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 개정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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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탑을 알게 된 것은 여주 신륵사 여행에서 였다. 여주에 가족여행을 갔다가 목아박물관을 들렸다가 신륵사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 마침 문화해설을 하시는 분이 있어 신청을 했다. 딸들이 있었기에.그랬더니 혼쾌히 응해주신 아'줌마,그렇게 여기저기 이야기를 듣다가 탑 앞에 이르렀는데 '이게 무슨 탑인지 아세요,이 탑은 '벽돌 전'자를 쓰는 전탑이랍니다.' 하시며 땅을 고르고 막대기를 찾아 벽돌 전 자를 땅바닥에 쓰시며 전탑에 대하여 설명해 주신 것이 벌써 몇 해 전인지. 하지만 전탑이란 것은 정말 확실하게 내 머리속에 각인이 되었다. 석탑과 그외 탑에 대하여는 많이 듣고 알고 있었지만 '전탑'이란 것을 처음보았기에 딸들과 정말 신기한듯이 보았던 생각이 나는데 이 책에서는 '전탑' 에 대하여 확실하게 도장을 찍을 수 있도록 세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 반가움에 읽게 되었다. 안동의 동부동 오층전탑,고성 이씨 종택과 법흥동 칠층전탑 사진은 '아, 이 탑' 이라는 내 안에 잠자고 있던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었다.스쳐듣 듯 들었던 것들이 이 책에서 이렇게 한개도 아니고 여러 탑을 보게 되다니,사진 뿐이지만 그래도 너무 좋다.내가 마치 답사를 하고 있는 것처럼.




책의 처음 답사지는 '서산' 이다. 서산은 내가 사는 곳과 가깝다면 가까운 곳이라 몇 번 갔던 곳이다. 또한 개심사 간월도 해미읍성 천주교박해지 등 다른 곳은 들렀는데 몇 번 가면서 왜 유독 '서산마애삼존불' 에 갈 기회가 없었는지 무척이나 안타깝다. 그곳에 한번 이라도 가서 마애삼존불을 보았다면 글과 사진을 읽으면서 이렇게 아쉬움은 없었을텐데 올 봄에도 다녀온 개심사에서 가까운 보원사지와 서산마애삼존불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올봄은 갑자기 날이 흐려지는 황사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당일 여행이라 개심사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서산마애삼존불은 다음에 봐야 겠다며 발길을 돌렸던 것이 아쉽다. 백제의 미소를 바로 앞에서 놓쳤다는 것이,하지만 아쉬움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니 다음엔 꼭 서산에 가서 서산마애삼존불에서 백제의 미소와 성원할아버지의 긴시간을 한번 느끼고 오고 싶다. 서산마애삼존불은 '향하고 있는 방위는 동동남 30도, 동짓날 해뜨는 방향으로 그것은 일년의 시작을 의미하며,일조량을 가장 폭넓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이다. 경주 토함산 석굴암의 본존불이 향하고 있는 방향과 같다.' '서산마애삼존불은...... 소리없는 공력과 드러내지 않는 기교의 미덕을 모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 점은 실로 귀한 것이다.' 드러내지 않는 기교의 미덕이 얼마나 과학적이면서 대단한지 정말 언제 한번 느껴봐야 겠는데 올 가을에는 한번 꼭 가서 봐야겠다.'아침에 보이는 미소는 밝은 가운데 평화로운 미소이고 저녁에 보이는 미소는 은은한 가운데 자비로운 미소'라는 표현에 정말 마음을 훔뻑 빼앗겨 버렸다.




서산마애삼존불과 함께 지리산 여행에서 천은사 화엄사 쌍계사등은 다녀왔는데 지난 봄여행에도 '연곡사' 를 놓쳤다. 그곳을 못 간 대신에 '운조루'를 다녀왔는데 연곡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이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연곡사로 향하는 길은 지리산 피아골 계단식 논을 만날 수 있다니 좋은 구경을 놓친 것이다. 다랭이 논은 남해에 가서 보고도 싶었는데 이 또한 가지 못했는데 연곡사 가는 길에서도 만날 수 있다니 진작에 알았다면 아마 이곳을 포기하지 않고 들렀을 것이다. 우리나라 절들은 많은 절들이 전쟁의 아픔과 역사를 함께 한 절들이 많은데 이곳은 故 박경리의 '토지' 에서 등장한 곳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사리탑을 보니 꼭 가보고 싶다. 곡성의 태안사에 갔을 때 부도탑들에 감탄한 적이 있는데 연곡사의 사리탑 또한 승탑 중의 꽃이라 하니 꼭 한번 가봐야 할 것 같다. 대부분 산사에 가면 절만 구경하고 '부도' 는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난 일부러 부도탑을 찾아 구경하곤 한다. 내가 잘 가는 안성 청룡사라는 절 또한 부도탑은 절과 거리가 떨어져 있으니 부도탑을 찾는 사람들은 얼만 없다. 아니 내가 부도탑을 보고 있을 때 일부러 와서 구경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대부분 산사와 산에 오면 산행 아니면 절의 대웅전만 구경하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부도탑을 보는 재미도 있다는 것을 '연곡사 사리탑' 을 보고 찾고 싶다.


