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 따라 오르다 보면 정상,안성 서운산 산행

 

헬기장에서 내려다 보이는 청룡저수지

 

 

전날 옆지기에게 '토요일 산행갈까요?' 라고 물었는데 시큰둥하다. 요즘 피곤하기도 하고 감기도

오래 앓고 회사일도 바빠 시간이 나지 않는 옆지기,주말에도 출근해야 한다고 했는데 토요일은

쉰다고 해서 간만에 산에 가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그의 대답이 안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일찍

자고 나라도 혼자 뒷산에 가야지 하고 있는데 금욜 늦은 시간에 친구에게 전화,간만에 전화한 친구와

통화가 길어졌다.이제 우리 나이가 나이인지라 애들이 커서 대학 혹은 결혼이나 군대를 보내는 나이다

보니 친구도 아들이 군대에 갔다며 한참 우울증에 빠져 있는가 보다.우울증이라기 보다는 아들홀릭

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듯 하여 난 고딩때부터 딸들과 떨어져 살고 있고 이번에는 모두 살림을

내보내듯 원룸을 얻어 저희들 각자 생활하고 있어 반찬을 해다 주어야 하니 친구의 투정은 사치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혼자 군대에 보내는 것도 아니고.그렇게 수다를 떨다보니 늦어져 늦게 자서인지

아침에 다른 날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는데 옆지기가 산에 가잖다. 웬일이래요 싫다더니..했더니 자기는

싫다고 안했다며 가는 길에 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하며 얼른 가잖다. 가자면 가야지 하고 서둘러 떠나게

된 안성 서운산 산행이다.

 

 

 

 

 

 

 

이곳 서운산 산행을 온 것이 일년만이다. 나도 그동안 여기저기 아파 병원신세이기도 하고 옆지기도

무릎이 아프고 회사일도 바쁘다는 이유와 딸들 고3을 치르느라 여유를 내지 못했다. 모든 것은 내가

시간을 만들기 나름인데 어쩌면 우린 모두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안성 서운산 산행을

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내 체력도 조금 좋아지기도 했지만 산과 자연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나무와 야생화에 대하여 많이 알게 되기도 했고 여러모로 내겐 정말 잊지 못할 곳이며 언제 와도 좋은

곳이다.거기에 들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청룡사>와 수량이 풍부하여 언제나 초록빛이 감도는 <청룡

저수지>가 있어 더 인상적인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간만에 와서인가 <등산로휴식년제>에 들어갔다며등산로가 조금 바뀌어 있다. 가끔 이용하는 등산로 한 곳은 폐쇄가 되어 있다. 이곳을 봄에 오르면 정말 좋다.

다래덩쿨이며 야생화도 많이 볼 수 있어 좋은데 폐쇄다.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다는 것. 은적암

으로 오르는 길도 등산로가 바뀌어 있고 먼저 길은 그냥 놔두었는데 이도 많이 보수가 되어 있다. 많은

이들의 노고가 보이는 길이다. 새로 만들어 놓은 등산로는 흙길로 계속적으로 오르막이라 비나 눈이

오면 힘들듯 하다. 이런 길은 미끄러지기 쉽다. 그런가하면 나무들이 덜 있어 여름엔 더 더울 듯 하다.

나무와 함께 오르는 길이 좋아 먼저 등산로를 이용하여 올랐다.

 

산죽길

 

굴참나무와 갈참나무가 많다

참나무와 다래나무가 어우러져 정글 같은 분위기

 

 

 

 

산죽이 우거진 곳을 걷노라면 참나무와 굴참나무 그외 다래나무등이 어우러져 정글과 같은 으시시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에 이르른다. 이곳에는 정말 큰 참나무가 있었는데 오랜 세월을 견디어 온 나무

는 어느날 쓰러지고 그렇게 또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그리고 다른 나무들도 수며을 다 했는지 하나

둘 죽어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욕심내지 않고 살아가는 나무들,제 명이 다하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다른 나무들의 밑거름이 되고 작은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는 나무,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 좋다. 이런저런 나무들의 서로다른 모습을 보며 오르다보면 힘든 것도 잊는다. 간만에 오니 옆지기도

나도 힘들다. 옆지기는 무릎이 아프다고 하고 난 계속적으로 뒷산을 올랐지만 역시 힘들다.그래도 쉬지

않고 오르다보니 산죽질을 지나 <은적암>인데 이곳 역시나 그 주변이 많이 바뀌어 있다.

