 서문 '들어가며'를 읽으면서 이 책을 손에 잡은 것을 기뻐했다. 경제학자들은 선택이 취향을 '보여준다'고 말하고, 심리학자들은 취향이 선택을 '창조한다'고 설명한다네. 그러면서 취향을 파악하는 과정이 쉽지않다고 운을 뗀다. 취향이 '원래부터 지니고 있는 고유한 것'일까? 다르게 말하면 원래 좋아했지만 기억 속에 묻혀 있으면서 봉인이 해제되기를 기다린다는 것일까? 지난 세기 초까지만 해도 분홍색이 남성들의 색깔이었다는 지적에서 저자의 뒷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지더라.

 

그런데 읽어나갈수록 수렁에 빠진 느낌... 책을 읽는데 2주일을 소비했다. 그러고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도달한 결론이 '취향의 무작위성과 불확실성'이라니... 그러면 난 뭘 얻었지? 회의감에 책을 한 번 더 정독했다. 조금 보이기는 한다. 취향은 변화한다는 거다. 사람들에겐 '다르게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똑같이 보이려고 하는 독립적인 현상'이 있다는 건데, 다르게 말하면 똑같지만 약간은 다르고 싶다는 부분이 와 닿았다.

 

또한 취향이 변하는 이유를 참신함과 익숙함으로 설명한 부분도 괜찮았다. 미래의 취향을 예측하지 못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참신함'인데, 사람들은 참신함을 애써 원하지만 익숙한 것도 좋아하지 않는가... 이에 대해 건축가 마크 위글리는 "사람들은 낯선 것을 보고 당황해서 저항하는 와중에야 무언가를 배우는 것 같다. 하지만 종종 그 과정에서 낯선 것을 좋아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자극했던 낯선 것은 전과는 다른 새로운 것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결국 익숙해지면 좋아하게 되고, 그래서 낯설지 않게 되면 다시 참신한 것을 찾게 되고...

 

취향은 사람들이 남과 달라지고 싶어할 때 변화한다. 그런데 남과 같아지고 싶어할 때도 변화한다. 특정 그룹은 취향을 다른 그룹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취향 자체는 그룹이 만들어지도록 돕지 않는다. 마시는 커피 종류처럼 별것 아닌 것 같은 차이가 문화적 쟁점이 되기도 한다. 적절한 취향이라고 알려진 데 접근하는 사람이 늘수록 세부적인 차이가 생긴다. 한때는 동질의 재화였으나 이제는 다양한 구분이 생긴 것을 쉽게 볼 수 있다...(생략). 순응과 차별화는 파도가 치고 나가듯 왔다가 사라진다. 역설적인 순환이라고도 할 수 있다.(267쪽)


특히 인터넷 시대의 대중들은 개인의 집합으로써 분리되기보다는 서로 연결되고, 분열되기보다는 단결한다. 우리의 선택은 타인에 의해 정해진 값을 기준으로 모이거나 너무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대상으로부터 멀어진다. 어떤 방향이든 '현명한 군중'은 타인의 생각을 볼 수 있고, 사회적 영향력이 너무 커질 때 사람들이 서로 비슷하게 행동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이 연구로 입증되었다네... 다른 사람과 똑같이 되고 싶으면서도 이와 동시에 달라지고 싶은 상세한 동기는 매크로적인 행동을 폭발적으로 강화한다. 변동성이 커졌다는 말이겠지. 촛불로 통해 이런 거대하고 무작위적인 파도를 우린 이미 경험했으니...


취향은 가끔 무엇인가를 좋아한다는 마음 때문에 왜곡되기도 한단다. 싫어하는 대상과 좋아하는 대상이 뇌의 동일한 부분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다. 뇌가 외부의 영향으로 판단 왜곡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다르게 말하면 취향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선택도 취향에 영향을 미친다고 에둘러 말할 수 있겠다. 이 정도까지 적었지만 솔직히 내가 이 책을 통해 뭘 건졌는지 잘 모르겠다. 머릿속에 남는 것은 여전히 취향의 모호함과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 평가하기 어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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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이 책에 인터넷서점의 책 평가와 관련하여 조금 흥미로운 부분이 있는데, 독후의 흐름과는 달라 여기에 덧붙인다.


