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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책 읽기 - 그 시절 만난 책 한 권이 내 인생의 시계를 바꿔놓았다
김경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2월
평점 :
이 책에 소개된 서른여섯권의 책 중 내가 읽은 책은 딱 열 권.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스무 살이 넘어서야 읽고, 십대 때 읽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던 ‘호밀밭의 파수꾼’이 첫 번째라 너무 좋았다. 아직도 콜필드를 생각하면 그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 첫 사회생활에 적응이 힘들어 불안하고, 우울해하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다른 누구도 아닌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던 그의 마음이 내 마음 같아 얼마나 위로가 되었던지.. 그래서 이 책을 선물도 많이 했었다. 그들이 나처럼 늦게 만나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아마 책을 쓴 저자의 마음도 내 마음과 비슷했을 것 같다. 책을 읽는다고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위로받고, 조금의 힘이라도 얻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깐.
어제 서울을 다녀왔다. 촌사람에게 서울이란 복잡하고, 복잡하고, 또 복잡한 곳이다. 특히나 길치인 나에겐 더욱더. 지하철을 환승할 때도 표지판 따라 가면 되는데 혹시나 불안한 맘에 두 번, 세 번 노선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면 같은 자세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본다. 책 읽는 사람 딱 한 명 봤다. 안타깝다.
‘한마디로 「왜why 살아야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how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의미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고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p72
밑줄 그은 첫 번째 구절. 지금 글을 쓰면서 이상은의 ‘삶은 여행’을 듣는데 좋다. 어릴 때도 그랬지만 노랫말 좋은 노래가 좋다. 입버릇처럼 ‘옛날 노래가 정말 좋아..’라며 7080콘서트를 애청하는 걸 보면 정말 나이를 먹긴 먹나보다. 노랫말이 위 구절이랑 어울리는 듯하다. 이런 조화라니 이럴 때 난 말초신경까지 행복함을 느낀다. 가사 중 좋은 부분은‘삶은 계속되니까 많은 풍경 속을 혼자 걸어가는 걸 두려워했을 뿐 하지만 이젠 알아 혼자 비바람 속을 걸어갈 수 있어야 했던 걸 (중략)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간 끝나니까 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 없으니 수많은 저 불빛에 하나가 되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 바라봐..’
잠깐 삼천포로 빠져 이상은은 어느 순간부터 쓰는 가사마다 구구절절 마음을 헤집는다. ‘언젠가는’이라던가 ‘새’라던가. ‘공무도하가’를 처음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은.. ^^ ‘담다디’에만 머물지 않고, 자신의 색을 찾아가는 그녀의 여정을 응원한다.
'나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생각이나 말이 아닌, 내가 취한 어떤 「행위」이다. 어떤 상황에서 내가 하는 구체적인 「선택」이 나 자신인 것이다. 나란 결국 내가 선택한 행위의 집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p137
옳은 말씀!! 선택이 모여 결국 삶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근데 난 모든 선택 앞에 갈수록 자신이 없다. 소심은 병이고, 망설임은 옵션이다.
'어떤 대상을 예찬하다가 나와 같은 대상을 예찬하는 누군가를 보게 되면 마치 그 대상을 보듯이 그 누군가를 보게 된다. 무언가를 예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음이 열려야 한다. 그 열린 마음으로 나와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을 보게 되는 것이다’ -p186
20년 한 사람의 팬으로써 절절하게 공감하는 바이다. 팬질도 20년쯤 되면 모여 욕하는 게 일상이다. ‘우리 진짜 팬 맞아?’라며 키득거리는 그 시간조차 행복하다. 내가 그 사람의 팬임이 자랑스러운 건 8할이 공연을 함께 보는 친구들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해준 고마운 사람. 요즘 조용필님의 음반을 보며 우리도 그렇게 변치 않고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을 함께 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예찬. 진실로 부럽다.
'모든 사람들이 날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은 사실 소통의지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그것은 매우 유아적인데다가 때론 위험하기까지 한 욕망일 뿐이다’ -p212
'너는 진짜와 「진짜 같은 것」을 구별할 안목과 통찰력을 갖고 있느냐고. 너라는 존재는, 너의 인생은, 너의 욕망은 진짜와 진짜 같은 것 중 어느 쪽이냐고. 너는 진짜로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고’ -p263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이고, 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슬퍼하는 것은 무엇이며, 슬퍼하지 않는(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내부 가장 깊숙한 곳에는 무엇이 있으며, 그 무엇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건 언제 알게 될 것인가’ -p318
가슴이 뜨끔. 난 꽤나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정치 말고)인 사람이라 되고, 안되고의 기준이 너무나 명확했다. 나쁘다고 하면 그 쪽은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렇게 살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왜 어릴 때 더 망가지고, 부딪혀보지 못했었나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무엇이 그렇게 겁나서? 무엇을 위해서? 가장 큰 벽이 결국 나 자신 이였다는 사실에 많이 아팠지만 차례차례 벽돌을 내려놓아보려 한다. 내려놓다 아니다 싶으면 다시 쌓으면 되고, 모양을 바꿔도 되고. 그게 뭐 대수라고? ‘뭐라도 되겠지’란 생각으로 조금 가볍게 살았으면 좋겠다.
책을 덮으며 읽지 않은 스물여섯권의 책을 찾아서 읽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 책을 읽게 된다면 저자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며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낯모르는 젊은이를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했다’던 카뮈처럼 나 역시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할 좋은 책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