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황태자비 납치사건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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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비 납치사건>을 낸 후 13년 만에 다시 <신황태자비 납치사건>이 나왔다. 이 책을 읽는 중에 일본은 내년 봄부터 사용될 초등학교 5.6학년용 사회 교과서에 모두 '일본 고유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령했다.' 는 주장이 담긴다고 한다.정말 신라장수 이사부가 지하에서 벌떡 일어나실 일이다. 은근과 끈기를 미덕으로 여기는 백의민족인 우리,당연한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무어라 말을 하지 않아서인지 우리 땅도 자기네 땅이라 우리고 남의 땅도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일본은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가르쳐서 일본의 미래가 도대체 어떻게 되길 바라는 것인지. 과거 역사를 왜곡한다면 미래는 자라나지 않고 퇴화한다는 것을 어디선가 본 듯 한데 그들이야말로 퇴화의 길을 스스로 걷겠다는 것인지.

 

저자의 책은 대부분 다 구매를 하고 읽어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역사를 다룬 소설들이라 소설속에서 만나는 역사지만 좀더 역사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만든다. <고구려> <1026> <천년의 금서> <최후의 경전>을 읽었고 다른 책들도 읽으려고 갖추고 있지만 기회를 아직 만들지 못했다. 다른 어떤 작가의 작품들보다 꼭 챙겨보게 되는 작가가 바로 김진명이다. 어떻게 보면 공교육에서도 멀어진 역사를 그가 일깨우고 있다고 보는데 다른 어떤 것보다 '국사'는 반드시 필수과목이 되어 아이들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자신의 역사를 알지 못하고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우리는 지금 뿌리가 없는 나무를 보고 잘자라고 거름을 주고 물도 주고 갖은 정성을 들이고 있는 것과 같다. 뿌리가 없는 나무는 잘자라지 못한다. 뿌리가 없어도 스스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나무가 있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갖은 비바람을 이겨내야 하는 역경의 시간을 거쳐야만 한다.지금 우리가 그런 위치에 놓여 있는 것만 같다.

 

일본은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을 뉘우치기는 커녕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라고 떳떳하게 교과서에 올리지를 않나 '난징 대학살'을 자신들의 입장에서 '난징전투'라는 어처구니없이 역사를 왜곡하고 합리화 시키고 있다.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숨기려해도 여기저기서 그들이 저지른 만행의 '진실' 은 그 오랜시간이 지나도 빛을 바래지 않고 수면위로 올라 낱낱이 밝히고 있다. 그들이 짓밟은 한반도 곳곳에 아직 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거짓을 자기자신들만 믿는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에게도 주입식으로 왜곡시키는지 가슴이 끓는다. 그렇다고 딱히 일본을 적대시 하며 행하는 행동은 없으니 그게 더 화가 나기도 하는데 이런 소설이라도 읽으면서 애국심을 키우듯 불끈불끈 하는 일로 삭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씁쓸하다.

 

"그렇다면 역사란 뭔가? 현대사는 어떻게 기술되는 건가?"

"역사는 주장이야. 사실을 잔뜩 열거해 늘어놓고 크고 작은 순서대로 정리하는 것이 역사가 아니야. 역사란 어떤 시각을 가지고 그 시각에 따라 사물과 현상을 배치하는 거지."

"그럼 거기에 진실은 없다는 말인가? 역사학자란 진실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아니란 말이야?"

"역사 기술은 힘이야.힘 있는 자의 목소리가 기록되는 거지.학자들이란 그 힘에 기생하는 존재들이고."

"그러나 학자의 소신도 있지 않는가.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학자의 소신 말이야."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난징대학살'과 '명성황후 시해사건' 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들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기도 하지만 사실을 은폐하려고 한다는 것. 왜곡된 교과서에서 그들이 무얼 배우겠는가? 제대로 된 역사를 외면하고 위에서부터 썩을 대로 썩어빠진 역사왜곡이이니 그야말로 진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제대로 깨이고 현실을 볼 줄 아는 이들이 있기나 할까? 했는데 소설 속에서 다나카나 황태자비 마사코는 그런 잘못된 역사에 대하여 아니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하여 깊이 뉘우치고 사죄를 한다. 자신들이 똑같은 위치에 처했다면 어떠했을까? 역사에서도 역지사지를 해 본다면 답이 나오는데 자신들 입장만 생각하면 뉘우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황태자비 마사코가 가부키자에서 고교동창생들 둘을 만나러 잠깐 나갔다가 행방불명이 된다.누군가에게 유괴가 되었는데 왜? 누가? 무엇 때문에 유괴를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나카라는 인물이 투입되면서 날카롭고 냉철하게 사건을 파고 들게 되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사건의 실체, 왜 황태자비여나 했나? 누구에게 접근해서 캐낸 정보로 황태자비 마사코를 유괴했을까? 그러다 드러나게 된 범인으로 지목되는 인물이 '중국인' 그리고 그가 사부로 여기는 '한국인'이 물망에 오르고 중국인이 난징대학살의 현장에서 유일한 생존자의 손주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난징대학살이 물 위로 떠오르게 된다. 난징대학살,'일본군이 중국 만주에서 산둥성 지난을 거쳐 난징으로 진격 중에 약 30만 명을 살해하였고 난징 점령 뒤에 약 4만 2000명을 살해했다. 전후 극동군사재판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2개의 자선단체가 난징에서 매장한 유기시체만도 15만 5337구(그 중 어린이가 859구, 부녀자가 2127구)였고 그 밖에 양쯔강에도 대량의 시체가 버려졌다.' 그 현장에서 살아 남은 유일한 생존자가 중국인 범인으로 지목된 이의 조부인데 조부가 평생 외친 말은 '오버타임'이다. '연장전' 이라는 오버타임의 말을 읽고 끔찍하단 생각을 했다.어떻게 사람을 죽이는 것을 가지고 게임처럼 할 수 있고 그 수가 비슷하다고 해서 '연장전'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그야말로 인간존엄성이 완전히 배제된 이야기다.