 

은적암

 

 

 

 

 

자꾸 변해가는 청룡사와 은적암,처음 만났던 그대로 있다면 좋았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사람이나

자연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없을테지만 몇 년 사이 너무 변해가는 것 같아 아쉽다. 은적암은 그래도

세속의 손길이 덜 닿나보다 했는데 지난해 주변정리가 된 듯 하다. 나무들도 만이 베어지고 등산로

도 정비가 되고 은적암 앞에 있던 감로수도 바뀌어 있다.많은 등산객이 이용할 수 있게 변한듯 하여

좋은 점도 있지만 사람의 발길이 모든 것을 변화시킨듯 하여 찌푸려지기도 한다. 내가 은적암을 좋아

하는 이유중에 하나가 <상사화>가 있다는 것이다.이곳에 연분홍빛 상사화가 피는 8월이면 정말 아름

답다. 상사화군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서운산에는 이곳에 상사화가 많다. 다른 절에도 조금씩

있는데 청룡사입구에는 담장공사로 인해 없어기기도 했고 청룡사 안에는 남아 있지만 이곳 은적암이

더 많다. 그래서 꼭 한번 8월에는 이곳에 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기도 하다.

 

은적앞 앞으로 붓꽃과 밭등이 있는데 그 부분이 많이 정비되고 해우소도 새로 만들어 놓았고 스님들의

정진도량이라 침묵을 해달라고 하지만 등산객들이 지나는 길에 있으니 세상사 소음은 다 이곳에 머물것

처럼 더 많은 등산객이 지나다닐것만 같다. 이날도 주말이라 그런가 등산객이 많았다. 모두 힘들게 올랐

는지 감로수에서 시원하게 물 한잔으로 뜨거워진 몸을 식히고 다시 오르막 길을 오르는 등산객속에 우리도

끼여 물 한 잔 시원하게 마셨다. 그리고 다시 오르막 길에 올랐다.

 

 

   

 

 

산불예방에 나선 헬기

 

은적암에서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오르려는데 <헬기>가 떴다.우리 우리를 향해 날아 온다. 옆지기

와 오르다 말고 멈추어섰다.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멈추어섰다. '누가 다쳤나..아니 어디 불이

났나' 하고 옆지기는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왜 안그렇겠나 바로 머리 위에서 방송하며 '털털털..'

헬기가 날도 있으니 산을 올라야 하는지 내려가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불이 났다면 내려

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물이 담겨져 있지 않다. 산의 초입에서 만난 '산불예방방송차량'

처럼 지금 전국은 극심한 건조로 인해 [산불예방방송및 훈련]을 하는가 보다. 그렇게 바로 위에서

헬기는 자꾸 맴돌며 방송을 하니 사실 약간 겁도 나고 구경거리도 생기고.

 

아빠와 함께 비박 산행을 나선 꼬마친구,대단하다. 

 

 

은적암에서 헬기장 전 쉼터에 이르기까지가 제일 힘든 길인듯 하다. 예전 처음에 이곳 서운산 산행을

시작했을 때에는 이곳에서 몇 번 정상 포기를 하고 돌아가기도 했다.그렇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산행을 시작했다. 뒷산도 잘 오르지 못하던 나였으니 서운산은 내겐 거대한 산처럼 느껴진 때였다.

그런데 이제는 힘들면 쉬면서 그래도 정상까지 오른다. 은적암에서 목을 축였는데 힘들어 자꾸만 물을

찾으며 쉬었다.그런데 거대한 배낭을 메고 오르는 아빠와 아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빠는 무거운 짐을

메고 잘 오르지만 아들은 힘겨워한다.그래도 힘들다는 말한마디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양손에 스틱을

집고 잘 오른다. 꼬마친구의 배낭은 무척 무겁게 보이지만 맨 몸으로도 힘들어 자꾸만 쉬는 나보다 낫다.

비박을 할꺼냐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태백산에서도 둘이 비박을 했다니 그들의 산사랑은 대단한 듯 하다.

그것도 한참 게임이나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이 더 좋을 나이닌 꼬마친구가 아빠와 함께 비박을 한다니.

친구가 앞으로 배워 나갈 인생길은 아무리 험난하다고 해도 거침없이 헤쳐나갈 듯 하다.

