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된 죽음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8
장-자크 피슈테르 지음, 최경란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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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증오라는 감정은 사랑과 거의 분리할 수 없다...버지니아 울프의 '파도'중에서' 소설이 시작되기 전 나온 글귀가 의미심장하게 눈길을 잡는다.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라는 책은 읽기는 읽었는데 너무 오래되어 이런 문구가 있어나 생각되어지면서 다시금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증오' 에드워드가 친구 니콜라에게 가지는 '증오' 와 글쓰기에 대한 열등감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 하였는지 이소설은 치밀하게 보여준다. 소설은 '로맹가리의 자살'에서 구상되었다고 한다. 로맹가리와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한번도 받기 힘든 공구르상을 두번이나 받은 로맹가리의 삶, 그의 삶도 의문이었지만 그와 아내의 권총자살 또한 의문이라는데 이 소설은 많은 부분이 로맹가리의 삶과 닮아 있다. 그러면서 작가의 허구에서 빚어낸 니콜라와 에드워드의 삶이 출판계와 언론계의 많은 부분을 시사해 주고 있다.

처음엔 장르소설인데 그런 느낌이 묻어나지 않아 무얼까 했는데 조금 읽다보니 에드워드가 니콜라를 만나면서 그의 삶은 음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누리고자 했던 양지의 햇살은 많은 부분 니콜라가 대신했다. 여자와 연애부터 글쓰기등 많은 부분에서 주목을 받았던 니콜라의 삶과 엮이어 들면서 에드워드는 어린시절부터 품고 있던,아니 자신있다고 생각했던 글쓰기 부분에서 서서히 밀려나가기 시작했다. 글쓰기만 밀려나도 괜찮은데 그가 아름답고도 영원히 지우지 못하고 삼십여년 동안 간직하고 있는 '첫사랑' 의 아픔인 야스미나의 사랑과 죽음이 결국에는 니콜라와 관계된 것이었고 그는 야스미나와의 일을 소설로 그려 공구르상을 받게 된 것이었다. 에드워드에겐 아픔인 것이 니콜라에겐 명예가 된 것이 에드워드가 니콜라의 뒤에서 칼을 갈 듯 치밀한 복수극을 준비하게 된다.

일평생 친구와 엮이며 인생이 꼬인다고 생각된다면 어떨까? 친구를 죽이고 싶을까.아님 그 친구와 의절을 하더라도 보지 않고 다른 삶을 선택할까? 너무도 오랜 시간을 그와 엮이여 모든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 치밀한 살인극은 이루어질 수 있었으리라. 니콜라의 전쟁참여및 연애 그리고 결혼과 이혼과 아들 피터에 대한 일까지. 너무 많은 부분을 공유했고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 하였기에 작은 부분까지 내것인양 알기도 했지만 짐작할 수 있었던 에드워드, 어린시절 그의 소설을 고쳐 화려하게 빛을 보게 해 주었듯이 공구르상을 받은 야스미나와 관계된 작품을 그는 그의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시킨다. 늘 니콜라의 빛에 가려 자신의 빛을 발하지 못하던 에드워드,이번에는 진짜 자신의 빛을 발할 수 있을지.

