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반 혼란스러운 전개를 무시한 채 쭉 읽게 되면 마지막에 가서 보상을 받게 되는 작품. 분명 완벽한 작품이라고 할 수 없는 단점들이 널려 있음에도--그렇다고 엄청나게 많은건 아니고, 초반 전개가 눈에 거슬리는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다고 생각하게 되는건 왜인지 모르겠다. 추리 소설에선 보기 힘든 감동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하여간 읽을때마다 모두 합해 결론은 완벽하다고 점수를 매기게 되는건 루이즈 페니만의 장기인 듯 싶다. 요즘 나오는 추리 소설들 가운데서 군계일학이라 할만한 작품으로 , 묵직한 감동마저 선사하던 흔치 않은 책이다. 올해가 다 가진 않았지만 올해의 책으로 탑 텐 안에는 넉근히 들어가지 않겠는가 미리 예상하고 있다. 이변이 없는한 탑 파이브 안에 들어갈지도...


내용은 마을에서 천사라고 불리는 아줌마가 강령회 도중 사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원래 심장이 안 좋았던 사람이라 무서워서 심장 마비로 사망한거라 짐작하던 마을 사람들은 사망 원인이 독살로 밝혀지자 발칵 뒤집어 진다.  가마슈 경감이 부하와 함께 조용히 사건을 밝히고 다니는 가운데, 마을 사람들 역시 누가 과연 범인인가를 두고 촉각을 곧두 세우게 되는데 과연 범인은? 세상에서 가장 평화스러운, 살인과는 가장 거리가 먼 마을 같은 스리파인즈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과연 천사라고 불리는 그녀가 살해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를 살해한 범인은?


이젠 거의 믿고 보는 루이즈 페니가 되겠다. 위에도 썼지만 요즘 왠만한 추리 소설은 다 손에 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던 작품. 추리 소설에서는 흔하게 보기 힘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어 좋다. 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도 재미도 있지만 그보단 사람들의 면면을 바라보는 작가의 통찰력이 만만찮으니 말이다. 루이즈 페니...처음엔 그냥 그저 그런 추리 소설 작가인줄 알았는데 그녀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작가의 재능이 심상찮다 이거지. 걸출한 작가 한 명의 탄생을 보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그녀의 재능과 통찰력에 찬사를...


★★★☆☆


아~~ 아쉽다. 별 네 개는 주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무리지 싶어서 말이다. 북극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 더군다나 작가가 북극을 이리저리 탐험하고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쓴 책이라서, 마치 북극에 내가 간듯 그렇게 생생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북극으로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리고 북극을 그렇게 가깝게 느끼게 만든다는 점에서, 북극을 굉장히 재밌는 곳으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합격점이다. 안타까운점은 중반을 넘어가면서 전개가 지루하게 늘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책은 그저 좀 지루하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서도...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중반을 넘어서서 지루해지면 곤란하단 것이지. 그런 면에서 위에 언급한 <가장 잔인한 달>은 그야말로 특이한 책이다. 초반의 어수선을 뒤로 가면서 멋지게 역전했으니 말이다. 영화나 책이나 음악이나 하여간...완벽함이란 무엇일까? 결국 진심이 무엇인지, 그게 중요한게 아닐까 싶다. 진심이 훌륭하다면 약간의 묘사 부족이나 표현력의 미숙함 정도는 얼마든지 커버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결국 우리를 사로잡은 가장 궁극의 것은 < 진심>이나 <생각> 이라는 것이 아닐런지...다른 말로 좋은 작가는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두고 두고 한번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

  

역시나 빌 브라이슨! 하고 감탄을 하고 만 작품.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 1927년만 쳤더니 이 책이 나온다. 왜냐면 그것이 이 책의 주요 중심점이기 때문이다. 내가 언젠가 말한 적이 있는데, 빌 브라이슨은 별장에 가두고 글만 쓰게 하고 싶다고. 아마도 어떤 주제를 던져 줘도 그는 잘 써 낼 것이라고 말이다. 그 증거가 바로 이 책이다. 도대체 미국의 1927년에 뭐가 있다고 책 한 권을 써 낸단 말이냐? 싶겠지만서도, 빌 브라이슨에게 갖다 주면 훌륭한 책이 되어 나온다니까? 그러게 내가 아무 작가에게나 미저리를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다 그만하니까 나서는 것이겠지. 하여간 빌 브라이슨이라면 나는 미저리의 주인공을 기꺼이 하러 나설 용의가 있다 . 물론 종종 터무니 없는 주제를 가지고 너무도 성실하게 글을 쓰는 바람에 읽는 독자도, 번역하는 역자도 학을 떼게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서도, 그래도 이 정도의 퀄리티를 결국 만들어내는 작가가 어디 흔하던가. 이 정도면 무조건 존경해 마지않아 하는 능력이라고 봐야 한다.


