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주위에 자꾸만 아픈 사람들이 생긴다. 난 아픈 게 정말 싫다. 엄마가 발병을 한지 5년이 지났지만 지금 생각해도 꿈같고, 믿기지가 않다. 치료받으면서 이런저런 고비도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다행히 완치 판결을 받고, 잘 지내고 계신다. 하지만 독한 약의 후유증은 몸을 많이 약하게 만들었고,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 감기에 걸려 2주 넘게 고생하면서 또 심장이 덜컹했더랬다. 24시간 멈추지 않는 기침 때문에 나까지 3일을 꼬박 지세우며 더 어려운 상황도, 무서운 상황도 많았는데 큰일이야 있겠냐며 애써 마음을 잡으려해도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였다. 그러니 옆에 있는 나까지 예민해지고, 스트레스가 쌓여 여기저기 아팠다. 조금만 아파도 겁이 나고, 간단한 검사라도 하고 난 후면 결과를 기다리기까지 시간이 너무 힘들다. 아마 병원생활이 길어지면서 환자들을 많이 봐서 그런가보다. 그 치료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힘든지 눈으로 봤으니 설마 나도 그럼 어쩌나하는 염려증이 무의식중에 자꾸 생기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 하필 이 책이라니.. 그래서 집중해 읽을 수가 없었다. 책 내용보다 자꾸 엄마가 떠올라 마음이 착잡했으므로.. 작년엔 일도 바쁘고, 여유가 없어 집에 오면 잠자기 바빴다. 근 10개월 동안 책 몇 권 못 읽다보니 책읽기 방법마저 잊어버린 기분이였는데 다행히 서평단도 되고, 다리를 다치면서 집에 있다 보니 다시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은데 옆에서 엄마도 내심 책이 읽고 싶었나 보다. 난 지금껏 살면서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을 한번도 볼 수 없었다. 내가 어릴 땐 장사하며 시집살이 하느라 바빴고, 아빠가 돌아가시곤 우리 남매 공부시키느라 바빴다. 그리고 여유가 생길 즈음엔 병원 치료 받느라 힘드셨으니 생각해보면 책 펴볼 짬도 없었던 거였다. 이젠 시간도 있고, 책을 읽고 싶은데 돋보기 쓰고, 몇 줄 읽으려니 눈이 아파 속도도 안 붙고, 자고 일어나니 눈이 충혈되어 아프시단다. 그러면서 너무너무 아쉬워하신다. 이건 내가 뭐 어떻게 해줄 수가 없으니 그저 아쉽다. 그래서 그나마 쉽게 읽을 수 있는 잡지를 주문해줬더니 따뜻한 방에서 과일 먹으며 잡지보고 있으니 너무 행복하다며 말하신다.
생각해보면 행복이란 게 뭐 그리 대단한 게 아닌 것 같다. 난 여전히 엄마랑 부딪히면 싸우고, 화해하고를 반복한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뭐 대단히 변할 줄 알았는데 생활은 예전과 다름없다. (엄마가 아플까봐 조금 걱정되는 맘을 안고는 있지만..) 그렇지만 변함없는 생활에 감사함을 느낀다. 퇴근해서 돌아오면 저녁밥을 챙겨주는 엄마가 있어 행복하고, 끝없이 잔소리하는 엄마가 있어 하루가 또 시작되는 것 같아 행복하다.
책이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한번 더 알게 되었다. 비록 엄마는 떠났지만 엄마와 함께 이야기했던 책을 읽을 때마다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책이 얼마나 삶에 용기와 희망이 되는지도 알 수 있었다. 힘든 투병과정 속에서도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기위해 끊임없이 행동하고, 생각하며 자신을 정리했던 엄마의 모습. 그 자체가 배움이 아닐까 싶다.
언제쯤 이 책을 편한 마음으로 다시 읽을 수 있을까? 올해엔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