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없는 사회 -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들이 만드는 현실 속 유토피아
필 주커먼 지음, 김승욱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신없는 사회라는 제목에서 내가 무엇을 기대한 것인지 모르겠다. 신 없이도 인간의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 내진 신은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그다지 믿을 필요가 없다는 논증을 나는 기대한 것일까? 몇년전 논쟁의 중심이 되었던 책인 리처드 도킨스의 < 만들어 진 신>과 같은 맥락에서, 신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갈 것이며, 신을 믿지 않은 인간은 인생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멍청한 인간이라는 명제에 맞서 통쾌하게 종교인들을 까발리는 그런 책이길 바라는 것이었을까? 솔직히 <만들어진 신>의 기본 골자에 대해선 나는 동의한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의 어조가 꽤나 거만하다고 느껴진 관계로 나는 너보다 똑똑하다는 전제에서 말하는 사람 아닌, 차분한 어조로 거부감없이 무신론을 설파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길 기대한 듯하다. 적어도 난 그걸 기대했었다. 그런데 내용을 알고 보니...


그저 광신없이 살아가는 사회도 멀쩡하다는, 오히려 열렬히 종교를 지향하는 사회보다 건전하더라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 김이 팍 새는 기분이었다. 그래, 이 교수가 1년간 살았던 덴마크와 스웨덴이 행복한 나라고, 종교를 그다지 신봉하지 않음에도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시민 의식을 기반으로 해서 살아가는 사회라는건 알겠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단지" 종교 때문이라고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거 좀 비약 아니야?  전체를 설명하면서 조그만 일부분으로 전체를 다 조망한 것인양 부풀린 것 아닐까 라는 의문이 모략모략 머리에서 피어 올랐다.


일단 스웨덴과 덴마크가 다른 나라들보다 행복하고 살기 좋은 나라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게 단지 무신론의 영향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본다. 일단 그들은 다른 나라들보다 잘 산다. 교육 수준이 높을 수도 있고, 비이성적인 논리를 배격하는 감각이 다른 나라보다 발달한 나라일 수도 있다. 인구밀도가 다른 나라들보다 낮기 때문에 개개인에 대한 자아존중감이 특별하게 높은 나라일 수도 있고, 각자가 중요하다는 관념을 어린 시절부터 뼈에 새기면서 성장시키는 그런 나라여서 그럴 수도 있다. 불행이 들불처럼 번지는 곳에 종교가 성하다는걸 감안해보면, 어쩌면 원인과 결과가 바뀐 것일지도 모른다. 즉, 그들은 행복하기 때문에 종교가 필요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종교가 없어서 행복한게 아니고 말이다.


인간에게 신이 왜 필요한지 그걸 알아낸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아니, 그보단 복잡하다고 하는게 맞는 말이겠지. 인간의 심리나 역사, 근본, 문화에 위치한 것이라서, 단지 필요하다 아니다란 논리론 설명이 불충분할 거란 뜻이다. 나야 물론 종교를 필요악이나 귀찮은 것 정도로 여겨, 때론 그것의 성가심에서 벗어나면 좋겠다 싶을때가 많지만서도, 적어도 난 종교를 근절시킬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안다. 만약 내가 종교가 전혀 필요없는 것이라는 이유로 모든 이들에게 종교를 믿지 못하게 말리고 다닌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독재이자 강압일 것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마치 종교를 믿지 않으면 착한 사람이 아니고 ,그렇기에 어떻게 해서든 종교를 믿어야 한다고 길거리에서 나를 붙잡고 설교를 늘어놓는 기독교 인들처럼 말이다. 다를게 뭐가 있겠는가. 남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바보같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는 다를바가 없다. 그래서 내가 종교인들을 붙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일랑은 믿지 말라고 충고하지 않는 것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들에게도 생각과 감정이란게 있고, 그게 옳다 그르다 할 권리는 내게 없다. 남들이 내게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예전에 어떤 심리학 책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길거리에서 선교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은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일면 수긍이 되더라. 자신이 너무우울하고  불행하기 때문에, 어쩌면 그들에겐 동지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자신보다 더 우울하고 불행하며 행복할 기미가 없는 그런 사람들을 붙잡아, 그래, 나보다 더 정신이 나간 사람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왜 그들이 내 소매를 붙들고, 왜 하나님을 믿지 않냐고 따지는 것에 대해 조금 아량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적어도 그들이 주장하는 바는, 그들이 말하는 대로 종교를 믿으라는게 아니라, 왜 너만 행복하냐는 것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을 붙잡아서 그들에게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하는게 어쩌면 그들의 숨은 의도일지도...  그렇게, 종교는 겉으로 드러난 것과는 많은 다른 양상들을 지녔다. 종교가 생겨난 것도, 그리고 그렇게 많은 비리와 위선의 온상이 되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것도, 실은 종교 자체의 문제라기 보단 종교가 인간 사회의 다른 반영이라는 점에 있는게 아닐까 한다. 그러니까 ,종교는 인간이 없어지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은 어떤 거울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모습을 비스듬하게 투영하고 있는...


모르겠다. 사회가 지금보다 보다 진일보하고 이성적이 되며,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일반화 된다면 우리에겐 신이 필요없게 될지도. 그러나, 인간이 그렇지 못하다는걸 아는 지금, 단지 신이 없는 사회가 신이 있는 사회보다 더 낫다는 말은 단순한 비약이라고 밖엔 생각되지 않는다. 깊이 있는 분석이나 통찰력에서 내린 결론이 아닌. 해서 역시 심도 있는 분석이었어, 내진 그래, 바로 그거야를 외치면서 동조하고 팠던 이 책은, 뭐야 시시하게...를 외치면서 덮을 수밖엔 없었다.  그래, 우리 나라도 이렇게 건전하고 올바르며 윤리적이고 행복한 사회가 되었음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그게 신이 없음을 전제로 해서 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신을 열심이 믿는다고 해서 그렇게 될 거라고도 생각되지 않고. 우리가 열렬히 바란다면, 그런 사회를 말이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열심히 쓴다면 언젠가는 미래에 어느날에 우리 후손에게 그런 사회를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데, 그건 신이 있다 없다와는 관련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신의 문제는 부차적인 것일지도. 우리가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는,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데는 종교가 전부는 아니니 말이다. 어쩌면 신에게 매달리는 사회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회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가 되기는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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