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 고 백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 난 뒤 표지 맨 뒤를 들쳐 봤더니, 잭 리처의 책이 그간 7권이나 나왔더라. 생각보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숫자인데, 흥미로운 것은 분명 다 읽었을텐데, 몇 권은 줄거리를 읽어봐도 도무지 어떤 내용이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간 잭이 거쳐간 여인과 사건과 도시가 하도 많다 보니 결론적으로 잭 리처외엔 남는게 없는가 보다. 하여간 기억 나지 않는 몇 권을 다시 읽어야 하는 고민을 잠시 하는 사이, 더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더 추가 되었는데, 이 책이 시작하게 된 계기가 바로 <61시간>이라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나 분명 그 책 읽었는데, 수잔 터너는 기억에 없다.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리뷰도 썼더라. 물론 내가 쓴 것임에도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읽었지만서도, 요즘은 정말로 리뷰를 쓰는 가장 큰 이유가 그 책을 읽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뇌리에서 휘발되는 책이 너무나 많아서. 그나마 리뷰를 쓰면 적어도 내가 읽긴 했네 싶지만서도, 리뷰라도 안 남긴 책들은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심지어는 이런 일도 있었다. <나를 찾아줘>의 길리언 플린이 새삼 궁금해 그녀의 책을 빌려 왔는데, 문장은 새로운데 결말이 어떻게 될 지 알겠더란 것이다. 나 드디어 득도한거야? 아니면 책을 너무 많이 읽었더니 작가의 머리속이 들여다 보이는 건가? 내가 추리 소설의 트릭을 풀었다고? 그럼 나도 이제 추리 소설 써도 돼? 라면서 오도방정을 떨었더랬는데, 자세히 보니 오래전에 읽은 책이었다. 어떻게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면서도 기시감이 없을 수가 있는가에 생각이 미치자 기분이 급반전되었다는 이야기. 아~~~옛날이여~~다. 


혹시나 나의 리뷰를 많이 읽으신 분들은 짐작이 가실지 모르는데, 내가 책 내용은 쓰지 않고 이렇게 딴 소리만 하는 이유를 말이다. 맞다. 책에 대해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글자수를 늘리고 있는 중이다. 물론 100자 평을 해도 되긴 하는데, 왠지 그건 반칙처럼 느껴져서 말이지. 해서 아무리 맘에 안 드는 책이라도 100자평만은 피해자가는 취지에서,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는 중이다. 뭐, 그렇다고 이 책이 맘에 안 들었다는 것은 아니고, 그저 리 차이드의 책들 중에선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다고 말하는 편이 옳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황당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다고? 정말로? 라는 생각이 몽실몽실 떠올라서 사라지지 않았다. 뭐, <61시간>에서 전화상으로 호감을 느낀 자신의 후배를 찾아 110 특수부대를 찾아 왔다는 것까지는 좋다.  잭 리처 다운 발상이니까. 하지만 그 다음부터 무리한 전개에 짜증이 나더라. 무고한 사람에게 폭행 치사에 친부 확인 소송까지 걸면서 그를 올가미에 옭아 놓으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부터, 그것이 그렇게 간단하게 먹힌다는 설정까지 말이다. 아무리 잭 리처라지만 도무지 이 사람은 얼마나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니는 양반이냐? 짜증이 났다. 그렇게 그 짜증이 끝까지 쭉 연결된다는 것이 이 책의 단점이다.


물론 잭 리처가 그런 몰지각한 분들(?)을 본인만의 능력으로 처단해가는 과정들을 보는건 여전히 통쾌했다. 그런데 이젠 서서히 그가 만나는 사건들이 상당히 억지스럽기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지. 잭 리처만을 위한 사건 사고를 일부러 크게 만들어 낸다는 인상인데, 이러면 아무리 잭 리처의 팬이라도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아마도 리 차일드의 고민은 잭이 악당을 어떻게 무찌르느냐가 아니라, 잭이 상대하는 악당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요즘은 악당들의 면면이 공감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아무리 잭 리처라지만, 신빙성이 있었음 한다는 거지.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지도 몰라라는 신빙성. 조금이라도...내가 바라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정교한 시나리오가 아니니 말이다. 어쨌거나 리 차일드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몇 번 실망했다고 해서 그에 대한 애정을 버릴 내가 아니라서 말이다. 잭 리처는 이미 성공한 프랜차이즈 아니겠는가. 그저 다음에는 이보단 무리스럽지 않은 전개이길 바랄 뿐이다.


<추신> 그런데 이 리뷰를 쓰는 동안 수잔 터너가 희미하게나마 기억이 났다. 61시간에서 잭을 열심히 도와준 후배였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잭이 이 책에서 그렇게 열심히 수잔을 도우려 했던 것도 이해가 간다. 물론 어떻게 그가 가는 곳엔 늘 이런 사건들이? 내진 그가 만나려 가기만 하면 감옥에? 라는 억지스러운 전개만은 어떻게 해도 설득이 안 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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