아마존에서의 책 평가는 몇 가지로 구성된 단계를 거친다. 가장 처음에는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과 (작가는 아니더라도 친구나 친지) 책을 좋아할만한 사람들이 남긴다. 취향은 대부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작가의 팬과 그 외에 평가를 남기고 싶은 소비자들이 평가한 다음에는 그보다는 선호가 덜한 독자들이 조금씩 개입하게 된다. 상당한 경우에는 실제보다 더 크게 하향 조정되는 현상이 발생한다.'긍정적인 편견'을 가진 이전 평가에 영향을 받아서 책을 구매한 뒤 후회하는 독자들이 실제 평가보다 더 낮게 점수를 주기 때문이다. 이들의 평가가 유입되면 '그 말을 믿지 마세요'라고 말할 만한 상태가 된다. 평가의 오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평가가 많을수록 정보의 질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고 그 결과 잘못된 평가가 이어지죠. 나중에는 '그냥 싫어요'라고 짧게 쓰인 별 하나짜리 황당한 평가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평가가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그 내용을 덜 이야기하게 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남겼기 때문이다. 대신 다른 평가 내용에 대해서 말한다. 평가가 이전의 평가를 말할 때는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앞뒤 상황이 중요해진다...122~123쪽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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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22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제 글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분들이 많지 않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취향은 변하니까요. ^^

표맥(漂麥) 2017-04-23 16:11   좋아요 0 | URL
cyrus님 글을 좋아하는 취향의 독자가 더 많을거라 확신 합니다...^^
취향의 동조화에 의해...^^
 
저항하라 다른만화 시리즈 3
세스 토보크먼 지음, 김한청 옮김 / 다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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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라>. 오웃! 짜릿한 (만화)책이다. 때론 글보다 이런 거친 몇 토막의 그림이 더 호소력이 전해진다. 군사정권 시대엔 당연히 금서 되었을 책!!!.
신자유주의의 이슈는 경쟁과 성장! 우리 같은 서민은 그 낙수 효과로 생활이 나아진다나 뭐나. 그 개뿔 같은 이론의 결과는 불평등 심화!
영국의 브렉시트나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도 독점 자본가나 소수 권력에 대한 분노와 저항이었으리라. 광화문 촛불로 타오른 민심 또한 그러했으리니...

 

저항의 경험을 굵은 톤으로 거침없이 그려내는 이 만화는 저항 다섯 마당이 실려 있네. 세계은행 회의 반대 시위, 9·11 아마겟돈에 깃든 독점 자본에 저항하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전쟁을 멈춰라, 5761년 대속죄일(욤 키푸르) 이 비추어 보는 국가 폭력에 저항하기,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의 공영주택단지 주민들의 퇴거 문제 등등을 다루고 있는데 볼 만하다.

 

시민이 부여한 권력을 시민을 위해 쓰지 않는 위정자들과 투표 때에만 굽실거리고 쌩~ 까는 국회의원들에 분노하고, 1%의 기득권에 종속되는 현실에 저항하라는 울림이 꽉 차오르는 만화보기였다. 만화라고 하찮게 볼 일이 아니구나...

* 2016-12-27 발간이라 하여 손에 들었는데... 원래 발간은 2010-07-20. 시의에 맞춰 재발간한 책이네...

