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긋는 소녀 - 샤프 오브젝트
길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푸른숲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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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찾아줘>의 작가 길리언 플린의 데뷔작. 제목에 식겁해서 볼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길리언 플린의 작품이라는 말에 용기를 내서 들여다 보게 됐다.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겨낸 경우라 할까나. 내용에 들어가 보자면, 시카고 작은 신문사 기자인 카밀은 미주리 주 윈드 갭으로 출장을 다녀 오라는 사장의 지시에 질겁한다. 그녀의 고향인 그곳에 기자라면 침흘릴만한 연쇄 소녀 살인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워낙 구석에 박혀 있는 시골이라 아직은 다른 신문사의 레이다에 걸리지 않았다면서 특종을 잡아 오라고 등떠미는 사장, 까밀은 식은땀이 나고 말문이 막히면서도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 자신도 효율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아름답고 지적이며 쉽게 행복을 거머쥘 수 있는 듯한 외모의 카밀에겐 남에게 숨기고픈 비밀이 있으니 그녀가 자신의 몸에 자해를 하는 커터라는 사실이다. 여름에도 긴 팔에 긴 바지를 입어야 할 정도로 남아 있는 구석이 없는 그녀의 몸은 한계를 넘어선지는 이제 오래, 다행히도 몇년 전 중독 센타에 들어가 회복 과정을 거친 그녀는 이제 자신이 그 유혹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고향에 가라는 지시를 받기 전까지...1년에 걸친 공백을 두고 9살과 10살 소녀가 이가 뽑힌채 살해되는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벌어진 윈드 갭, 그곳의 가장 유력 가문의 외동딸인 카밀의 엄마는 그녀를 냉랭하게 맞아 들이고, 카밀의 이부 동생은 되바라진 모습과 행동으로 그녀를 경악하게 만든다. 도시에서 특별히 초빙되어 온 형사는 1년간 이 마을에 머물렀지만 아무것도 알아낸 것이 없다면서, 살인자가 누군지 마을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다들 입을 딱 다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부 동생의 도발을 흥미롭게 하지만 지친 마음으로 바라보던 카밀은 서서히 엄마가 그간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과연 이 부유한 가족에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살인 사건을 취재하러 갔던 카밀은 뜻하지 않게 자신의 어린 시절과 조우하게 되면서, 그간 잠재워 왔던 커터의 유혹이 되살아 남을 느끼게 되는데... 

 

다른건 몰라도 길리언 플린, 이 작가는 못된 여자들의 심리는 확실하게 잘 꿰고 있지 싶다. 추리소설이건 스릴러 소설이건 간에 주로 피해자로 등장하기 마련인 여성들이 그녀의 작품들 속에선 주도적이고 능동적이며 거칠 것 없는 싸이코패스로 출연하는데, 오싹하기 그지 없었다. 길리언 플린 자신이 여자라서 그런가, 남자 작가들이 상상해내지 못하는 극악의 부분까지 신빙성 있게 파고 들어가는 품새가 보통이 아니다. 스티븐 킹의 <캐리>급이라고 해야 하나? 그나마 캐리는 정신이라도 나갔지. 길리언 플린의 주인공들은 다들 겉보기에 너무도 멀쩡한 사람들이라 설득력과 공포심이 배가되는 듯하다. 여성 범죄자들의 급을 높여줬다고나 할까. 이런 통찰력에 상상력은 어디서 온 것이냐 싶어 존경심이 일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길리언 플린처럼 아름답고 이지적인 모습의 백인 여자가 어쩜 이리도 범죄자의 심리에 정통할까 싶어 의문도 생기지만서도... 이 작가도 작품속의 카밀처럼 카터인 것은 아닐까. 내진 <나를 찾아줘>의 에밀리처럼 싸이코패스인건 아닐까 싶은,  물론 그만큼 리얼리티가 넘친다는 것이겠지만서도, 솔직히 범죄자들의 심리를 꿰고 있다는게 좋은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작가로써는 그만이겠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써는? 글쎄...하여간 데뷔작이라고 하기엔 탄탄한 심리 묘사와 끝까지 놓치지 않는 긴장감이 혀를 내두른다. 반전에 반전을 선사하는 흥미로운 전개 방식도...병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상식이 살아있는 작은 마을 윈드 갭을 무대로 한편의 드라마를 잘 그려냈지 싶다. 이 작품 역시 <나를 찾아줘>처럼 판권이 팔렸다고 하던데, 당연하지 했다. 그냥 이대로 드라마를 찍는다고 해도 괜찮다고 할만큼 완벽했으니 말이다. 완성도 높은 스릴러 소설을 보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하지만 아마도 이 작품은 여성들이 보기에 더 재밌게 보지 않을까 싶다. 남성들보단 여성들이 더 몰입해서 볼만한 이야기란 생각에서 말이다. <나를 찾아줘>에서는 어쩌다 글을 잘 쓰게 된 작가인줄 알았는데, 이 작품을 보니 그게 아니라 원래 글을 잘 쓰는 작가였구나 싶다. 주목해봐야 할 작가로써, 앞으로 그녀가 또 어떤 싸이코패스를 들고 나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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