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주 "너 혹시 … 해봤니? 하고 물었다. 너 혹시 제임스 콘작품 읽어봤니? 너 혹시 프린스턴의 남아공 투자 정책을 의심해봤니? 학교가 소수 인종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좀 더 있다고 생각해봤니? 내 대답은 대부분 "아니요."였지만, 그녀의 이야기를으면 즉각 흥미가 생겼다.
하루는 그녀가 물었다. "너 혹시 뉴욕에 가봤니?"
이번에도 "아니요"였다. 하지만 처니가 곧 조치를 취했다. 어느 토요일 오전, 처니는 나와 조너선과 TVC에서 일하던 다른 친구 하나를 차에 태운 뒤 내내 수다를 떨고 줄담배를 피우면서 맨해튼을 향해 전속력으로 운전했다. 프린스턴 주변에 즐비한 말 농장들의 흰 울타리가 차츰사라지고 대신 꽉 막힌 고속도로가 나왔을 때, 그러다 마침내 첨탑처럼솟은 뉴욕의 스카이라인이 나타났을 때, 처니가 긴장이 스르르 풀어지면서 생기가 도는 것을 옆에 앉은 나까지 느낄 수 있었다. 시카고가 내집인 것처럼, 뉴욕은 처니의 집이었다. 우리가 어떤 장소에 얼마나 애착을 느끼는지는 그곳을 떠나봐야 알 수 있다. 낯선 바다에서 정처 없이떠다니는 코르크가 된 기분을 느낄 때 비로소 알 수 있다.(112p.)
"면허증 있지?" 그녀가 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렇게 말했다. "잘됐네. 핸들을 잡아. 이 블록을 한 바퀴만 천천히 돌아. 아니면 두바퀴. 그러고 다시 여기로 와. 5분 안에 다녀올게."
나는 미친 사람 보듯이 그녀를 보았다. 내가 보기에는 정말 미친 사람이었다. 맨해튼에서 내가 운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나는 아직10대였고, 혼잡한 이 도시에 초행이었고, 처니의 차뿐 아니라 어린 아들까지 책임진 채 늦은 오후 복잡한 도로에서 시간을 때우며 빙빙 돌기에는 경험도 능력도 부족했다. 하지만 그 머뭇거림은 내가 영원히 뉴요커들의 특징으로 여길 성격, 즉 소심함을 본능적으로 또한 즉각적으로 밀어내는 특성을 자극할 뿐이었다. 처니는 차에서 내렸다. 나는 차를 모는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냥 한번 해봐. 그리고 즐겨봐. 이것이 그녀가 말하려는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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