 

 

 

 

 

만약 당신이 예술을 사랑하고, 특히 대중예술인 정치만화를 좋아한다면, 바로 이 책 <저항하라>가 적격이다. 토보크먼은 이 책에서 아주 다양한 스타일의 만화를 그리고 있다. 가령 점토판에 그린 만화는 거친 입자와 강렬한 흑백 대비가 돋보인다는 점에서 목판화와 아주 비슷하다. 이스라엘과 아랍의 투쟁을 다룬 <5761년 대속죄일(욤 키푸르)>에서는 거친 종이에 세밀화를 그린 뒤에 디지털로 확대하는 기법을 사용했는데, 이로 인해 색채의 다채로움과 깊이라는 점에서 앞뒤에 실린 다른 만화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이런 작업 방식은 강렬한 흑백 대비를 추구하는 작가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색깔을 입혀 작품을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하고 있다...
하지만 예술은 예술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은 우리에게 우리 시대와 우리 자신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 한다. 예술은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추천의 글>에서...  무미아 아부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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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아탈리의 긍정 경제학 -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한다
자크 아탈리 외 지음, 권지현 옮김 / 청림출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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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아탈리의 긍정 경제학> 을 읽었는데, 국가 경제긍정성지수(Positive Economy index)라는 게 핵심 키워드이다. 이 지수는 한 국가의 경제가 현재 얼마나 긍정적인지 그 정도를 나타내고자 만들었는데, 객관적 지표(주로 IBRD, OECD등 주요 국제기구에서 제공한 자료들) 2/3, 주관적 지표(주로 국제 투명성기구, 국경 없는 기자회 등 명성 있는 비영리 단체에서 제공한 자료들) 1/3로 구성하여 지수를 도출하였나 보다. OECD 34개 회원국의 긍정 경제 척도를 기준으로 나라 사이의 상대적인 성과를 비교함으로써 국가별 경제 실적에 대한 좀 더 폭넓은 관점을 제시하자는 것이 목적이라는데... 한국의 순위가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하여 바로 책을 뒤적거렸더니 2012년 기준 27위로 나온다. 한국 밑으로는 슬로바키아, 폴란드, 멕시코, 헝가리, 이탈리아, 터키, 그리스가 있네. 그러면 지금은? 쩝~

 

*막대그래프 위에 있는 숫자는 OECD 회원국 중 하위 10%에 속하는 하위 지표의 수를 나타낸다.(93쪽)

 

긍정 경제의 개념이 나온 이유는? 그것은 현대 사회가 '필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 부터 출발한다. 작금의 세계 경제 위기는 긍정적이지 않은 시장경제, 즉 현대 경제 시스템의 특징인 '긴급성'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단기적 관점이 모든 경제 주체(특히 금융시스템)를 지배하다보니 장기적 비전이 많이 약하다는 거다. 이대로 무대책으로 흘러가면 2030년에 세계가 부딪힐 환경, 기술, 사회, 정치, 정신적 도전을 이기지 못할 거란다. 그렇게 되면 국가 파산, 경제 범죄를 양산하는 무질서 상태로 빠질 것이고 삶은 지옥으로 변할 것이니까 긍정 경제로의 이행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장기적 가치를 회복하자는 거다. 2012년 9월 프랑스에서 긍정 경제를 위한 제1차 연례 세계 콘퍼런스로서 LH포럼이 개최되었는데,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자크 아탈리에게 <긍정 경제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줄 것을 위임하였다. 이 책이 바로 그 보고서이다.

 

긍정 경제는 민주주의, 시장경제, 장기적 비전의 조화를 꾀하고, 단기적 비전의 긴급성과 장기적 비전의 중요성을 서로 양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21쪽)

 

보고서에 의하면 가장 먼저 금융이 본래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자리로 되돌려 놓는 것에서부터 긍정 경제를 실행한다면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고 대중의 행복과 경제적 능력을 강화하고, 정의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응답할 수 있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타주의를 강화하며,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경제적 효율성을 높여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당연히 이를 계량화하여 국가 경제의 '긍정성'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거시 경제적 평가 도구가 필요한데 그것이 국가 경제긍정성지수이다. 이 지표는 '긍정 경제 개념의 핵심인 합리적 이타주의'라는 원칙이 세 번 들어가는 기준으로 산출한다는 것이 조금 이채로웠다. 이런 긍정 경제는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할 것이고 이를 위한 '국가의 노력도'를 측정하는 ‘긍정경제환경평가지수’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구를 제시하네...

