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장 12년에 걸친 프로젝트라니... 완성이 된 지금 와서 생각하면 별게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 기간동안 벌어질 수 있는 변수들을 감안하면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지 감독이나 제작자가 대단하다 싶다. 물론 여기에 출연한 배우들도 마찬가지고...다른 기성 배우들에겐 자신이 늙어가는 모습을 찍을 수 있어 특별한 시간이 되었겠지만, <보이후드>의 주인공역인 소년 메이슨역의 엘라 콜트레인이야말로 자신이 성장하는 모습을 영화 한 편에 담는낼 수 있었으니 그에겐 각별한 의미가 있겠다 싶다. 12년동안 나오는 배역들이 변경되는 일 없이 마치 한 가족처럼 세월이 흘러가는 모습 그대로 찍은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소년 시절을 그리고 있는 영화다. 밉살맞은 누나와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여섯살짜리 아이의 눈에서 시작하던 영화는 대학 신입생으로  삶을 시작하는 청년 메이슨의 모습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데, 과연 그 사이 이 소년에겐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12년간의 프로젝트라는 말에 식겁해서는 굉장히 대단한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는 것이 함정. 그러니까 12년간이란 시간이 무색하게도 그다지 많은 이야기는 담고 있지 않았다. 페트리샤 아퀘트로 분한 엄마가 마지막에 자신의 인생엔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다고 눈물을 흘린던데, 그 말이 그렇게 공감이 갈 수 없더라. 한편으로는 그녀의 나이 즈음에는 보통 그렇게 느낄만하단 생각이 들어서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느낀 감정들이 그렇다는 뜻. 이보단 더 재밌는 뭔가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평범하게 끝이 났으니 말이다. 어찌보면 보이후드란 제목에 걸맞게 딱 소년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기에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서도--그러니까 관객들에게 어필하게 위해 드라마틱한 조미료를 가감하지 않았다는 뜻--다른 한편으로는 참으로 심심하게 12년이 채워지는구나 싶더라. 소년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감독 입장에선 이미 어른이니까, 다른 무언가를 채워 넣을 수 충분히 있었을텐데 왜 안 그랬는지 모르겠다. 창작력이 고갈되어서 그런건지 감독 역시 더이상 무엇을 채워 넣어야 할지 감을 못잡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영화가 내내 심심하고 고리타분하게 흘러간 점만은 분명한 것 같다. 심지어는 이혼한 후 엄마가 만난 두 남편이 다 개자식이여서 그들과의 갈등이 대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고보니, 어쩜 이 영화가 심심해진 이유는 엄마의 결혼 실패탓이 크겠다 싶다. 만나는 남자마다 보는 눈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그냥 운이 없었던 건지 이상한 남자만 만나 살던 엄마. 덕분에 죽어라하고 열심히 산 건 맞는데도 그녀의 인생이 잘 풀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랑이 부재한 집에 홀로 남겨져 울고 있는 그녀를 보니 그런 생각이 더 짙게 들더라. 고생스럽게 아이들을 길러낸 점을 생각하면 딱하단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세상살이라는 것이 드라마처럼 갑자기 좋은 사람이 나타나 인생이 달라지는 것은 거의 드무니 말이다. 현실이 그렇다는걸 감안하면, 영화가 심심하다는 이유로 감독을 몰아붙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게 우리네 일상이고 인생이라면 그렇지 라면서 받아 들이는 수밖엔...

결론적으로 한 소년의 성장기, 밋밋하고 심심하다. 일단 주인공이 소년이 그다지 매력이 없어. 어릴적 그렇게 귀여웠던 아이가 왜 저렇게 밖엔 크지 못했을까 싶게, 소년은 별 매력없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한 눈에도 자신없는 걸음걸이에 등을 굽히고 어정쩡하게 걷던데, 설정인지 아니면 배우 자신이 그렇게 걸어다니는가는 모르겠으나, 김C의 어린 버전 같아서 별로더라. 청년이라면 그보단 패기 넘치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 보기 좋을텐데 말이다. 12년이라는 이슈 자체에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인지 영화 자체로는 그다지 재밌지 않았다. 무엇이건 빨리 결정내리고 빨리 승부를 보는 내 성격상 그 세월동안 그 많은 사람들이 한가지 일을 붙들고 있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지만서도, 작품성은 시간의 길이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래도 12년이 충분히 길수도 있다는걸 알게 되었는데, 그건 이 작품속에서 쭉 그 시간들을 지켜 보고 있으려니 충분히 길어서 말이다. 지루해질만큼. 이렇게 보면, 과연 이 영화가 한 아이의 성장하는 모습을 찍어냈다는 외에 어떤 다른 의미가 있을까 싶다. 아이가 이런 저런 시련을 겪으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보시는 분들에 따라선 굉장히 감동을 받을 수있을지 모르는데, 이미 나는 어른이 되어서 인가 내겐 별로 크게 안 와닿았다. 다만, 이렇게 힘들게 크는데도 한번의 인생을 행복하게 산다는게 그렇게 어렵다니, 라는 자괴감이 살짝 들긴 했지만서도.  하니 ,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내진  뭘 원하는가에 따라 보실건지 마실건지를 결정하시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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