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rick of the Light (Paperback) - A Chief Inspector Gamache Novel
Penny, Louise / St Martins Pr / 201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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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읽을 것이 없어서 머리를 쥐어 뜯고 있다가 생각이 났다. 두어달 전에 루이즈 페니의 책을 사두었다는 것을. 다행히도 그동안은 어쨌거나 읽을만한 것이 있어서 고이 놔두고 있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떨어져서 말이다. 책장을 청소할때마다 못 본척 내진 모르는 척 외면을 하면서 난 전혀 널 읽고 싶지 않아라고, 최면을 걸어두었던 책을 해서 드디어 개봉하고야 말았다. 시기가 어쩌다 보니 크리스마스 즈음이라, 일종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는데, 내가 나에게 준 선물치고는 꽤나 사려깊게 시기절적한 (?) 것이 된 셈이다. 혼자 북치고 장구쳐놓고선 그게 무슨 시기절적이냐고 하실지 모르시겠지만서도, 어떻게 내가 두어달 뒤에 아무것도 읽을 것이 없다고 진저리를 치고 있을지 알아겠는가 말이다. 난 정말로 몰랐다니까? 해서 깊은 좌절감에 어쩔 수 없이 너를 읽는다는 뉘앙스까지 보태서-쉽게 말해 다른 읽을 거리가 없어서 오로지 이 책에만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는 뜻, 왜냐면 나는 책을 저글링하면서 보는 습관이 있어서, 한번에 두 세권을 동시에 읽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다보니 재밌는 책은 먼저 읽게 되게 되는 반면, 재미없는 책은 뒤쳐지거나 잊혀지거나 던져지거나 한다. 그런면에서 내가 어떤 책을 한번에 읽었다는 말은 그 책이 굉장히 괜찮은 책이라는 뜻이기도 하다.--홀가분하게 즐기면서 읽을 수 있었다. 다른 읽을 거리가 있었다면 얼른 이 책을 읽고 그거 읽어야지 하는 마음에 안달을 했을텐데, 이번엔 정말로 그럴일이 없어서 말이다. 읽고 싶은 책이 없다는 것이 때론 나쁘지 않구나 싶었다. 더군다나 루이즈 페니의 아직 안 읽은 책을 손안에 들고 있을때야 뭐, 더이상의 것이 필요치 않기도 하고 말이다. 


페이지를 열자마자 스리 파인즈에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짐작은 했었지만 다시 같은 마을에 살인 사건이라니. 이젠  익숙하다 못해 진부하게 느껴진다. 이런 패턴이 과연 또다시 먹힐 수 있을까 라면서 살짝 실망감을 감추지 못할 무렵, 또다시 루이즈 페니는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로 나를 흥분시킨다. 도무지 이 작가의 재능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번번히 허를 찔린단 말이지. 매번 예기치 못한 역습에 즐거운 비명을 질러가면서 읽는데, 그것이 루이즈 페니의 필살기인 것 같기도 하고...만만하게 보여서 경계를 늦추었더니 바로 공격을 해들어오는데 당해낼 장사가 없다. 하여간 이번 살인 사건의 장소는 스리 파인즈의 화가 클라라의 집 정원이다. 화가로 첫 전시를 성공리에 마친 그녀가 절친들을 불러 모아 파티를 열었는데, 그 다음날 그녀의 정원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자신의 정원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식욕이 싹 가신 클라라는 그 시체가 자신의 어릴적 베스트 프랜드인 릴리안 다이슨이라는 것을 알고는 식욕이 돌아온다. ( 봤지? 독자를 홀리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라니까. ) 혹시나 이번엔 클라라가 범인으로 감옥에 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 스리 파인즈의 여인 사총사는 그간 가마슈를 지켜봐온 경험을 바탕으로 혐의자 취조에 나서게 되지만, 오히려 내부분열만 가져온다. 감옥에서 무죄 석방이 된 올리비에는 스리 파인즈가 감옥보다 더 치욕적이라는 것때문에 가마슈를 용서할 수 없다. 올리비에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이 다 까발려진 마당에 마을 사람들이 예전처럼 그를 대할 수 있을까.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올리비에는 이 모든 것이 가마슈 탓이라고 생각한다. 화가로 큰 성공을 거둔 클라라는 성공이라는 댓가를 치르기 시작한다. 남편 피터와의 균열은 점점 크게 벌어지더니 떡하니 그 둘 사이에 깊은 수렁을 만들어내고, 평론가들의 날이 선 평론에 기가 죽은 클라라는 루스 자도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가마슈의 부하 보부아르는 댐 사건의 충격에서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한다. 힘들게 이혼한 그는 그동안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인이 따로 있었다는걸 인정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그녀가 유부녀에다 가마슈의 딸이라는 것 정도? 그는 자신이 사랑에서 눈을 돌려야 할지 아니면 용기를 내야 하는지 결정할 수 없어 한다. 살해된 여인이 클라라의 어릴적 친구라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 가마슈는 그녀가 왜 클라라의 정원에서 살해된 것인지 의아해한다. 그녀가 AA클럽( 금주 협회) 회원이었다는 것을 알아낸 가마슈는 그녀를 알았던 사람들이 극명하게 두 부류로 나뉜다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불행하고, 잔인하며, 남의 인생을 망치는데 앞장서던 표독스러운 여인 릴리안과 행복하고 밝은 개과천선한 릴리안으로...두 가지 부류들 다 자신이 본 릴리안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가마슈는 릴리안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그리고 과연 인간이 변할 수 있을까 질문하게 되는데...


말미에 루이즈 페니가 열심히 썼으니 즐겨주심 좋겠다고 쓰셨던데, 그 문장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정말로 그랬다고. 그 이상의 말은 이 책에 필요없을 것 같다. 뭐, 미술계의 뒷면에 대한 이야기,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 알콜 중독과 용서에 관한 이야기,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모든 것이 다 흥미진진하다. 캐릭터 확실한 스리 파인즈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일일 드라마에 지루함이 아니라면 나를 죽일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이젠 제법 형사로써 한 몫을 해내는 이사벨 형사, 그간 흔들리지 않는 충성을 보여주던 보부와르의 갈등등이 중심 제대로 잡고 떡하니 버티고 있는 가마슈 경감을 배경으로 일사분란하게 그려지는데, 이보다 더 설득력있게 그려질 수 없을 것 같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현재 어딘가에 스리 파인즈란 마을이 실재하는 것만 같다. 내 어딘지 알 수만 있으면 당장 짐싸들고 달려갈텐데 말이다. 스리 파인즈란 가상의 마을을 친근하고 친숙하며 아련할만큰 정이 가게 만들어냈다는 자체가 루이즈 페니의 재능을 여실히 보여주는게 아닐런지. 거기에 간간히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유머에 인간성에 대한 흔치 않는 통찰력,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흔들리지 않은 믿음까지 얹혀지다보니, 내가 왜 이 책을 그렇게 재밌게 읽었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되실 것이다. 하여간 이 책을 읽고 나는 결심했다. 다시는 루이즈 페니를 의심하지 않겠다고. 이만하면 더이상 의심한다는 것이 불경한 것이라고 말이다. 앞으로 그녀가 쭉쭉 열심히 책을 써 내시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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