 

결국 이런저런 서설을 종합해 보면, 긍정 경제는 현재의 악몽 같은 사회상을 탈피하기 위해 장기적 비전을 바탕으로 '합리적 이타주의'를 지향하는 '위로부터의'변화라고 정의할 수 있겠는데, 그럼 긍정 경제의 실체가 뭐냐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경제 활동에서 긍정적인 대변혁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이 보고서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45개의 제안을 보여주고 있다.

 

1.기업의 목표를 재정의 2.사회적 기업을 위한 법적 지위를 마련 3.기업 대표의 지위를 재정의 4.금융 외적 부문의 긍정성 지표를 마련 5.국제회계기준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 6.긍정성 평가 기관을 설립 7.사회적 책임투자를 긍정 경제의 성장을 위한 지렛대로 삼는다 8.긍정 경제 세계 기금을 설립 9.사회성과연계채권과 그린본드를 발전 10.크라우드펀딩의 발전을 도모 11.저축과 투자를 긍정적 활동으로 유도 12.마이크로파이낸스의 발전을 도모 13.금융 소외 해소를 위한 은행의 의무를 강화 14.조세천국 퇴출 노력을 강화 15.불법 금융 거래에 관해 세금 추징을 강화 16.경영자 연봉과 기업의 긍정성을 연계 17.장기 보유 주주에게 혜택 18.공공 시장의 선택에 긍정적 기준을 적용 19.공공·민간 파트너십의 혁신을 위한 사회적 계약을 마련 20.제품의 사회 및 환경 성과 표시 의무제를 실시 21.긍정적인 공공 행정을 만든다 22.전자행정과 열린 정부의 발전을 도모 23.생산자의 책임 범위를 확대 24.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기업에 조세 불이익을 적용 25.긍정적인 협력 거점을 조성 26.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혁신에 디지털을 사용 27.장기적 관점을 반영하는 경영 교육을 시행 28.신재생에너지 사용 및 에너지 효율성을 증대 29.학교에서 이타심과 긍정 경제를 교육 30.세계 시민의 의무에 관해 교육 31.학교를 세대 간 교류의 장으로 만든다 32.정보기술 중심의 교육 개혁이 필요 33.세계적 규모의 지식 공유 공간을 만든다 34.장기적 비전을 다룰 고등판무관사무소를 창설 35.경제사회환경위원회를 장기적 사안을 위한 위원회로 전환 36.긍정경제지수 추이에 관한 의회 토론을 매년 개최 37.보편적 책임에 관한 세계 헌장을 마련 38.환경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세계 재판소를 창설 39.사회 및 환경 문제를 국제법에서 다룬다 40.미래를 위해 초국가적 기구의 개혁이 필요 41.긍정 경제 부문에 속하는 직업의 가치를 높인다 42.근로자가 타인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 43.모든 형태의 차별을 배제 44.공유경제의 발전을 도모 45.‘긍정적인 도시’를 만든다.

 