내용은 미국의 전성기를 막 구현해내고 있던 특별한 한 해 1927년을 글로 재현내 낸 것이다. 그 해에는 베이비 루스와 루 게릭의 홈런 경쟁과 최초 대서향 횡단으로 나라의 영웅이 된 찰스 린드버그의 해였다. 야구와 항공사를 중심으로, 그리고 그외 소소한 뒷 담화들과 함께 빌 브라이슨은 1927년을 우리 앞에 생생하게 그려낸다. 오래전 미국의 이야기임에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 특히나 야구를 어찌나 맛깔나게 묘사하던지, 마치 내가 그 해의 야구를 직접 관람한 듯한 착각마저 일게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 잊고 있던 사실 하나를 떠올렸는데, 빌 브라이슨의 특별한 재능이 과연 어디서 내려온 것인가 라는 점. 이렇게 특별한 재능이 홀로 발현될 리는 없고, 그렇다고 그의 이력을 보자니 그다지 특별한 구석도 없고 말이다. 그래서 난 늘 그의 재능이 어디서 온 것인지 궁금했었는데, 생각이 났던것이다. 그의 아버지가 아들 못지 않게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던 스포츠 기자였다는 사실이. 부전자전이라고, 이 책을 읽게 되면 누구보다 그의 아버지가 아들을 자랑스러워 할 듯...역시나 내 아들이야 하면서 말이다.


★★☆☆☆


만약 이 책을 < 나 소시오패스>를 읽기 전에 읽었더라면 분명 좋은 점수를 주었을 터인데...안타깝게도 이미 그 책을 읽은 뒤에 읽게 되었다는 것이다. 단지 어떤 책을 먼저 읽었다는 이유로 점수가 확 깍인 책. 필 맥그로의 <라이프 코드>다.


내가 위에 쓴 말을 한 이유는 바로 이 책이 소시오패스를 조심하라는 취지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나 소시오패스>라는 책에서도 말한 것 같은데, 보통 사람들은 소시오패스를 짐작할 수 없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당사자가 소시오패스가 아니라면 그들의 성향이나 충동을 짐작만 할뿐, 알아차릴 수는 없다고 말이다. 심리학의 대가는 아니라도, 심리 상담의 내놓으라 하는 전문가인 필 맥그로도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소시오패스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다만, 그간 자신이 만나왔던 가해자 목록을 적어 보면서 그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곤 유레카를 외친 것이지...아, 이 사람들에겐 이런 습성들이 있구나, 하니 우리 선량한 보통 사람들은 조심해야 되겠구나 하면서 말이다. 문제는 그가 60년의 세월동안 경험을 통해 어렴풋이 알아챈 소시오패스에 대한 데이타가 실은 소시오패스 자신의 고백으로 이미 들통이 난 정보라는 것이다.


그러니 알겠는가? 소시오패스가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조차 짐작해서 때려 맞추기 힘든 문제라는 것을. 심리 상담에 모든 것을 걸고 60평생을 살아온 필이 유레카를 외칠 정도로 대단한 발견이라고 생각한 것이, 실은 소시오패스 한 사람의 30년에 걸친 고백으로 그새 한물간 것이 되고 마니 말이다. 결론은 그래서 우리는 소시오패스를 절대 알 수 없다는 것이고, 그저 잘 피해 가기만을 바라야 한다는 것이다. 


<나 소시오패스>는 그런 면에서 내게 참 유용한 책이었다. 그 책을 읽고 난 후 난 더이상 아니, 어떻게 인간이? 라는 말을 하면서 머리를 썩히지 않는다. 그저 아, 그 사람은 소시오패스겠군! 이라는 말로 모든 것이 설명되니 말이다. 설명의 명확성이야말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니, 명확함을 선호하시는 분은 이 책보단 <나 소시오패스>를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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