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 꼬마 니콜라 6
르네 고시니 글, 장 자크 상페 그림, 윤경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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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여름방학' 하면 친척집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생각을 했어다. 외가집으로 시작해서 고모네 작은집 그렇게 있을만큼씩 있다가 집에 와 여름방학 숙제를 마무리 하면 또한 사촌들이나 그외 친척들이 또 그렇게 우리집을 한바퀴 걸쳐갔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외가집, 외가집은 외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이 살고 있었는데 외할아버지가 나를 제일 이뻐하셔서 집 주변에 내가 좋아하는 나무들을 모두 심어 놓고 과실들은 모두 내차지였다. 포도나무밑에 들어가면 그 포도를 다 따먹어도 자두나무의 자두를 모두 따 먹어도 할아버지는 늘 흐뭇한 표정으로 날 보시곤 하셨다. 그리곤 늘 날 데리고 개천으로 천렵을 다니시고는 잡아 온 물고기나 그외 것들은 매운탕을 맛이게 끓여 막걸리와 함께 하시곤 하셨다. 그러니 여름방학은 외갓집 가는 맛에 늘 기다려지곤 했다.지금은 모두 추억이지만.


요즘 아이들은 방학을 되어도 학원에 다니느라 부모보다 더 바쁘다. 우리 아이들 또한 방학에 어디 여행을 가려면 녀석들 학원 방학에 맞추어 하기휴가를 낼 정도였다. 먼저 학원에 언제 방학기간인지 묻고는 여름휴가를 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고등학생, 두녀석 모두 기숙사에 있으니 우리 나름 휴가를 즐길 수도 있는데 그 또한 때가 때인지라 휴가를 포기했다. 녀석들이 쉬는 기간에 그저 집에서 함께 하기로 했지만 집에 온다고 함께 할 수 있을지.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한다. 여름방학도 여름휴가 아이들이 어릴 때 이야기다 중학교나 그외 조금 더 크면 함께 한다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보다 힘들다.그리고 왠만큼 크면 '엄마 아빠나 가세요.' 라는 말을 먼저 듣게 된다.


그런데 추억을 되새겨 볼 깜찍하고 기발한 '니콜라와 친구들' 의 이야기를 읽으니 재밋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니콜라 아빠' 의 입장에서 보면 어른이라는 위치가 참 눈물겹도록 불쌍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어린이의 관점에서와 어른의 관점에서 볼 수 있어 좋다. 어린이의 관점에서는 어른이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아이들은 튀어 나간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정형화된 틀에 절대 아이들은 갇혀 지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늘 반대로 하는 '청개구리띠' 같은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통제해야만 하는 어른들 또한 불쌍하기 짝이없다.푹 쉬려고 했는데 처음 시작부터 삐그덕이다. 모든 결정권은 아빠, 아니다. '엄마'다. 남편들이 결정해 보았자 제대로 이것저것 따져보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이고 귀찮아 해서인지 집안일에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니 마지막 결정권은 '엄마에게' 있다. 아빠가 결정한 휴가지 식구들 맘에 들까? 아니 니콜라의 맘에 들까? 절대 아니다. 그러니 엄마가 모든 것을 생각하고 결정한 곳으로 여름휴가를 떠나지. 남편들이여 반성해야 한다. 좀더 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하시기를.'블레즈 아저씨는 이곳으로 오자고 한 건 자기가 아니었다며, 자기 인생에서 생각이란 걸 해 본 건 결혼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이후로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소리쳤다.'


아무리 좋은 여행지라도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나 혼자 여행을 가고 여름방학이나 여름휴가 아니라 다른 사람도 지금 그 시간이라는 것이다. 가서 편히 쉬려고 했는데 아이들 때문에 혹은 음식 때문에 맘에 들지 않은 것들은 무수히 많을 수 있다.그러니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말이 있지. 니콜라의 아빠는 편히 쉬고 싶었을 뿐인데 휴가지로 간 곳은 아이들이 너무 많다. 아니 아들 니콜라도 힘든데 그와 비슷한 청개구리들이 너무도 많다. 선텐오일 하나를 바르려고 해도 공이 와서 얼굴을 때리질 않나 다른 것을 하고 놀라고 하였더니 모래에 구멍을 너무 크게 파 놓아 그 구멍을 혼자 메꾸어야 하질 않나 쉬려고 했는데 더 힘들다. 그러다 강한 자외선에 화상까지 입게 되기도 한다. 이건 휴가가 아니라 지옥이다. 하지만 아이들 언제 어디서나 에너지가 넘치고 비가 와도 놀고 싶을 뿐이다. 통제불능.그렇다고 어른들은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유치하게 서로 잘났다고 하질 않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잊기도 한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간다. 하루하루 힘든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지만,니콜라에겐 여름방학이지만 시간은 흘러 집에 가려면 아쉽다.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지 못한 것이 흠이다.


반면 해마다 아들 니콜라 때문에 힘든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부모는 어떨까? 이번에는 여름휴가가 아니라 '여름캠프' 에 니콜라만 보내기로 한다. 아무렴 어떨까 또래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너무 좋다. 하지만 그곳에도 각약각색의 친구들이 있다. 자신처럼 엄마 아빠에게 가겠다고 울며 떼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이런저런 투정을 하기도 하고 한참 어린 친구들이 있다. 그래도 모두와 함께 어울려 재밌게 한달간 캠프생활을 하면서 왠지 모르게 어린이에서 소년이 되어가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매미가 허물을 벗고 진정한 매미로 거듭나듯이 니콜라 역시 여름방학과 여름캠프를 지나 소년이 되어간다.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 그 자체였던 니콜라, 옆집 소녀의 남자친구 이야기가 거슬리게 들린다. 뭐야 벌써 사춘기가 온건가...


삽화가 '장 자크 상페' 의 프로필을 읽다보니 그 또한 재밌는 인생을 살아 온 듯 하다. 삽화를 그려야 할 운명이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 작가 '르네 고시니'를 만나 진정한 삽화가가 된다. 아니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입게 된다. 그러니 그의 삽화는 더욱 빛을 발할 수 밖에. 상페의 삽화도 재밌고 고시니의 글도 참 재밌다. 관찰력이 대단한 듯 하다. 어린이와 어른의 일상 속에서 재미와 웃음을 찾아 내기도 하고 사소한 것들을 재밌게 엮어 내는 능력을 가진 듯 하다. 웃고 넘기지만 웃고나면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뭔가 껄꺼름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아빠들은 밖에서 일에만 묻혀 지냈기 때문에 집에서 아이들을 보라고 하면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난감해한다. 우리집도 마찬가지였다. 오분에서 십분을 넘기지 못하고 화를 낸다.바꾸어 생각하면 하루종일 아이들과 함께 있는 엄마 입장은 어떨까? 그저 집에 오면 쉬려고 하고 누우면 자려고 하는 아빠들의 모습이 너무도 잘 그려져 있다.하지만 엄마들은 할 일이 너무도 많다. 집안 일에 육아까지 척척 만능으로 해낸다. 이 글에서도 엄마와의 부딫힘이 아니라 꼬마 니콜라와 아빠의 부딫힘이 대다수다. 아빠 또한 니콜라나 똑같다. 그러니 엄마들이 읽으면,아니 여자들이 읽으면 공감백배 할 이야기들이 많다. 그리고 좀더 아이들의 눈 높이에 맞추어 작은 것을 생각해도 생각해 보는 것을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무심히 엄마와 아빠가 나누는 대화도 아이들은 싸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운 날,개구장이 꼬마 니콜라 때문에 지난 추억과 내 일상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져 봤다.

<이미지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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