제안을 유심히 살펴보면 별로 새로운 것이 없다. 그냥 알고 있는 기본을 실천해 나갈 뿐이다. 그런데도 프랑스의 모델을 우리에게 적용하려면 뭔가 다른 게 요구된다는 생각이다. 우리 경제가 긍정적이 되려면 포괄적이고 민주적이며 혁신적이어야 할 것 같다. 또한 발전의 원동력인 국가와 그 기업들의 경제 활동을 쇄신할 수 있도록 과거와 단절하여야 할 것 같고... 이번 '순실의 시대'에서 보여준 탄핵과 S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시사하는 바가 겹쳐지네.
기업의 사명, 즉 기업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의견이었고, 부의 생산을 공정한 배당, 고객 만족, 협력자의 만족, 기업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소속 지역의 만족을 위해 쓰이게 해야 한다는 말도 와 닿았다. 삶이 악몽이 되지 않아야 꿈도 꿀 수 있다. 긍정 경제를 통해 삶의 회복력을 높이자는 전문가의 말에서 모 정치인이 외친 '저녁이 있는 삶'을 떠올린다. 결국 경제를 탈 자본화시키는 긍정 경제 속에서 경제가 긍정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인간을 둘러싼 자연·문화 환경과 인간을 공존시켜야 한다. 인간과 환경을 모두 사회적 관심사의 중심에 두어야 할 것이라는 말... 당연한데 왠지 씁쓰레하다. 지금 그렇지 않다는 표현이기도 하니까.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항상 눈앞의 이익과 위기에 연연해한다. 선거철이 될 때 마다 성장과 분배 사이에서 포풀리즘 정책만 남발하고 국가의 장기적 플랜 같은 건 알지도 못한다. 우리의 미래에 더 나은 삶이 있기나 할까? 긍정 경제? 이타적인 경제? 소가 웃을 궤변은 아니련지. 그래도 우리나라가 명색 OECD 가입 국가인데 앞 선 나라들의 이런 진보적 의식을 받아들여 접목하긴 해야 할 거야. 어쨌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자는 인식의 전환과 거시적인 안목이 지평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긴 하였다. 하지만 특별한 감흥을 받진 않았다. 일반인들이 읽기엔 한없이 재미없는 (그래서 빨리 읽힐 거란...) 책이란 느낌도 있었다.  경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려는 독자들은 읽어볼만 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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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0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때 통계 결과가 2012년에 조사한 거니까, 지금 우리나라 국가경제 긍정지수 순위가 그전보다 많이 하락되었을 겁니다. ^^;;

표맥(漂麥) 2017-04-06 16:45   좋아요 0 | URL
저도 2012년 이후의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가보니... 그 이후 자료는 없더군요. 그리스터키보다야 나을건데 말입니다...^^
 

벚꽃이 화사하다 하지만, 올해는 유달리 목련이 곱고 이쁘게 피네...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박목월 시인의 '4월의 노래'를 읊조리던 그 소년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시간의 수레바퀴는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만 안겨주는구나.


오늘은 바흐의 샤콘느가 듣고 싶다...


1. 빚부터 갚아라 - 어떤 위기에도 흔들림 없이 10억 목돈 마련하는 절대법칙

약간의 빚이 있긴 하나 그렇게 부담스럽진 않다. 그런데 거시적 관점에서 가계 부채를 바라보면 그 심각성이 예사롭지 않은 모양이다... 위기에서 무너지지 않으려면 읽어둬야만 할 것 같은 책이다...

 

2. 앞으로 5년, 빚 없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 돈 걱정 없는 노후를 위해...

책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간다. ‘부채 폭탄 돌리기‘는 이제 시작되었다는 책이다. 빚이 문제긴 문제구나...

 

3. 바젤3 모멘트 - 2018년 이후 자산시장 붕괴현상에 관하여

언제나 위기론은 있었다. 그래도 잘 헤쳐 왔고... 그런데도 작금의 기업 구조조정과 실업 및 부동산 초과공급과 저성장 침체기가 뭔가 음울한 낌새를 보이긴 한다... 
 
4. 긱 이코노미 - 정규직의 종말, 자기고용의 10가지 원칙

긱 이코노미(Gig Economy)는 "그때그때 필요한 단기 계약직, 프리랜서 등을 섭외해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라고 한다. 머피의 법칙처럼 피한다고 어려움이 비껴가지는 않을 거라는 거... 읽어보고 싶다.


5. VR 비즈니스 - 가상현실이 거대한 돈을 낳는다

분명 VR 시대가 오긴 올 건데... 문제는 어느 시점이 적기냐~ 하는 거다. 섣부르면 잃기 쉽다...

