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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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전작인 <사는게 뭐라고>를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참새가 방앗간 지나치지 못하듯 읽지 않고는 버티지 못했을 그런 책, 문제는 책을 받아들고 보니 분명 수필집일텐데 시집 마냥 두께가 얇디 얇았다는 것. 내 과거만큼 심하진 않다고 해도 한때는 두꺼운 책 성애자인 사람이였던 관계로 읽기 전부터 한바탕 실망감을 감출 길 없는 책이 되겠다. 역시나 안을 들여다 보니...왜 굳이 이 책을 <사는게 뭐라고>와 따로 내었어야 했을까 의문을 가져야 할만큼 공통적인 내용이 많았다. 연장 선상이나, 내진 리바이벌? 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내용이 겹친다. 어쩌면 아마도 그래서 한 권에 묶어 낼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서도, 겹치는 부분만 골라 내고 <사는게 뭐라고>와 한 권으로 묶어서 냈더라면 훨씬 더 좋은 작품으로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 권 가격으로 이 내용을 읽기에는 다소 빈약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길래 하는 말이다. 물론 책을 공들여 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당치도 않다는 반응을 내놓으실테지만서도...글쎄...출판업계에 최소한의 상도를 요구한다는 것이 이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발상인건가? 뭐...하여간 내 생각엔 바가지를 썼다는 인상을 지울 길 없는 책이었다는 것은 사실이고...

 

전작과 겹치는 부분을 제외하고 다른 부분은 죽음 앞에서 신이 난(?) 작가의 마지막 시간들이 그려진다. 아들의 객관적인 설명에 의하면 "죽을 의욕 가득" 한 그녀가 죽음 앞에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성찰하고 다짐하던 것들이 그려지고 있다. 이책은 그런 죽을 의욕이 가득하던 그녀가 다른 이들에게 설파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남겨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살아보니, 그렇게 죽음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더라. 그러니 꼴사납게 죽기 싫다고 난리 치면서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말아라 정도의 뉘앙스로. 인간의 목숨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거라는 현대의 가치관에 맞서, 언제부터 그렇게 인간의 목숨이 그렇게 대단한 거였냐고, 실제로 그러하다고 생각하냐고 반문하는 그녀의 치기 어린 질문이 재밌었다. 객관적인 지표로는 물론 인간의 생명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것이지만서도,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그러니까 자신의 속마음속에서는 천차만별, 순서와 무게가 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겠지. 그런 우리들의 속마음을 감추는 것 없이 까발리면서 내슝떨지 말고 살아주지 않겠어? 라고 말하는 듯해서 기분이 유쾌했다. 죽음을 목전에 두면서도 유쾌할 수 있는 입담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 이 작가의 장점으로, 하지만 그녀 역시 죽음 앞에서의 쓸쓸함만은 어쩌지 못하더라는 것이 안스럽기는 했다. 아마도 그건 우리가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인 듯...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은...사노 요코 여사님. 죽을 의욕 가득해서 마지막까지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 책 퀄리티를 보면 분명 화를 내야 마땅하지만서도, 사노 요코님의 의욕 앞에서만큼은 화를 내기가 힘들었다. 왜냐면 분명 배울만한 자세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사실 그녀보다 더 용감하게 죽음에 맞설 것 같은 느낌이 아직은 들지 않기 때문에...먼저 간 선배의 따스한 위로라고나 할까 조언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이 느껴져서 안도감이 들긴 했다. 하나 죽음에서 느껴지는 스산함만은 아무리 용감한 사람도 어쩌지 못하는 것인 듯...그저 그런 것이려거니 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고, 오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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