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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그림 이야기 - 옛그림의 인문학적 독법
이종수 지음 / 돌베개 / 2010년 7월
평점 :
명화에 대해 알고싶단 생각은 꽤 오래되었던 것 같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그런 의무감에 무슨 말인지도 이해하지 못하며 열심히 본 것 같다. 인상파, 고전파, 입체파, 야수파 미술시간부터 머리 아프게 외웠던 걸 생각해보니 미술수업도 서양미술의 비중이 더 높았던 것 같다. 하지만 달달외웠다고해서 그런 것들이 지식으로 남는 건 아닌 것 같다. 당장 누군가가 '고흐가 무슨파냐?'고 물으면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암기학습의 폐해라고나 할까? 그러다 오주석님의 '한국의 美 특강'을 읽으몀서 비로소 우리나라 그림의 맛을 알게 되었고, 가슴이 찌릿찌릿했다.
동양화는 흔히들 '여백의 미'라고 하지 않던가? 수묵의 번짐과 여백의 어우러짐. 어찌 하나의 색으로 그렇게 멋진 그림이 나올 수 있는지.. 책을 읽은 후 괜히 그림을 보면 구도나 시선 같은거 신경쓰면서 마치 뭘 좀 아는 것처럼 바라보곤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김홍도. 천재라 수식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우리나라의 대표 화가. 솔직히 그의 그림은 교과서를 비롯해 너무 많이 봐서 집중해서 본 적도 없고, 그렇게 좋다고 느낀 적도 없었다. 그러다 그의 그림을 설명해준 몇 권을 책을 보면서 비로소 그가 얼마나 과학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조선의 풍경을 담기위해 소품 하나, 의상 하나까지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그림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에 대한 책. 뭔가 복잡한 듯 하지만 단순하게 비교하면 그림일기나 그림동화책같은 거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이라면 그림의 소재가 되는 이야기와 작가들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다는 점이였다. 얼마쯤이라도 작가에 관한 정보가 (물론 본문에서 이야기해주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한 듯 생각됐다) 있거나 그 이야기에 대해 알고 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그림이 그려질 당시 시대상황에 대해서라도 알았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모른다고 해서 책을 읽을 수 없는건 아니니 걱정마시길.. 백지상태에서 나만의 상상을 더한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테니깐.
책을 읽으며 요즘 문화전반에 걸쳐 많이 이야기되는 '원 소스 멀티 유저'가 떠올랐다. 하나의 이야기가 영화, 연극, 뮤지컬, 게임, 문구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분야로 확대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다보니 가장 주목받는 것이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찾는 것인데 그것의 시초가 '이야기 그림'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먼 옛날에도 이런 시스템(?)이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아무리 좋은 영상도 텍스트만 못하다'는 말처럼 원작을 능가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거의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이야기들. 이처럼 잘해야 본전이 이야기 그림을 그래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한 작가들의 상상력이 빛나는 그림을 보면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림을 이야기로 뒤바꾼 건 없나 갑자기 궁금해졌다. 있다면 이 책의 후속으로 만들어 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