 

정경화 바흐 파르티타 2번 중 샤콘느 KyungWha Chung plays Chaconne from Partita No 2 in d minor, BWV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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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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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 김훈 같은 분의 문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글은 현란하지 않고 담백하다. 꾸밈이 별로 없는데도 무게가 있다. 반짝이는 싸구려 유광의 짝퉁이 아니라 묵직하면서도 은은한 묵광의 글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책을 읽으면 속도가 붙질 않는다. 그렇게 심오한 내용도 아닌데 이상스레 문장들이 눈길을 붙잡고 혀를 움직여 소리 없이 읊조리게 된다. 많은 이들이 그래서 '김훈'이란 작가를 입에 올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높낮이 없이, 건조한 듯 심연의 인식을 끄집어 올리는 느린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 작가의 책을 이렇게 꼭 찾아 읽는 나는 뭐람?^^

 

2. 첫 시작은 음울한 E 단조 그라베(grave)가 그려진다. 삶의 끝을 맞이하는 느리면서도 슬픈 장엄미가 흐르는 서사... 숨이 턱 막힌다... 임종의 순간을 이렇게 잘 갈무리한 글이 어디 또 있으려나... 좀 길지만 한번 옮겨보자.

 

 가끔씩 정신이 돌아올 때 마동수는 실눈을 뜨고 벽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흐린 날의 저녁 무렵과 같았다. 시간은 마동수의 생명과는 무관하게, 먼 변방으로 몰려가고 있었는데, 마동수의 육신은 그 시간의 썰물에 실려서 수평선 너머로 끌려가고 있었다.

 마동수의 마지막 의식은 죽음이 이끄는 썰물에 실려서 먼 수평선 너머로 흘러갔다가 다시 밀물에 얹혀서 이승의 해안으로 떠밀려 오기를 세 번 거듭했다. 숨이 끊어지기 전에 혼백이 먼저 육신을 떠나서 멀어졌고 다시 몸속으로 돌아왔다.

 마동수의 마지막 의식은 시간의 파도에 실려서, 삶과 죽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가 세 번째 썰물에 실려 저편으로 아주 건너갔고, 다리가 오그라졌다.


 저기로구나……. 여기서 물이랑 몇 개를 더 넘으면 저기가 바로 거기로구나…….

 라고 속으로 중얼거릴 때 물때가 바뀌어 마동수의 혼백은 다시 이승으로 실려 왔다. 이승의 방 안에는 벽시계가 걸려 있었고, 초침이 9에서 10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초침이 12를 지날 때, 마동수의 혼백은 다시 썰물에 끌려 나갔다. 물이랑 너머에는 방향이 없어서 어느 쪽도 동서남북이 아니었다. 여기로구나. 여기가 바로 거기로구나. 다 왔구나…….  그 물이랑 너머에서 죽음의 세상은 펼쳐져 있었다. 생명의 맨 끝자락에서 모든 감각이 바스러졌고, 그 자리에서 죽음의 세계에서만 작동되는 낯선 감각이 돋아났다. 그것은 청각도 시각도 아니었지만 그 감각으로 마동수는 물이랑 너머의 세상을 감지할 수 있었다. 거기에서 시간은 발생 이전의 습기로 엉겨 있었고 진행의 방향이 정립되지 않은 채 안개로 풀어져서 허공에 밀려다녔다. 그 뿌연 시간의 안개가 갈라지는 틈새로 물이랑 저편의 세상이 언뜻 보이는 듯했다.

 

... 중략 ...

 

 물이랑 저편의 풍경들은 서로 뒤섞였고 언제 어디인지 식별할 수 없는 기억들이 포개져 있었다.

 여기가 아니다. 이건 이승이다. 지나온 세상이라고……. 죽어서 여기에 다시 올 리가 없어. 이건 아니야. 거기가 아니야…….

