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해드립니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로런스 블록 지음, 이수현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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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살인에도 스타일이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작가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평범한 청부살인업자는 가라~~는 모토를 착실하게 구현하고 있던 단편모음집이다.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생명 경시가 기본으로 깔려 있다는 점만 뺀다면 도무지 흠잡을 데는 수작이다. 군더더기 없고, 장면 전환의 재치는 혀를 내두르는데다, 상상하고 맛보고 감정이입하고 공감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작가의 필력은 독보적이다. 전문 살인청부업자는 과연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내진 살게 될까 라는 의문이 혹시나 있으셨던 분은 기뻐하시길. 당신의 궁금증이 말끔하게 해결될테니 말이다. 살인청부업자에 하나도 관심이 없었다고 하시는 분들도 걱정 마시길...이 책을 집어 드는 순간 관심이 저절로 생겨날테니 말이다. 살인청부업자라는 특정 직업군에 속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애로와 애환을 어찌나 설득력있게 그려내는지, 작가가 한때 살인청부업자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의심이 될 정도다. 아니면 적어도 지인중에 이런 직업군이 있었다던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단지 상상력만으로 꼼꼼하고 스타일리쉬하게 그려내던데, 이런 상상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목격하게 될때마다 감탄스럽다. 하는 일만 특이할뿐, 보통의 중년 직장인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는 청부업자 켈러. 매너리즘에 허덕이고, 다른 삶을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몽상하며, 다른 삶의 가능성을 엿보며 살지면 결국엔 제자리로 돌아오는 전문 직업인의 애환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었는데, 그런 반전이 이 책의 묘미다.  건조하지만 인간적인 균형만은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무릇 외과의나 죽음의 사자를 연상하게 하던데, 이렇게 나름 철학적이고 낭만적인 청부업자의 모습을 개성있게 구현해 냈다는 점에서 작가에게 만점을 주고 싶다. 메스나 낫대신 각종 살인도구를 머리속에 담고 다니면서 의뢰받은 일들을 묵묵하게 해치워나가는, 그런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전혀 상관하고 싶어하지 않던 각종 인간사에 얽혀가는 모습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하니 뭔가 쌈빡한 읽을 거리가 없나 두리번 거리시는 분들은 주목하시길.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눈이 알아서 글자를 읽어가는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되실 것이니 말이다. 여기에 묶인 10편의 단편들이 다 좋지만, 맨처음 실린 단편인 <솔저라고 부르면 대답함>이나 < 켈러의 심리치료> 그리고 <현장의 켈러>는 어떻게 전개되는지 궁금해 읽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로 독창적이다. 그래, 단편은 바로 이렇게 써야지, 라면서 읽는 내내 감탄했다.  어떻게 나의 집중력을 단 한번도 흐트러트리지 않으면서 읽게 만드는지,  읽는 중에도 읽고 난 후에도 못내 궁금했다. 뭐, 분석을 해보면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서도, 간단히 말해 그만큼 매력적이란 뜻이겠지. 하니, 단편의 묘미를 알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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