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협객 백동수 - 18세기 조선 남아들의 인생 역정, 수정증보판
김영호 지음 / 푸른역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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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문인들에 의해 쓰여지기 때문에 무인들에 대한 이야기나 무인들이 많이 드러나지 않고 묻힌 듯 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백동수' 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방영중인 드라마에서다. 처음부터 집중하여 본것도 아니고 관심을 가지고 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시간이 되면 보고 드라마도 그렇지만 BG가 더 좋아 흥얼흥얼했는데 어찌하다보니 '인물 백동수' 에 끌리게 되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문화부흥을 이룬 정조와 함께 그 시대를 주름잡던 인물이라 할 수 있을까.

서얼이 설 곳은 없다
이 책을 읽다보니 조선시대 서얼이란 정말 어느 곳에서도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한번 더 느꼈다. 서얼이라는 이유로 그가 문,무를 겸비한 재능있는 사람이라 해도 서자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소외된 지식인들,어찌보면 소외된 이들을 조명했다고 해도 될 것처럼 그들의 인생이 얽혀 있으니 읽는 동안 마음이 짠하다. 왜 그런 법이 존재해야 했을까? 서자로 태어난것도 서럽고 안타까운데 어떻게 서자라는 이유로 그 앞길마져 캄캄할 수 있단 말인가.

스승과 벗을 잘 만나야 제대로 가르침을 받는다.
하지만 백동수,그는 서자였지만 관직에 오르기도 했고 정조를 호위하기도 하는가 하면 무예책을 <무예도보통지>까지 완성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렇다면 그사람은 문,무를 모두 겸비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인물이 왜 지금까지 묻혀 있었던 것일까? 서자였기에 무관이었기에. 만약에 그가 지금시대에 살았다면 어떠했을까? 그가 문,무를 가리지 않고 재능을 겸비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좋은 스승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고 벗을 잘 만난 것 같다.그와 함께 어울렸던 벗들인 자형인 이덕무,그리고 박제가 박지원등 시대를 누비고 우리가 역사책 속에서 달달 외우며 만날 수 있었던 인물들은 다 이 속에 녹아나 있다.그리고 그런 인물들과 함께 '망년교'로 지내며 그의 인생은 완성되어 갔다고 볼 수도 있겠다. 망년교란 열 살 이상 나이가 차이나도 벗으로 사귀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이렇게 나이를 따지지 않고 사귀는 경우를 가리켜 망년교忘年交라 한단다. 동고동락하듯 했던 스승과 많은 벗들이 그 시대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그 속에 그 또한 벗들이 한 획을 긋고 있을 때 그도 한국무 쪽에서 한 획을 긋고 있었던 것이다.그것이 지금 새로 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자라는데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확인한다. 무관집안에서 서자로 태어났지만 남다른 골격을 가지고 태어나 무에 잘 어울렸던 백동수,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저마다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때 그들과 다른 분야인 '무' 라는 것에서 자신의 길을 발견하고 서자라는 이유로 관직에도 오르지 못하자 아산에서 손수 농사를 짓는가 하면 기린에서는 '목장' 까지 발벗고 나서서 꾸려 나가며 무 뿐만이 아니라 '경세지학'에도 힘을 쓴 그,'이 시대 선비들이 해야 할 일은 백성들의 삶을 바꾸는 일이네.' 라는 이덕무의 말처럼 직접적으로 백성들이 하는 일을 몸소 겪어 보았기에 누구보다 그 아픔을 제대로 알고 있었기에 좀더 대기만성으로 시대를 기다리며 '야뇌'에서 '인재'가 되기 위하여 도자기처럼 세월을 기다리며 구워지고 있었던 삶은 아니었는지.

작가가 '협객 백동수' 라는 인물을 찾아 내어 완전한 인물로 복원하기 위한 노력은 책 곳곳에서 보인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 인물에 투자를 하였고 역사 속에서 그를 온전하게 찾아 내었는지,그렇다고 그의 인생 모든 행간을 그려낼 수는 없었다고 해도 난 이 책을 통하여 한 인물을 오롯이 만난것처럼 그런 인물이 그 시대에 서얼이라는 이유로 그저 눌러 있지만 않고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하여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정조를 호위할 수도 있었고 사도세자의 뒤를 이어 <무예도보통지>를 만들 수 있었지 않았나 한다. 그릇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지만 어찌보면 역사가 그를 거역했다가 다시 그를 살려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는데 그런 인물을 알아 본 주인 정조 또한 인물은 인물인 듯 하다. 책 속에 있는 인물들과 역사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두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덕무' 도 그렇고 그 시대도 그렇고 정말 많은 것을 담아낸 역사서나 마찬가지다. 한 인물을 조명하는데 그 시대를 조명하고 인물을 조명하고 온전한 역사서가 된 듯 하다.그가 협객이나 무사이기 이전에 그 또한 한사람이었고 지아비로 아버지로 한시대를 아우렀다는 것을,좀더 인간적인 백동수를 만난것 같아 넘 흡족하다. 협객이라 하여 그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한 것은 아닌가 했는데 그게 아니 그가 어울렸던 인물들과 한사람의 인생을 고스란히 역사와 맞추어 본 듯 하여 넘 뿌듯하기도 하다. 묻힌 역사는 밝혀낼 수 있다면 이렇게 빛을 보게 해야 한다는 것을,그것이 모두 우리의 몫이란 것을 한번더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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