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나들이에 만난 할미꽃 노란 생강나무꽃





울집 뒷산은 자주 다닌 산이라 높진 않지만 철마다 무슨 꽃이 어디에 피는지
그리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나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것이다.
작은 산이지만 그래도 철마다 안겨주는 게절감은 정말 좋다.

오늘은 날이 좋아 더이상 집에 있는 것이 정말 곤욕, 빨리 짐을 챙겨 나가야할것만 같은 햇살을 따라
뒷산으로 나가려는데 울집 강쥐 여시는 벌써 눈치를 채고 낑낑~~, 데리고 나가라는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나갈준비하는 것을 그리도 잘 아는지 가방에 모자만 챙겨 들어도 벌써 다는 지지배,
이젠 할매라 뒷산 나들이에 잘 따라다녔는데 심장이 좋지 않다니 그도 이젠 안된다. 혼자 갈수밖에..
오늘은 호야까지 낑낑, 두녀석도 봄이 온것을 아는 것 같다.

물병과 디카만 챙겨 들고 모자 꾹 눌러 쓰고는 분리수거할 것들 챙겨 들고 나가는데
벌써 마음이 가볍다. 몸도 가볍다. 발걸음도 가볍다. 날이 정말 좋다.
날이 좋으니 삼삼오오 아줌마들이 벌써 뒷산에 갔다 오시는지 울긋불긋,
난 분리수거를 버리고 천천히 산으로 향하였다. 낮은 산이라 혼자서 산행하는 사람
부부가 함께 온 사람, 아줌마들끼리 온 사람등등 다양하다. 
나도 그 대열에 끼여 본다. 남들은 서둘러 가듯 하지만 난 천천히...
땅도 한번 살펴보고 나무도 한번 살펴보고.. 발밑을 보니 쑥이 나왔다.
여기저기 삐죽삐죽 솟아 나온 쑥, 그 옆에는 노란 꽃다지도 나왔다.
땅은 벌써 봄을 품고 있는 것이다. 나무도 식물도 모두다 봄이라는 것을 몸으로 알려주고 있는듯..

천천히 오르며 나무들을 만져보니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다. 
벌써 잎이 나온것도 있고 냄새가 겨울과는 정말 다르다. 아니 바람에서 벌써 달큰한 것이
봄이 가득 느껴진다. 천천히 올라 정상에 오르고 한번 내가 사는 동네를 굽어 본 다음 
어느 분인지는 모르지만 묘지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은 봄이면 내가 보물을 찾듯 야생화를 찾는 곳,
그곳엔 제비꽃,할미꽃,봄구슬붕이,풀꽃,각시붓꽃,.. 다양한 꽃들이 많이 피는 곳이다.
지금쯤이면 할미꽃이 올라올때가 되었는데 하며 천천히 살피며 가다보니
아, 있다. 할미꽃...지난번에는 와서보니 아직이더니만 언제 이렇게 많이 올라왔는지 있다 있어..
할미꽃이 이곳에 있는줄 모르는 사람들은 위에서 멀리 풍경만 보다가 간다.
나처럼 내려와 묘지를 한바퀴 돌다보면 이쁜 꽃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런 사람이 없다.

'뒷동산에 할미꽃~ 꼬부라진 할미꽃~~ 싹이 트다 늙었나 호호 백발 되었네~~~'
혼자 할미꽃 노래를 흥얼흥얼 하며 묘지 주인분들께도 
올해도 어김없이 이쁜 꽃들 보게 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하고는 할미꽃을 조우했다.
넘 이쁘다. 은빛 솜털 속에 진자주빛 꽃이 숨어 있는 듯 하다.
봄을 그 안에 숨겨 놓고 있는 것처럼 수줍게 고개를 들고 있는 할미꽃, 정말 이쁘다. 
꾸미지 않은 수수한 멋이 바로 이런 것인듯 하다. 이제 하나 둘 나오는 할미꽃, 
올해도 어김없이 봄을 먼저 보여주는 할미꽃 덕분에 기분이 좋다.

할미꽃을 조우하고는 생강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니 노랗게 피었다.
산에서 '산수유' 와 헷갈리는 꽃으로 이 꽃은 한꺼번에 모여서 핀다. 그리고 달콤한 향기가 난다.
한가지만 꺾어다 방에 꽂아 놓아도 향기가 얼마나 강한지... 지난번에는 꽃몽오리가 펴질듯 말듯 하더니
이쁜 노란 봄을 활짝 피었다. 온 산에 가득 달큰한 향내가 생강나무 꽃냄새인듯 하다.
봄은 그렇게 살짝 칠한듯 안칠한듯 노란빛으로 달큼함 향내와 함께 오는 듯 하다.