 

 

진달래터널

 

 

 

진달래터널

 

은적암에서 오르막을 헐떡 거리며 올라오면 쉼터가 있는 의자가 보이고 그곳에서 조금 더 오르다

보면 정자와 진달래터널을 만나게 된다.이제 정상이 코앞이라는 것이다. 이곳은 진달래가 피는

4월이면 진달래꽃이 터널을 이루는 곳이며 이곳을 지나면 바로 헬기장이다. 진달래가 피지 않은

달이라 허전하긴 해도 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 기분 좋게 지날 수 있으며 정상 바로 밑 헬기장,

청룡저수지밑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좋다.

 

 

 

 

 

 

 

 

헬기장

 

드디어 헬기장에 도착했다. 이곳에 오면 가슴이 탁 트이며 좋다. 멀리 아래로 청룡저수지와 마을이

보이고 꼬불꼬불 길도 겹겹이 산이 모두 보이기 때문에 서운산에서 제일 전망이 좋은 곳이지 싶다.

비박을 하러 올라오던 부자는 헬기장에 텐트를 쳤다. 밤에 야경을 보기 위하여 약간 질지만 아래쪽에

텐트를 쳤는데 관리하는 아저씨가 오셔서 조금 위쪽에 텐트를 치시라고 하셨다.질다고.하지만 야경

을 보기 위하여 그들은 텐트를 옮기지 않았다. 우리는 이곳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담기도 하고 맑은

공기와 시원한 풍경을 맘껏 담았다.어쩌면 이 풍경을 위해 오는지도 모르겠다. 산행을 가려고 하면

맨 먼저 생각나는 곳이 이 서운산이고 이런 풍경이 눈에 아른아른. 오늘도 역시나 풍경은 좋다.

그런데 이런 풍경을 위하여 이곳도 나무를 많이 베어 아쉬웠다. 앞에 산벚꽃나무가 있어 산벚꽃이

피는 계절에는 산벚꽃과 함께 아름다운데 모두 벤 듯 하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 법,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없나보다. 세상의 저울은 공평하다.

 

 

 

 

 

 

 

서운산 정상에서(547m)

 

사람들이 정상에서 먹을 것을 먹다보니 부스러기가 많아서인지 새들이 많다. 

 

산행을 오는 길에 김밥을 서서 차 안에서 먹으며 왔다.아침을 먹고 출발하면 늦을 듯 하여 김밥을

사려고 동네 김밥집에 들렀더니 가는 장날이라고 문을 닫았다.그래서 다른 지역에서 김밥도 사고

옆지기가 마트에서 캔막걸리도 사왔다.가면서 막걸리를 사가겠다고 집에서 고추장과 멸치를 가져

왔기에 막걸리는 꼭 사야했던 것.정상에서는 옥수수 막걸리를 한 잔에 2000원 씩 파는 이가 있다.

이곳에 오면 가끔 한 잔 사서 나누어 마시곤 한다.시원하게.주말이라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많은

등산객들 편의를 의해 시에서는 여기저기 나무의자를 놓아서인지 정상에서 점심을 먹는 등산객들이

많다. 우린 전당대에서 잠깐 풍경을 감상하고 사진도 찍고 그렇게 나무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준비해간 캔막걸리를 마셨다.그런데 정상에 오니 오르면서 땀을 흘린 것이 식어서이기도 하지만

바람이 차서 막걸리를 마시니 더욱 오돌오돌,춥다. 하나만 비우려고 했는데 옆지기와 어떻게 마시다

보니 두개를 다 비웠다. 점심은 가는 길에 <매생이국>을 먹고 가기로 해서 모두 간단하게 먹기로.

 

 

 

 

 

 

 

인생도 산도 오르막은 정말 힘들다. 헉헉 거리며 쉬고 또 쉬어도 오르막은 여전히 힘들다.

힘들게 올랐던 그 길을 내려오는 길에는 단숨에 내려오고 말았다. 정상에서 잠시 쉬다가 헬가장에

들러 양지녁에서 햇빛을 쪼이며 제주에서 사 온 초콜릿을 먹었다. 초콜릿이 하나 남아 있어 비박을

하는 용감한 꼬마친구에게 주었다. 두개가 있나 하고 찾아보니 하나라 어쩔 수 없이 꼬마친구에게만.

