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가 출연하고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을 한다고 하니 아니 볼 수 없어 보게 된 영화. 보게 된 소감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뭘 이걸 또 이렇게 열심히 찍어, 대충 찍지...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나게 하던 영화였다. 이 영화를 먼저 보신 분이 2013년도 최고의 코미디 작이라고 일갈하시던데, 보고 나니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만약 이 영화가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실화라는 말이 없었다면 충분히 코미디로 볼만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실화가 아니라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코미디라고 했으면 오히려 더 기분 좋게 봤을 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이런 기괴한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  정말 기발하다고 하면서 말이다. 물론 그 상상력에 그다지 환호를 해줄 생각은 없다고 단서를 달았을테지만서도... 

그렇다. 이 영화의 최대 문제는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 것일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어 22살에 월스트리트에 입성한 조던 벨포트는 도덕성 제로의 마인드와 거칠 것 없는 입담으로 20대에 억만장자로 등극하게 된다. 일개 트레이더에 불과하던 그가 어떻게  단시간에 사기 기업의 오너가 되고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의 주인이 되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는데, 코미디처럼 연출했음에도 간간히 역겨움을 감추기가 힘들 정도로 막장이더라. <브레이킹 배드>에서 익히 보아왔듯이, 불법적으로 돈을 벌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골치가 아프다는 것을 이 영화속에서도 보여주고 있었는데, 넘쳐나는 돈을 감추기 위해 머리에 머리를 쥐어 짜는 그들을 보려니, 도대체 왜 저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돈 중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에 대한 보고서로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돈이 사람에게 미치는 파괴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한다. 거기에 이토록이나 미친 사람들에게 돈을 맡기는 선량한 사람들은 도무지 어떻게 한단 말이냐, 라는 절망감도 들더라. 아마 그들이 돈을 맡길 적에는 자신의 돈이 이런 곳에 쓰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건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추태 공화국이었으니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 여자가 생각하는 천국과 남자가 생각하는 천국이 참으로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면 누군가는 심하게 부러워할 수도 있는 조던의 생활이 나에게는 보는 것만으로도 욕지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섹스와 마약이 아니면 깨여있을 수도 없는 생활, 그것이 정상인지 아닌지도 가늠하지 못하는 정신 상태를 과연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남자들에겐 혹시라도 그것이 천국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이하게 느껴졌다. 하긴 돈으로 지랄을 하는데는 여자 남자 가리지 않으니, 여자에게 불법적인 돈이 그처럼 많이 들어온다면 다른 추태를 부리면서 살 수도 있겠다 싶긴 하다. 섹스와 마약이 아니라도 다른 무언가로 자신을 고립시키면서 살겠지. 그것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까 라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으면서 말이다.

하여간 보는 내내 입맛이 썼던, 보고 나서도 입 맛이 썼던 영화가 되겠다. 거기에 레오는 연기도 어쩜 이렇게 열심히 진지하게 하는지 안스러웠다. 아무리 열심히 연기를 해도 매력적으로 보일만한 배역이 전혀 아니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열심히 연기하면 연기할 수록 정나미 떨어지게 하는 캐릭터, 해서 진짜로 혼신을 다해 연기하는 레오가 불쌍해 보이까지 했다. 어쩌면 레오가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더 좋은 영화가 되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마음껏 주인공을 미워할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거기에 3시간짜리 드라마, 중간부터 지루하다. 왜 내가 이런 막장을 3시간이나 봐야 하는데 라는 짜증이 슬슬 밀려 오는데, 아마도 그때쯤일 것이다. 왜 이렇게 열심히 찍은 거야 라는 한숨이 흘러 나오는 것은 말이다. 아무리 착한 행동도 반복되면 지루한데, 이 막장 패밀리들의 추태, 3시간은 너무 길다. 하여간 미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면에서는 너무도 신기하고 이상해,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오를 감옥에 집어 넣은 뒤 FBI 수사관이 지하철을 타고 퇴근을 하는 장면만은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정신박힌 장면이었지만서도, 안타까운 것은 어쩌면 사람들은 조던 벨포트의 삶에 비해 그 FBI 삶이야말로 초라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라는 점이다. 뭐, 우리네의 생각이 다 다른 만큼 무엇을 좋게 보는가는 내가 관여할 것이 아니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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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2014-02-1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오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더 짜증나고 실소가 터져나왔던 영화죠. 길긴 했지만 딱히 지루하진 않았는데, 그렇다고 재미있어서 지루하지 않았냐고 한다면 그건 또 그렇지 않은... 참 이상한 영화였어요. 살색이 난무하는데도 남자들이 영화보다가 자거나 영화관을 나가버리는 영화는 처음이었어요. 근데 또 마틴 스콜세지가 의도한 바라든가, 레오가 왜 이렇게 미쳐서 연기했냐에 대해서는 한편 이해가 가기도 했어요. 얄팍하게나마... 아무튼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 맞습니다. >_<

이네사 2014-02-12 10:21   좋아요 0 | URL
딱 맞는 말씀만 하시네요. 맞습니다. 이 영화가 그랬죠. 적어도 감독이 의도했던 바가 먹혔다는 점에서만큼은 인정해 줘야 할 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