생강나무 노란꽃과 조우하고는 오솔길을 따라 '할미꽃' 노래를 흥얼흥얼 하며 계속 달려가듯 내려갔다.
한사람 한사람 가끔 가다 만나는 사람들이 봄이라 그런지 괜히 기분 좋다. 
'안녕하세요~~' 하고 큰소리로 인사를 하고 싶지만 그들도 얼굴을 쳐다보고는 그냥 지나친다.
분명 마음속으로 나처럼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고 싶어할 것이다. 
오르막은 바람이 뒤에서 밀어주어 가볍게 오르고 내리막도 바람이 함께 해주어 신나게 내려간다.
여기저기서 청아한 음악처럼 새소리가 들려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
오솔길을 따라 소나무숲이 있는 곳까지 가니 삼삼오오 아줌마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몇 모금 마시고 다시 하산길을 따라 내려오며 보니 
조팝나무에도 잎이 돋아 나고 있고 여기저기 나무에 콩알만큼 잎이 나왔다. 
그래서 겨울산과 다르게 약간 숲의 색이 변한듯 하다. 

한번 입에 달라 붙은 노래는 하루종일 흥얼흥얼 하게 된다. 하산 길에도
나의 길동무는 '할미꽃' 노래이다. 지나는 사람도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흥얼흥얼,
주위엔 아무도 없다. 혼자서 쑥을 바라보다 혹시나 제비꽃이 있나 찾아보다
내게 신선함을 준 산을 벗어난다. 조금 있으면 산벚꽃도 피고 잎도 파릇파릇 돋아 나오고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줄 뒷산, 이젠 날마다 찾아와야 할 듯 하다.
집안에서 갇혀 있을 때하고는 정말 다른 신선한 공기를 가득 마시고 간다.
바야흐로 봄이다. 봄 봄 봄......노란 생강나무 꽃 피고 할미꽃 피는 봄이다.


2011.3.30





 
쑥과 오리나무인가?....

 
노루발풀..소나무 곁에서 사는 식물로 뱀에 물렸을때 쓰이는 풀.


노란 양지꽃이 아직이지만 제일 먼저 나왔다.


주민을 위한 쉼터이지만 시설이 부족하다.

 


생강나무 꽃.... 산수유와는 틀리다. 향이 있다.


정상 찍고..

 






할미꽃..

 


조팝나무에 새 잎이 돋아 나고 있다


꽃다지도 피었네...

 

산을 벗어나며 손바닥 만한 기와조각을 보았다. '어 이거..' 하며 주어 들을뻔 했다.
나 어릴때는 이런것은 정말 귀한 것이었다. 지금처럼 놀이가 안이 아닌 밖에서 주로 행해졌던 시대,
동네의 마당마다 놀이그림이 그려져 있고 아침마다 밥을 먹자마자 챙겨드는 것은 구슬에
비석에 딱지등.. 정말 밖에서 하루종일 놀아도 질리지 않는 놀이들이 다양했다.
난 남자들의 주 놀이인 구슬치기도 무척 잘했고 공기놀이는시시했고 비석치기 목자치기
딱지치기등을 정말 잘했다. 비석을 가지고도 노는 놀이가 다양했다. 칸칸 그림을 그려 놓고
깽깽이 발로 뛰어 넘으며 비석을 들고 이런저런 놀이를 하다보면 놀이에 적합한 비석을 
동네를 돌며 구하는 것도 하나의 일이었다. 지금은 그 놀이들을 다 잊었지만...

옛추억을 떠 올리며 산을 내려오다 보니 괜히 얼굴에 봄바람과 함께 웃음이 피어난다. 
할미꽃 노래도 흥얼흥얼 얼굴엔 혼자 싱글싱글..누가 보면...
그래도 좋다. 봄이 왔으니.. 이렇게 가득 봄을 안고 가는 기분, 정말 좋다.
봄이란 그 단어의 어감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무언가 희망이 가득 담겨 있는 듯 하다.
무언가 새로운 생명이 가득 담겨 있는 듯 하다. 봄이다. 
정말 봄이 왔다. 뒷산에 가득.. 내 마음에도 가득...



201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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