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왔어 우리 딸 - 나는 이렇게 은재아빠가 되었다
서효인 지음 / 난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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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딸바보라는 말을 흔하게 듣기도 하고 그런 아빠들이 주위에 많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식사랑의 한 표현처럼 우리처럼 딸이 둘이나 되는데도 한번도 딸바보아빠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 아쉽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딸바보아빠가 되어 보라고 다 큰 딸들에게 좀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보라고 옆지기에게 해보지만 그 또한 타고나야 하는 듯 하다.무엇이든 내게 모자라면 부럽고 아쉽고 그렇게 한번이라도 해보고 싶은 것이 맘인듯 한데 이 책을 읽으며 왠지 부러움이 앞섰다. 시인이라서 문장이야 말할것도 없이 좋은데 그 속에 스물한번 째 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다운증후군의 딸 은재에게 향하는 시인의 사랑과 아내에 대한 사랑이 무엇보다도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장애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흠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누구나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밖으로 나타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인데 우린 편견을 가지고 자신의 잣대로 장애를 휘두르려 하는 경향이 있다.

 

흔하게 하는 말중에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맘을 안다'라는 말이 있다.나 또한 딸들에게 자주하는 말로 '너희도 너희같은 딸을 낳아봐야 엄마맘을 알지' 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아이를 낳아봐야 부모가 될 수 있고 부모가 어떻게 자식을 키웠는지를 알게 된다. 세상에 거져 얻는 것은 없고 거져 크는 것은 없는 듯 하다.나 또한 임신을 하고 두 딸을 낳으며 부모가 되었고 녀석들을 키우면서 그야말로 소설책을 몇 권 써도 될 시간을 보냈다고 볼 수 있는데 지금은 모두 오래전의 이야기라 웃으면서 이야기 하지만 결혼이나 임신 육아등 모든 것은 연습없이 실행되는 일이기에 육아에도 첫아이 때에는 몹시 서툴렀다. 아이가 울면 당황스럽고 밤에 아프면 정말 발을 동동 구르며 내가 아픈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수도없이 하며 아이를 키웠던 생각이 난다. 그렇게 첫째에서 둘째로 이어지면서 한번의 경험으로 인해 조금 여유를 가지고 둘째를 키웠지만 예나 지금이나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그런다고 사람사는 일이 맘처럼 쉽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나 변수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담금질처럼 점점 살구씨처럼 단단해지는 것은 아닐까.

 

시인 서효인,그가 한 여인을 만나고 사랑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서 결혼을 하게 된다. 비록 방 두 칸으로 시작한 삶이지만 부족함에도 불평하지 않고 잘 따라준 아내에게 땅콩이라는 녀석이 무럭무럭 크고 있었기 때문에 더 행복한 삶이 이어졌고 그로 인해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도 하게 된다. 임신초 위험이 있었지만 위기를 넘기고 무탈하게 세상밖으로 나와 준 땅콩이가 우주에서 지구로 오면서 21번째 염색체를 하나 더 가지고 왔는지 다운일까? 라는 의심이 들게 되면서 심장이상으로 인해 엄마의 젖도 빨기 전에 병원 수술대에 먼저 눕게 되기도 하고 힘든 시간들을 견디어 주면서 엄마와 아빠의 품으로 오게 되기 까지 아빠는 사랑이 가득 담긴 러브레터를 '은재 아빠의 반성문'처럼 써내려간다. 은재 엄마와 은재는 얼마나 행복한 여인들인가.가끔 글을 쓰면서 내 삶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고 싶다는 혹은 가까운 가족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도 그것이 진정 행동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릴 때 아직 열정이 부족하구나 느끼곤 하는데 은재아빠의 글을 읽다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어떻게 보면 시인이기 이전에 은재아빠로 우뚝서게 해준것은 딸 은재다.은재가 다운이라기 보다는 그에겐 세상에 누구보다 이쁘고 사랑스러운 딸로 그외 가족들에게도 이쁜 존재가 되어 반짝여 주고 있고 모두가 그 존재를 받아 들여주고 있다는 것이다.언젠가 분식집에서 가끔 일했던 시간이 있는데 그곳에 다운증후군인 청년이 있었다.그 청년이 먹는 메뉴는 늘 정해져 있다. 김밥 두 줄에 단무지,앉는 자리도 정해져 있고 청년의 모든 행동은 정해진 규칙처럼 일정한 시간에 모든 수순에 따라 시작되고 끝이 났다. 그런데 그 청년을 다른 사람들은 기피했다.한번 잘못 엮이면 호되게 당한다면서 피하게 되었는데 난 그 청년과 말도 잘 나누고 그 청년을 담당하듯 했는데 '이모'라고 하면서 무척 좋아하는 것이었다.편견을 가지고 보면 우리와 다르지만 편견을 가지지 않으면 우리와 똑같은 존재다.가정에서 사회에서 밀어내기 보다는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데 다운 자녀를 자긴 부모들이 살아가기에 힘든 일들을 가끔 티비에서 본 듯 한데 더 많이 세상과 어우러질 수 있는 시선과 공간을 만들어야 할 듯 하다.그들도 누군가에게는 분명 빛나는 존재이다.

 

은재아빠의 반성문 혹은 러브레터라 할 수 있는 글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이십여년이 넘게 자식을 키워 왔지만 내 자신이 반성을 하게 만든다. 현재도 모자라는 부분만 가지고 녀석들에게 잔소리를 하는데 사랑을 주기 보다는 자식에게 무언가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칭찬보다 늘 잔소리를 했으니 이제부터라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사랑도 더 많이 챙겨줘야할 듯 하다. 은재에게 동생이 생긴다니 더 없이 기분 좋은 일이다.거기에 더 나은 곳으로 이사며 모든 일들이 은재라는 별이 반짝반짝 빛났기 때문에 모든 일들이 잘 되었으리라 본다. '잘 왔어 우리 딸' 정말 아빠에게는 힘이 되는 소리,아니 부모에게는 힘이 되는 소리가 아닌가 한다.초보 부모라면 아니 모든 부모들이 읽어보면 좋을 듯 하고 장애아에 대한 편견을 가진 이게도 도움이 될 반성문이다.은재에 대한 사랑의 반성문이 나왔으니 은재 동생과 은재의 이야기 그 후편을 시인은 또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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