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리뷰를 길게 쓰다가 날려 버렸다. 왜 임시 저장을 누르지 않은거야 자책을 해 봐도 이미 소용 없는 일. 김도 새고 기운도 빠져서 결국 쓰던 것중 기억나는 것만 적기로, 고로 설명이 대략 친절하지 않고 거칠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이해가 안 되시면 그냥 건너 뛰시길. 결론만 알고 싶으시다면, 기대를 크게 하시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비티보단 조잡하고, 앞 부분은 지루한데다, 감상적인 톤이 두드러져서 SF영화라기 보단 가족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대단히 재밌다고 거품 물만한 영화는 아니었으나, 그럭저럭 한번은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되는데,  다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이 영화가 <우뇌형 인간을 위한 최신 우주 이론 정복기 > 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빅뱅이니 블랙혹이니 웜홀이니 상대성 이론이니 하는 매혹적인 이론들을 접할때마다 우리 우뇌들이 겪는 한결같은 좌절감은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렸다. 그렇게 우주에 대해 심오한 관심은 가지고 있지만 이해력이 달리는 관계로 당최 뭔말을 하는것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감상적인 소재를 당의처럼 입혀서 최신 우주 이론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던 작품이구나 했다. 비유를 해보자면 드라마판 <코스모스>라고나 할까나? 해서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우주를 설득력있게 우리에게 보여준다는 것에 있다. 좌뇌형 인간들에게나 의미있을 이론들을 지극히 감상적인 톤을 입혀 우뇌형 인간들에게 설명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좌뇌형 인간들에겐 어쩜 이 영화는 말도 안 되는 작품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우주는 이렇게 감상적이지 않으니 말이다. 우주를 분석하는데 그런 감상이 필요하지도 않고.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엔 ' 있는 그대로의 우주' 는 삭막 그자체란 말이지. 이상하게도 우린 감성적으로 접근할때 더 쉽게 이해하는 경향이 있어서 말이다. 해서 놀란 감독이 이런 작법을 택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뭐, 이것이 이 영화를 본 내 감상이고...

해서 나에게 이 영화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했던 점은 암울한 지구의 미래나 그 지구의 미래를 걸머지겠다고 우주로 나섰던 우주 탐험대가 아니라, 우주 이론들을 간단하게 설명하던 그들의 방식이었다. 우주에 나갔다. 우리가 살만한 별을 찾기 위해 나선 것이지만 그럴듯한 후보군별까지 가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웜홀이다. 중력이 강한 한 후보군에 들어선 탐사선 사람들은 10분후 돌아와보니 23년이 지났다는걸 알게 된다. 상대성 이론이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에 대한 추측은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실제로 블랙홀이라고 추측되는 공간이 관측되었다고는 하나 과연 그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다양한 이론들이 난무할 뿐이지만 정설은 없고, 미래, 우리 지구 과학자들이 그걸 밝혀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만 그곳에는 4차원이 아닌 5차원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지금까지의 최신 우주 이론들을 망라하고 있는데, 말로 풀어 설명하면 쉽게 이해가 안 갈지 모르나, 영화속 등장인물들에게는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그들이 이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모면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이론에 사실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미덕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영화이 최대 단점도 포착된다. 마지막 결론 부분쯤에서 뭔가 석연찮게 두리뭉실 넘어간다는 생각이 들던데, 그러니까 그 전까지는 그래도 과학 다큐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면 마지막에 가서는 그저 허무맹랑한 SF영화처럼 톤이 바뀐다고나 할까. 앞까진 그럭저럭 일어날 수도 있는 일 정도였다면 저건 그냥 상상 아냐? 진짜로 그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하면서 어리둥절하던데, 알고보니 영화가 그렇게 풀려가게 된 데는 현대의 우주 과학 이론이 바로 그 앞 지점까지만 밝혀져서 라고 한다. 잘은 모르지만 블랙혹과 5차원에 대한 이론은 아직까지 딱 이렇다 저렇다 정설로 내세울만한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가 두리뭉실하게 된 것은 우리가 아는 것 역시 그렇게 두리뭉실하기 때문이란다.

하긴 다른건 그럭저럭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시간 여행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상상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아무리 내가 우뇌형 인간이라고 해도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고 직관적으로 설득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해서 가장 설득력없는 이론을 가져다가, 가장 감상적인 결론을 쉽게 내려 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서 마지막 부분만은( 이성적으로) 수긍하기 어려웠다. 다만 다행인 것은 이 작품은 영화라는 것이다. 내가 수긍하건 말건 간에 그냥 즐기면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니, (우뇌형) 인간으로써 보자면 결론만큼 다행스러운 것이 없었다. 초반 하도 우울하게 지구의 미래를 그려놓길래 먹먹한 마음으로 보고 있었는데, 우울하게 끝을 내놓지 않으니 얼마나 감사하던지 말이다. 과연 우리 지구의 미래가 그렇게 암울할 수 있을까 내내 의아해하면서 지켜봤는데, 적어도 인간들이 결국 답을 찾아 내더라는 결론만큼은 지지하고 싶었다. 삭막한 미래의 지구를 보니, 그 속에서 우리를 버티게 해주는 것이 사랑과 추억과 우정와 열정이라는 것이 분명해지더라. 아마도 감독은 우리를 살게 해주는 것인 결국은 그런 것임을 우리에게 알려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런지...감히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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