 마동수는 파도에 실려 가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마동수가 살아온 이승의 모습이기는 했으나, 거기에는 사람의 소리, 짐승의 소리, 비바람의 소리도 생겨나지 않아서 풍경은 오직 적막했다. 거기에서 죽은 자들은 끝없는 벌판을 제가끔 건너가게 되어 있어서, 서로 만날 일이 없었다. 바람이 불어서 안개의 틈새가 메워지고, 마동수는 다시 이부자리 위로 떠밀려 왔다. 그때 마동수는 얼핏 혼수에서 벗어났다. 천장의 도배지 무늬가 마동수의 의식을 잠깐 붙들어주었다. 그 도배지는 저승의 무늬로 보였다. 세 번째 썰물에 실려서 마동수의 의식은 수평선 너머로 끌려갔고, 다리가 꼬부라졌다. 마동수는 죽기 직전에 본 죽음의 세상의 날씨를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사체는 입을 벌렸고 턱에 침이 말라 있었다. 마동수는 모로 누워서 혼자서 죽었다... (10~14쪽)

 

3. 마들렌 과자! 책을 읽는 동안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간간히 생각나더라. 우연히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한입 베어 물면서 그 맛과 향기와 분위기에서 추억의 한 자락을 끄집어내는... 작가 역시 이 책에서 그런 의식의 흐름 기법을 즐겨 사용한다. 간병인이 떠먹여주는 미음에서 일제 강점기 해장국집의 기억과 '세상은 무섭고, 달아날 수 없는 곳'이란 메시지를 던지고, 베트남 밀림에서 먹던 레이션에서 어린 시절 미군이 던져준 초콜릿의 충격적인 맛과 베트남 전쟁을 연결시킨다. 또한 밥 익는 냄새와 고등어 굽는 냄새 속에서 아버지의 기억이 살아 오른다... 하나만 읊어보자. 

 

 지워져버린 먼 기억이 갑자기 되살아나서 몸을 옥죄이는 것은 죽음 이 가까워오는 조짐이었다. 죽기 6개월 전에 마동수가 간병인이 떠먹여주는 미음을 받아먹을 때, 열 살 때의 남산경찰서와 그 뒷골목 새벽 해장국집의 기억이 떠올랐다. 기억은 미음 냄새 속으로 번져왔다.
 기억 속의 해장국집은 김이 자욱했다. 김 속에서 피투성이가 된 사내들이 국밥을 먹고 있었다. 머리가 터지고 등과 가슴이 으깨진 사내들이었다. 사내들은 가족이 가져온 광목으로 상처를 싸맸고, 무슨 약인지, 허연 기름을 손바닥에 비벼 상처에 발랐다. 다리를 저는 사내들이 부축을 받으며 해장국집으로 들어왔다. 아이를 업은 여자들은 다리를 저는 사내를 붙잡고, 아이고, 아이고 울었다. 사내들이 뜨거운 선짓국을 삼킬 때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사내들은 해장국에 깍두기 국물을 풀고 밥을 말아서 먹었다. 주모가 국물을 더 부어주었다. (60~61쪽)

 

4. 높낮이가 없다. 클라이맥스도 없다. 솔직히 내용에 감동도 없다. 그런데도 쉬이 책에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주인공들이 살고 부대껴온 세월이 광기의 시대였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마차세의 아버지 마동수는 1910년 경술생 개띠로, 서울에서 태어나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살면서 만주의 길림, 장춘, 상해를 떠돌다가 해방 후에 서울로 돌아와서 6·25전쟁이란 소용돌이 속을 걸어왔고, 장남 마장세는 월남전에 파병되었다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동남아 괌에 부초처럼 자리를 잡는다. 차남 마차세는 유신정권의 말기를 거쳐 불안하지만 개발기의 한국에서 적응하는 모양새이다. 우리의 현대사가 이렇게 험난했기에 과장하지 않아도, 영웅을 등장시키지 않아도 문장 속에 고통과 슬픔의 메타포가 절로 스며든다. 김훈은 이를 잘 엮어 그냥 전할 뿐이다. 처음의 감동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시대에 한 발을 걸치고 있는 나로서는... 참 괜찮은 책으로 다가왔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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