니콜라의 작품을 자신의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에드워드, 그의 작품과 책을 출판할 출판사를 알아 보며 1939년의 출판문화에 맞추어 '완벽한 표절작품' 을 탄생시킨다. 그의 작품은 니콜라의 명성및 모든 것을 앗아 가기에 충분하기도 했지만 완벽했던 것이다. 하루아침에 공구르상 작가에서 표절작가가 된 니콜라, 그가 전쟁 참여에서 입은 부상까지 덤으로 그를 완벽한 표절작가로 몰아가고 그는 일선에서 도망치듯 떠난다. 모든 것은 에드워드의 승리로 보이지만 그런 승리를 거머쥐었다고 자신의 열등감 속에 자리하고 있던 글쓰기 실력이 다시 새롭게 떠 오를 수 있을까? 자신에게는 정말 글쓰기 실력이 없었는지 모른다. 그 대신 출판과 영업에 더 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되었을 에드워드는 니콜라가 가진 글쓰기 실력뿐만 아니라 아들 피터에 대하여도 남다른 열등감을 가진다.자신이 가지지 못한 모든 것을 가진 친구 니콜라, 그를 표절작가로 하루아침에 뒤로 내몰았지만 과연 그 마음이 편할까? 그렇게 하여 자신이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에드워드가 자신이 꾸민 일을 모두 밝히고 끝을 내려는 순간,니콜라는 그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내 놓고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 권총자살로. 그렇다면 죽음은 무엇을 의미할까? 진실일까 아님 받아 들인다는 것일까? 니콜라의 죽음 이후에 새롭게 등장하는 에드워드가 내세운 작가의 실제 누이동생의 등장, 그리고 그녀와 에드워드의 해피한 결말이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소설을 읽어 나가는 동안 '로맹가리의 삶과 닮았는데...' 하는 의문은 책을 다 읽고 옮긴이의 말을 읽다보니 '아하' 하는 감탄사로 마감을 했다. 열등감이 아니 누군가를 향한 증오심이 이렇게 무서울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정말 치밀하게 잘 그려냈다. 에드워드의 심리묘사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어찌 이렇게 친구 앞에서도 자신이 저질러 놓은 큰 일을 놓고도 뻔뻔하게 심경의 변화없이 아무렇지 않게 행동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첫사랑의 아픔이 얼마나 컸기에 친구를 죽음이라는 궁지까지 몰고 갈 수 있을까. 살인은 직접적으로 해도 잔인하지만 이렇게 치밀하게 짠 간접살인 또한 잔인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증오라는 감정은 사랑과 거의 분리할 수 없다.' 사랑하기에 증오도 하는 것이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증오심이 있을까. 사랑과 함께 겹쳐진 증오심이 거대해서 자신도 어쩌지 못하고 표절작을 낸 에드워드, 충분히 그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평생을 '니콜라' 그 한 인물을 증오하며 살았다는 것이 또한 대단하다. 자신 또한 어느정도 사회적 성공을 거두웠으니 증오심을 거둘 수도 있었는데 연애 결혼 자식 모든 것들 어느 하나 성공한 것이 없었기에 그 허전함에서 더 친구를 증오했는지 모른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남의 것을 탐함이 이렇게 클까.증오심고 욕심도 결국에는 어느 한 쪽 '죽음' 에 이르러야 끝을 본다는 것이 무섭다. 

'니콜라는 어젯밤 파티에서 나를 정복했고 다음날 아침 나를 팽개친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고독감에 휩싸였고, 부당하게  유배당한 자들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았다. 그때부터 내 마음속에 하나의 상처가 생겨났고 그것은 결코 아물 수 없는 상처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어릴 때 입은 상흔이 얼마나 컸기에 평생토록 가슴에 남아 결국에는 '간접살인' 에 이르렀을까. 치유되지 못한 영혼,상처 받은 영혼의 평생의 목마름의 끝이 결국 친구의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이 애처롭다. 에드워드와 니콜라는 정말 친구였을까? 명목상 허울좋은 친구관계는 아니었을까.어린시절부터 어찌보면 주종관계처럼 자리한 것들이 커다란 눈덩이처럼 증오심을 불태워 죽음이라는 파국까지 이르르진 않았나 싶은데 이런 살인도 존재한다는 것이 요즘 시대는 '댓글' 로도 죽음에 이르게 하니 무서운 세상이다. '나는 그 증오심에서 엄청난 에너지와 남성성을 새롭게 끌어올렸다.만일 그 증오심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에드워드에게 증오심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남자가 한을 품으면 친구를 죽게 하는 걸 보여준 치밀한 추리소설로 에드워드의 심리묘사가 뛰어나게 그려지기도 했지만 구성도 탄탄하여 재밌게 읽었다.그리고 책 속에 나온 작품인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를 다시 읽와보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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