 
이 책은 내가 가 본 곳도 있지만 대부분 가야지 하고 가보지 못한 곳들이 담겨 있어 내겐 정말 좋은 정보가 되었다. 안동도 언제 한번 딸들과 가족여행 계획을 잡아 가보겠다고 하고 가보지 못했는데 정말 볼 것이 많은 곳이기도 하면서 불국사는 가족여행을 했던 곳이고 수학여행 신혼여행등 정말 대부분의 여행이란 여행에서 뻬놓지 않고 다녀온 곳인데 이곳에 설명이 된 것을 보니 다녀오지 않은 것처럼 '이런 것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책에 있는 '불국사 건축의 세부 관찰' 을 옮겨 보면 첫번째는 대웅전 정면으로 오르는 돌계단의 소맷돌 측면의 살짝 공그른 곡선의 아름다움이다.'소맷돌' 이름도 정말 이쁘다. 여인의 한복 저고리의 소맷단의 곡선미를 어떻게 계단의 측면에 이용할 생각을 했을까. 이것은 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름도 이쁘고 장인의 숨겨진 미를 볼 수 있는 소맷돌을 불국사를 여러번 갔지만 내 기억엔 없다. 아쉽다. 두번째는 석가탑의 탑날개 직선의 묘이다.석가탑의 아름다움은 바로 우아한 부드러움이 있으면서도 견실한 힘이 느껴지는 디테일의 묘이다. 세번째는 석축에서 그랭이법을 자연석 위에 얹힌 장대석을 자연석 모양에 따라 깎은 것이다. 와 얼마나 장인정신이 느껴지고 과학이 느껴지는 묘미인가. 자연석 위에 인공석을 얹으면서 자연미를 주기 위한 이런 기법은 정말 대단하다. 네번째는 극락전 안양문에서 연화교를 내려다보면서 연꽃무늬가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것을 보는 것이다. 이 또한 본 기억이 없다. 다음에 가면 꼭 찾아봐야할 듯 하다. 다섯번째는 관음전에 올라 관음전 남쪽 기와담 너머로 보이는 회랑과 다보탑을 꼭 보여주는 것이다. 여섯번째,불국사 서북쪽의 빈터에는 불국사 복원 때 사용되지 않은 석조 부재들이 있다... 뒷간에 사용되었던 타원형으로 구멍난 돌은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그리고 자연석과 인공석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게 한 축대및 경루의 석축 범영루의 기단등 정말 아름다움은 끝이 없다. 그런데 다녀온 것이 너무 오래 된 것인지 내가 볼 것을 못 보고 온 것인지 기억에 없다. 다시금 불국사를 찾아 이런 '숨은그림의 미' 를 찾고 싶다.


 
어찌 위의 것들만 기억에 남을까 하나하나 모두가 기억에 담고 싶고 가지 못한 곳은 답사를 가고 싶고 갔었던 곳은 다시금 가서 내가 찾지 못했던 것들을 찾고 싶다.우리 전통건축은 자연과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을 더욱 드러낸 것 같다.자연속에 건축이 들어서도 따로 놀지 않고 하나가 되듯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전통건축,그리고 자연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뿐만 아니라 건축에서 바라보면 앞에 펼쳐진 자연 또한 모두 아우를 수 있는,품 안에 모든 자연을 품을 수 있는 너그러움을 함께 한 듯 하여 너무 좋다. 인공미를 가했어도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연과 하나가 된 듯 한 전통건축에서 옛그림에서 느끼는 '여백의 미' 를 전통건축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통건축에서는 건물 자체가 아니라 방과 방 사이, 건물과 건물 사이가 더욱 중요한 공간이었다. 즉 단일 건물보다는 집합으로서의 건축적 조화가 우선이었던 까닭에 그 집합의 중심에 놓이는 비워진 공간이 마당은 우리 건축의 가장 기본적 요소이며 개념이 된다.' 6권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전통건축의 미는 어느 곳에서 보아도 서로 다른 모습이라고 했듯이 어느 곳으로 들어가고 나와도 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고 작은 공간까지 그대로 놔두지 않고 미를 강조한 우리 전통건축을 다시금 보게 된 것 같다.




아무리 좋은 문화유산이라도 우리가 제대로 지키고 보존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쓸고 닦고 하듯이 훼손시키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주거나 보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임을 불국사 복원이나 석가탑 복원을 보며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우리것의 소중함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지키는 것 또한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우리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책이기도 하다. '봉정사에 다시 왔을 때 나는 여기도 참나무 숲길이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됐으니 사람이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지나치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인가를 새삼 깨닫게 됐다.' 참나무 숲길도 그러한데 우리 문화유산은 어떠할까,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지나치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다. 내가 알고 보면 그것의 이름을 불러 줄 수 있고 소중함과 애착심을 가질 수 있지만 모른다면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다. 내가 불국사에 가서 소맷돌과 자연석과 인공석이 조화를 이룬 축대를 보지 못한 것처럼 그냥 지나친다면 문화재는 그곳에 있어도 그 값어치를 모를 수 밖에 없다. 그런 '모름과 앎' 의 간극을 줄여주기도 하고 제대로 문화재의 이름을 불러 주듯 제대로 알고 다시 보게 만든다. 그렇다고 작가처럼 세세하게 알지는 못해도 한개를 알아도 제대로 알고 다시금 숨겨진 미와 역사를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의 트임을 주는 책이다. 책을 읽고 나서가 아니라 읽으면서 바로 답사를 떠나고 싶은 마음,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곳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많이 있다는 것을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된다. 떠나야 할 것만 같다.숲길을 지나쳤다면 숲길을 보고 소맷돌을 놓쳤다면 소맷돌을 찾으러 곧장 떠나고 싶게 만드는 문화와 역사 이야기가 주저리 주저리 벽돌 한 장 한 장으로 전탑을 쌓듯 모두가 소중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문화유산답사기, 이 또한 소중한 유산이 될 것만 같다.


 
소맷돌과 그랭이법소개.

<이미지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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