그리곤 진달래터널을 지나고 정자에도 들르지 않고 쉼터를 지나 힘들게 올랐던 헐떡고개인 은적암

뒷편길을 단숨에 내려갔다. 그리고 은적암에서 다시 시원한 물로 목을 축였다.그리곤 우리가 오르던

나무숲길이 아닌 새로 난 흙길로 내려가보기로 했다.

 

 

 

 

 

 

 

 

역시나 익숙한 길이 좋다. 가지 않았던 가보지 않았던 길은 처음에는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

그래도 새로운 풍경을 만나며 흙길을 내려오다보니 금방이다.이 길을 오르는 사람들에게는 참 미안

하게 쉽게 쉽게 내려갔다. 이곳은 돌도 많고 물도 많다.물이 많아서 늘 청룡저수지에 마르지 않고

초록빛 물이 가득인가보다. 계곡의 물소리가 참 좋아 자꾸만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시원하게 쏟아

져 내리는 물소리가 좋아 핸펀에도 저장을 했다. 바람소리 물소리 모두 담긴 물소리를 내가 직접

듣는 것과는 다르다.그래도 나중에 들어보면 이 시간을 추억할 수 있을 것이고 산에 오고 싶을 때

들으면 좋을 것이다.힘들게 올랐던 서운산 산행,그래도 무사히 마쳤다. 옆지기가 날보고 잘 오른다고

한다.예전에 비하면 말이다. 헉헉 거리며 몇 발자국 떼지도 못하던 때가 있었는데 뒷산도 혼자서

오르고 이렇게 서운산 산행도 무사히 마치고 참 다행이다.올해는 정말 이 서운산도 자주 와야할 듯

하다. 힘들지만 오르고 나면 정말 좋은데 자꾸만 핑계로 산행을 미루다보니 연중행사처럼 오곤하니.

올해는 우리 자주 옵시다.서운산에.

 

서운산 청룡사

 

대웅전 금강역사가 처마밑에

 

 

 

 

 

관음상이 있던 층층나무,누가 관음상을 쳐서 없애버렸단다.옆에 나무는 청룡이 있다고 하는 나무.

 

안성 서운산 <청룡사>,이곳에 오면 늘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런데 이곳 역시나 자꾸 세속의 물을

먹고 있는듯 변하여 가니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겨울에 담장이 허물어진 것인지 담장 공사가 한창

이다. 예전에는 일주문 오른쪽으로 감나무며 불두화며 꽃나무와 나무들이 울창해서 좋았는데 그

나무들이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리고 지금은 한창 담장공사 중이다. 너무 삭막해져 가는 듯 하여

씁쓸하다. 대웅전 옆에는 배롱나무가 있었는데 이마져도 겨울에 추위에 얼어 죽었다고 하더니 나오

던 싹마져 다 죽었나 보이지 않고 대중전을 오르는 양쪽 층계는 너무 현대적으로 보수가 되어 보기

흉다다.그냥 예전에 있언 돌층계로 놔두지 허옇게 층계만 도드라지게 공사를 해 놓으니 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눈에 거슬린다. 요즘 절에 가보면 이런 곳이 많다.보수를 해 놓는 것이 너무

현대적이라 역사가 깃든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다.부조화.일주문을

들어서면 바로 만나는 층층나무,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나무다. 이 나무는 반은 죽어 있으면서도

반은 살아서 늘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나무가 돋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나무에 [관음상] 형상이

있어서였다.그런데 누군가 그것을 주먹으로 쳐서 부렸뜨렸단다. 아,왜 그랬을까. 아무리 죽은 나무에

생긴 형상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없애버릴 이유가 그에겐 있었던 것일까. 여러모로 눈을 찌푸리게 하는

청룡사가 되어가고 있는듯 하여 씁쓸함을 간직하고 하산을 했다.청룡사 주차장 입구에서 옆지기가

어묵을 먹고 가자고 하여 3개에 2000원 하는 어묵을 먹고 볶은 땅콩 만원,냉이 삼천원,도토리묵가루

만팔천원을 주고 샀다. 묵가루가 많이 올랐다.작년에는 만오천원 했는데 말이다.그래도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나아 한봉지 사고 오늘 산행을 모두 마치고 점심으로 [매생이국]을 먹으러 길을 떠났다.

 

201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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