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 휠 독자들이 추천함
카타리나 비발드 지음, 최민우 옮김 / 시공사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스웨덴에 사는 젊은 여성 사라는 내성적인 성격탓에 평생 책만 파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처자다. 직업마저도 서점 직원인 사라는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미국 생소한 마을에 친구 하나를 사귀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에이미, 미국의 작은 마을 브로큰 휠에 살고 있는 그녀는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사는 노부인으로, 책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묶여있던 둘은 대륙을 오가는 편지속에 우정을 가꾸어 나가게 된다. 그렇게 몇년간 편지로만 이어질 것 같던 우정은 사라가 실직을 하게 되면서 작은 변화를 겪게 된다. 자신을 보러 오라는 에이미의 청을 사라가 받아 들인 것이다. 평소의 사라같았다면 어림도 없었을 여행을 이판사판인 심정으로 결정하게 된 그녀는 어렵사리 도착한 마을에서 기대하던 에이미를 볼 수 없자 실망한다. 기다리다 못해 직접 에이미를 찾아 나선 사라는 그녀가 며칠 전에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친구를 장례식장 속의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었던 사라의 심정을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것이지만, 더욱 더 딱한 것은 사라가 에이미와 푹 놀 생각으로 2달간의 여정을 짜놓았었다는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고민하는 사라에게 브로큰 휠 마을 사람들은 에이미가 죽기전 그녀를 잘 돌봐줄 것은 특별히 부탁했다면서 계획대로 머물어 줄 것은 요청한다. 이에 이보다 더 나쁜 일이 생기기야 하겠어 라는 심정으로 사라는 에이미의 마을에 눌러 살게 되는데....과연 그녀의 인생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서점 직원이었다는 저자가 아마도 자신의 아바타일 듯한 사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깜찍하게 그려낸 로맨스 소설물이다. 서점 직원답게 다양한 책들에 대한 공감가는 견해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대체로 내가 아는 책들이었고,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것들이 많아서 그런가 공감을 하면서 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좋은 책은 스웨덴 사람이나 한국 사람이나 미국 사람이나 똑같은 감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읽혀진다는 것을 알게 되니 무척 기분이 좋더라. 세계가 좁아보이는 듯한 기분이랄까. 음악이 그렇듯, 책 역시 인간을 한마음으로 묶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나로써는 잘 알길이 없지만서도, 하여간 인종과 국적이 다른 사람이 책에 대해서 같은 생각을 하고, 느낌을 공유한다는 것이 꽤나 근사했다. 로맨스 소설이라서, 사라가 사랑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전개 되기는 하지만서도, 책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그보단 책에 관한 이런 저런 일화들이 더 흥미진진했었지 않았는가 한다. 하니 책을 좋아하시는 여성분들은 기뻐하시길....어쩌면 당신에게 딱 맞춤인 듯한 책이 바로 여기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이 데뷔작으로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고 하던데, 놀랍지도 않다. 책에 죽고 책에 사는 여자가 주인공이라니...다른건 몰라도 작가가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라는 점에 관한한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었던게 아닐까 한다. 그래서 내 말하건데, 시장 조사라는게 그렇게 중요한 겁니다, 여러분. 책벌레 여성의, 책 벌레 여성에 의한, 책 벌레 여성을 위한 책이니. 그간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에 목말라 하셨던 많은 책벌레 여성분들은 주목하시길...

물론 사라의 돌발적인 여행을 시작으로 마을 사람들 모두가 변화를--그것도 긍정적인 쪽으로-- 겪게 된다는 것이 조금은 억지스러웠지만서도, 로맨스 소설에서 무엇을 바라겠는가. 이 정도면 양호하다. 거기에 해피엔딩이라는 점도 만족스럽다. 의외에 의외를 연결시켜가면서 전개해가는 방식도 재치있고 말이다. 브로큰 휠 사람들의 이야기가 때론 짠하고, 때론 박장대소할만큼 웃기며, 때론 숙연하고, 그런 가운데서도 대체로 사랑스럽다보니, 뭐, 책 한 권에서 기대해볼만한 만족치는 차고 넘쳤지 않는가 한다. 극중의 사라가 브리짓 존스를 무척이나 좋아하던데, 굳이 비교하자면 스웨덴판 브릿짓 존슨으로 생각해도 무방하지 싶다. 스웨덴 판 로맨스 소설은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하신 분들은, 그리고 책벌레 여성분들은 한번 보시길. 내용이 맘에 안 든다고 해도 좋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그간 자신이 읽었던 책들에 대한 아련한 회상을 해볼 기회를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을 싫어하기는 힘들거라 본다. 혹시나 안 읽은 책들이라면?  새로운 책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도 이보다 좋을 순 없지 않겠는가. 하니 솔깃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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