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최대 기대작인 <쥬토피아>를 보고 왔다. 아이들을 상대로 만든 것이 분명할텐데  굳이 키즈 프리 이벤트로 시사회를 진행해서 조금 의아하더니, 보고 나니 주최측이 왜 그런 이벤트를 고안하게 된 것인지 이해가 간다. 애니긴 한데, 더군다나 아이들이 홀딱 반할만한 동물들이 주인공임에도, 내용이 초등학교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조금 어렵다. 이런걸 보니 애니를 만드시는 분들이 어떤 고민을 하실지 짐작이 간다. 아이들 수준에 맞추자니 어른들이 유치하다고 난리고, 그렇다고 어른들 수준에 맞춰주자니 아이들이 이해를 못해 애니의 최대 관객층인 그들을 끌어모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겠다는 것을 말이다. 어른과 아이들, 둘 다의 이성과 감성에 만족을 주는 애니를 만든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프로젝트가 아니겠구나 싶더라. 그런걸 보면  <인사이드 아웃>이나 <겨울 왕국>같은 애니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일른지 모른다. 배은망덕한 관객들 입장에선 그런 어려움이 보일리 없을테지만서도... 해서 키즈 프리라는 이벤트 덕분에 아이들 없이 애니를 감상한 첫번째 영화인 이 작품의 장점을 들자면, 영화관이 무척이나 조용해서 좋았다는 것이다. 애니를 보면서 주변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적응이 안 될 정도로 조용했다. 떠들어야 한다고 온 몸으로 표현해주는 아이들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편안한 것이로구나 새삼 깨달았다. 보통 15금 영화를 보면서도 이렇게 조용하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이번 영화에서 유독 그렇게 느껴진 것은 만화영화라는 특성상 조용하다는 것이 내게 생소해서 더 그랬던 듯하다. 이에 반해 단점이라면 바로 그 조용하다는 것에 있었다. 반전의 묘미로 웃기는 장면이 꽤 되었었는데, 아이들과 같이 봤다면 함께 왁자지껄 터지는 웃음 소리에 각자의 훈수까지 곁들여 아주 난리가 났을텐데, 웃는 소리마저 머뭇머뭇 간간히 터져주니 영화를 보는 흥이 별로 나질 않았다. 그런걸 보니, 또 굳이 아이들을 빼놓고 애니를 봐야 하나? 라는 의문이 들더라. 왜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볼 마음의 여유마저 없는 것인지, tv속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사건이 나올때마다 한목소리로 난리를 쳐대면서도 정작 아이들하고 어울리는 것은 극도로 꺼리는 사람들을 보면 웃긴다 싶다. 더군다나 아이들을 상대로 팔 물건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으면서도 정작 아이들은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의 거만은 어떻게 해석해야 좋은 것인지....뭐, 그들의 영화니, 어떻게 하건 그들 마음인 것이겠지만서도.


해서 보고 난 결론은 과연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는 것이다. 잘 만든 애니라는 것은 분명한데, 과연 이 영화의 주요 타켓층을 어디로 봐야 하는 것부터 애매하다. 애니라면 무조건 봐야 한다고 생각할만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이 영화를 이해 못할 것이고, 이 영화를 단박에 이해할만한 어른들에겐 애니란 조금 시시한 장르라서 굳이 영화관에 가서 봐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할테니 말이다. <인사이드 아웃>은 분명히 어른들이 환호할만한 장점이 존재했고, <겨울 왕국>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레잇고와 엘사에게 반한 아이들의 손에 질질 끌려다닐 수밖엔 없었던 어른덕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도저도 아닌 이 영화가 과연 어떤 연령층의 마음을 끌어모으게 될지 저의기 궁금했다. 내가 제작자라도 누구에게 맞춰야 할지 고민이 되겠다 싶다. 과연 이 영화는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이 아동틱스러운 동물 주인공들의 매력이 과연 어른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결과가 궁금해진다.


< 간단 줄거리>동물들이 저마다의 야생성을 잃어버리고 거의 인간화된 삶을 살고 있는 주토피아에서 최초로 경찰이 되고 싶어하는 토끼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하여 주디 하퍼~ 절대 경찰이 될 수 없다는 모두의 편견을 뒤로하고 노력에 노력을 한 결과 드디어 토끼 경찰 1호가 된 주디는 자신의 열정과는 달리 첫날부터 주차 티켓 발부 요원으로 배치받자 실망하고 만다. 주차 티켓을 끊고 있다 우연히 깜찍한 여우 부자(아버지와 아들)를 만나 도와주게 된 주디는 나중에 그들이 사기단이라는 것을 알고는 배신감에 분노한다. 하지만 포유류 실종 사건의 단서를 사기단의 아빠 여우 닉이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주디는 그를 찾아가 자신을 도와줄 것을 예의바르게(?) 부탁하는데...


예고편의 박장대소가 무색하지 않은 괜찮은 만화영화다. 예고편이 전부이면 어쩌나 걱정이었는데, 다행히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맛깔나게 버므려 놔서 재밌게 감상했다. 동물들의 깜찍함이나 귀여운 행동, 그리고 동물들 특성에 맞춘 캐릭터 선정은 엄지를 척 들어올릴만큼 잘 만들었지 싶다. 동물들의 특성을 반전매력으로 승화시킨 것이 웃음의 주요 포인트로 특히나 나무늘보를 잘 활용한 점에서만큼은 박수를 받을만하다. 토끼와 여우의 앙상블도 좋았고. 편견은 몸으로 부딪혀 없애야 한다는 교훈도 적절하다 . 주디와 닉의 이런 콤비 플레이라면 연작으로 만들어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듯 싶었다. 한번 보고 말기엔 둘의 짝짜꿍이 너무 잘 맞아서 말이다. 다만 후속작을 내신다면 어린 아이들과도 같이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그건 이 영화의 흥행에 따라 어떻게 될지 결정이 나겠지만서도. 적어도 분명한 것 한가지는, 이 영화가 충분히 매력있으며, 한번 쓰고 버리기엔 주토피아라는 곳의 매력이 무궁무진했다는 것이다. 이렇게나 공들여서 창조해낸만큼 다음 작품속에서도 그들을 충분히 활용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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