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첫 뒷산 산행,상큼한 바람이 좋아요

 

 

새해 첫 해돋이를 보자고 첫 날 뒷산 산행을 하기로 했건만 춥다는 이유로 눈이 온다는 이유로

그냥 자고 말았다.일어났지만 가고 싶지가 않았다. 처음부터 게으름모드,전날 새벽3시에 잠자리에

들었으니 잠이 고팠고 눈이 내려기도 했지만 날이 흐려 해돋이를 못 볼것 같아 포기하고 말았다.

이런 포기는 정말 쉽고 간편하게 한다. 첫 날 산에 가지 못했기도 했지만 어젯밤에 눈이 내리고

뒷산에 올라가면 상큼하면서도 시원한 공기가 고파서 아침부터 뒷산에 가고 싶어 안절부절,그럴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녀와야만 한다.

 

 

 

산에 가기 전까지는 무척이나 망설인다.봄 여름 가을에도 그런데 겨울에는 오죽할까.

춥다는 이유로 눈이 왔다는 이유로 미끄럽다는 이유로 망설이기도 하고 포기하기도 하고.

하지만 오늘은 새해 꼭 시원하고 새롭고 상큼한 공기가 필요하다. 요즘 무언가 게으름 모드에

짜증덩어리가 내 안에 가득했다. 그것들을 모두 배출하고 와야할 것만 같다.

 

보온병에 메밀차 한 병 채우고 모자에 머플러에 아이젠 그리고 스틱까지 챙겨 들고는 단단히

준비하다보니 뒹굴어 갈것만 같다. 껴입고 또 껴입고 추울까봐 온통 싸매고 나섰더니 무겁다.

꼭 이렇게 하고 가서는 후회를 한다. 산을 오르다보면 덥기도 하고 온통 싸매고 온것들이 부담

스러울 때가 있다. 또 그럴까봐 큰딸이 한마디한다. '엄마 또 그러다 땀 뻘뻘 흘리고 온다..'

그래도 좋다. 산에 간다는 이유만으로...

 

 

 

 

뒷산에 가기 전에 친정엄마의 전화,퍼모카신을 하나 사서 보내 드렸더니 울엄니 날 걱정하며

전화를 하셨다. 올해는 아프지 말고 모든것 날 위해 쓰라고 하시는 엄니,뒷산에 가려고 한다고

하니 눈 와서 미끄러운데 간다며 또 걱정이시다. '엄마,눈 와서 가는거야.눈보러.시원하니 좋아.'

울엄니 내가 또 뒷산에 잘 다녀왔는지 걱정에 걱정을 하실 듯. 아버지 보내 드리고 혈압이 생겨

혈압약을 드시는 엄마,어제 배송이 된 털모카신을 신고 다녀오신듯 하다. 필요없다고 해도

'발에 꼭 맞는다.' 엄마 맘에 드신다는 이야기다. 엄마의 전화를 받고 마음 가볍게 산을 오르는데

나무에 눈이 많지 않아 그냥 오늘은 운동삼아 올랐다. 조금 올랐는데도 벌써 공기가 다르다.

시원하게 볼을 스치는 바람도 좋고 가슴 깊숙히 파고 드는 시원함도 좋고..정말 나오길 잘했다.

이런 맛에 겨울산에 오는가 보다. 산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그래도 내겐 참 고마운 뒷산이다.

올해는 더불어 뒷산 산행을 더 많이 하기로 스스로 약속을 하였으니 오늘 발도장 쾅쾅

제대로 찍고 가야할 듯 하다.

 

 

 

 

 

 

눈길에서는 바르게 걸어가야 한다. 자신이 간 발자국이 다른 이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

그런가하면 어떤 자세로 걸어갔는지 발자국에 다 나타나 있다. 눈이 내리고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다녀갔는지 눈 위로 길이 나 있다. 길은 사람이 만드는가 보다. 나도 누군가 지나간 그 길로

내 발자국을 더하며 올라갔다. 조금 헉헉거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걷다보면 내가 걷는게 아니라

나 아닌 누군가의 다른 이의 힘으로 걷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스스로 걸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른 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산에 나 혼자,기분이 너무 좋다.바람소리 나무들이 부딪히는 소리..

고요한 공간을 가르며 떨어지는 눈소리등 너무 좋다. 일주일에 못 와도 한번씩은 꼭 오리라

다짐해본다. 올해는 꼭 산행계획을 이루고 말리라.

 

 

 

 

 

 

꼭 산에 오기전과 산입구에 들어서면 생각을 한다. 동산을 오르지 않고 둘레길만 걷겠다고..

하지만 산에 들어서면 그 생각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 버리고 동산을 오르고 둘레길도 걷곤 한다.

오늘도 마찬가지.요즘 팔도 아프고 힘들어 그냥 둘레길만 걷고 가야지 했던 것이 동산도 가뿐히

올랐다. 헉헉 숨을 내쉬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뿐하게 올랐다.아마도 옷을 많이 껴입고 와서일것이다.

옷을 많이 입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춥지 않아 땀이 흘렀다. 그 땀이 정상에 오르니 식어 시원하다.

멀리 보이는 곳도 모두 하얗게 옷을 입었다. 눈이 내려 하늘은 맑고 나무숲이 아닌 아파트 숲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씁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런 동산이라도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마운 일이다.

 

 

하산길..조심 조심 했더니만 허리가 다 아프다

 

 

 

 

 

 

생태로와 연결된 산은 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가다보니 발길이 그곳을 향하고 있다.

하산길은 나무도 쓰러져 있고 미끄럽기도 하여 조심조심해서 내려왔더니 허리가 다 아프다.

스틱을 짚고 게걸음처럼 혼자 한숨을 쉬어가며 내려가다보니 스릴있다. 늘 마음은 망설이지만

몸이 먼저 반응하듯 하실길도 가뿐하게 내려가고 산책로로 이어진 길도 잘 가고 그렇게 혼자

길의 끝에 머무르니 공기가 참 좋다. 시원한 공기를 가슴 깊숙히 들이 마시며 있는데 철새떼가

날아간다. 내가 나서지 않고 망설이기만 했다면 만나지 못했을 풍경이다. 늘 시작은 힘든데

시작하고 나면 한달음에 오곤 하는 뒷산, 망설이고만 있었다면 시원한 공기도 따뜻한 메밀차도

마시지 못했을텐데 오길 잘했다. 늘 산에 오면 하는 생각이지만 이렇게 한번 발걸음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니..올해는 내 게으름과 싸움을 해야만 할 것 같다. 그 싸움에서 이겨서 뒷산을 자주

찾게 되기를. 내 안에 보다 시원하고 상큼한 공기를 자주 교환해줄 기회가 오기를.

 

20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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