 

그런가하면 한국인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민비시해사건 현장에서 민비를 지켜야 했던 임무를 맡고 있던 이가 자신의 임무를 내팽개치듯 자신의 목숨만 부지하기 위하여 도망쳤다.그리곤 민비는 무참히 일본군들에 의해 시해가 되고 그것도 모자라 능욕을 당했다. 그런 이야기가 쓰인 '한성공사관 제 435호 전문' 이 존재하느냐 라는 것보다 왜 그들은 그것을 감추어야 했는지 묻고 있다. 그 문서에 쓰인 내용이 무엇이길래. 이 보고서는 소설이 발표된 후 김진명 작가의 끈질긴 추적에 의해 그 실체가 밝혀졌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사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얽힌 소설이라고 하지만 정말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하고 안타깝다. 이렇게 역사가 왜곡되고 감추어지고 있는데도 우리는 국사공부를 소홀히 하고 있으니 꿈나무들이 어떤 미래를 그리게 될지.

 

"이 일은 복수가 아니오. 범죄도 아니오."

"놀랍군요. 사람을 납치해놓고 범죄가 아니라니."

"때로는 의를 실행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범죄요."

......

"이것은 범죄가 아닌,불의에 대한 궐기요."

 

황태자비를 납치를 해서 인질로 삼고 있지만 범인은 전혀 납치범같지 않은 범상함을 풍기기도 하지만 마사코는 범인의 이야기를 듣고 점점 그에게 동조를 한다. 범인에게 동화되기도 하지만 그가 말해준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자신의 현재 상황과 비교해 보게도 되지만 왜 이런 진실이 숨겨져야 했는지 통탄을 하며 범인의 편에 서서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사죄를 하기로 맘을 굳힌다.비록 황태자비이지만 자신도 일개 일본인이라는 것,그렇다면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역사를 은폐하고 왜곡한다고 그 진실이 감추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다나카와 마사코와 같은 인물이 현재 일본과 우리의 관계를 좀더 진취적이면서 우호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인물이 아닐까? 저자는 그런 자세를 원하고 있고 우리도 그런 것을 바라고 있지 교과서에 자신들의 땅도 아니면서 자신들의 땅이라고 거짓을 표기하며 가르치는 것을 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자신들이 저지른 것을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하면 되는 것을 왜 자꾸 숨기려 하고 왜곡하려 하는지.하지만 소설은 그런 과거이지만 현재의 시각으로 풀어 놓는다.우리는 언제쯤 이런 사죄를 받을 수 있을까? 아니 잘못을 했다는 것을 알고나 있기나 할까? 왜곡된 역사를 배우고 진실이 은폐된 역사를 배우고 있고 강요하며 주입시키고 있는데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고나 있는지.

 

소설에서 황태자비인 마사코를 범인들이 민비시해처럼 살해를 했다면 소설은 어떻게 변했을까? 피를 피로 갚는다는 것은 똑같은 것이다. 결코 우리는 그들과 똑같지는 않다는 것을 임선규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소설을 읽다보니 저자가 13년 만에 다시 고쳐야했던 이유를 알 듯 했다.범인이 한국인 두 명에서 중국인과 한국인으로 거기에 '난징대학살' 까지 넣게 되었으니 일본과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인들의 과거만행은 한국 중국 모두에 가해자였던 것이고 한중일은 영토 분쟁에 휩싸여 있다. 자신들의 과거도 뉘우치지 못하면서 영토까지 욕심을 내고 있는 일본,언제쯤 속시원히 과거를 청산하려는지.독도 영토 문제를 교과서에 표기하겠다는 문제로 속이 끓는 중에 읽어서일까 더 부글부글이다.나라가 하지 못하는 일을 '글'이 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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