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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1 - 식죄 ㅣ 타카시로 시리즈
도바 순이치 지음, 한성례 옮김 / 태동출판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형사 타카시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의 첫번째 편이다.7년전, 형사 타카시로는 일곱 살 난 딸을 잃어버린 뒤 술로 위안을 삼으며 살아왔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딸을 형사의 직감으로 죽었다고 판단한 그는 더이상 딸을 찾으려 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사이가 벌어진 변호사 아내와는 이혼을 했다. 그 후 알콜에 절어서 인간 구실도 제대로 못하는 그를 동료들은 그 마음을 알았기에 눈감아 주었고, 그 덕에 여지껏 직장에서 잘리지 않고 견뎌오고 있었다. 과거엔 수사 1과에서 이름을 날리던 형사였지만 이젠 사무실 일도 제대로 할지 걱정이 되는 퇴물신세, 그런 그를 실종과 수사 과장이 불러 들인다. 실종과를 제대로 혁실할 참인데 그가 필요하단 이유에서 였다. 글쎄, 혁신을 하려면 좀 더 상태가 좋은 사람을 부르는게 좋지 않을까도 싶었지만서도, 막상 실종과에 가보니 그는 그래도 엘리트 측에 속했다. 이렇게 모으기도 힘들겠다 싶을 정도로 경찰서 내에서 미움을 받거나, 무능력하다고 찍히거나, 머리가 나쁘다고 정통에 났거나, 언제 심장마비로 죽을 지 몰라서 간당간당한 목숨을 유지하고 있거나... 그런 한물간 사람들이 온통 모여 있는 곳에서 자신의 가족이 실종되었다는 간절한 호소를 지닌 사람들을 어떻게 상대하려는지 타카시로를 암담하기만 하다. 거기다 실종과는 그야말로 찾아주기만 하는 과라서, 실종이 사건이나 사고, 자살과 연관이 되었을시에도 수사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라진 가족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최선을 다해보기로 한 타카시로는 심기일전해서 접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그렇게 실종과에 들어온 지 첫 날, 결혼을 얼마 앞두지 않은 약혼자가 사라졌다며 약혼녀가 신고를 해온다. 절대 그는 말도 없이 사라질 사람이 아니라면서, 이런 저런 가능성을 일축하는 약혼자와 가족들, 서른을 넘긴 남자가 사라졌으니 가출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건 가능성을 배제하려는 동료들에 맞서, 타카시로는 사건을 수사해 보기로 한다.그러던 중 그는 실종된 사람에게 스무살 시절 1년간의 공백이 있었고, 그가 그에 대해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는데... 과연 그가 사라져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를 아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성실하고 배려심이 강한 그의 인상은 과연 옳은 것일까? 사건을 파헤쳐 가면 갈수록 타카시로는 그가 말못할 이유때문에 사라질 수 밖엔 없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는데...
실종수사과라는 경찰서 내에서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부서의 활약을 그린 형사물이다. 퇴물이라 할만한 사람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일은 안 하고 월급을 받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각자 자신이 가진 하나의 재능으로 사건 수사에 도움을 준다는 전형적인 팀 플레이를 그럴 듯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딸을 잃은 뒤 알콜중독으로 자신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별로 관심이 없지만서도, 그럼에도 일을 시작하면 감 하나로 밀어 붙이는 타카시로 형사의 듬직함도 멋졌고, 은퇴를 앞 둔 심장병 환자로 무리를 하면 안 된다는걸 알면서도 정보통으로써의 활약은 대단했던 선배나, 승진을 위한 깜짝 실적을 위해 실종과의 부활을 지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실종수사 자체에는 심혈을 기울이는 팀장이나 그외 여자로써나 후배로써의 매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보기 힘든 메구미 신참과 그가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재밌기만 했다. 세부적인 묘사들이 출중했던 덕분에, 자연스럽게 읽힌다는 것이 장점이지 싶다. 도무지 막힘없이 술술 흘러가게 하는 필력은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세부적인 대화마저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하는건 쉽지 않은데 말이다. 하여간 글을 잘 쓰는 새로운 추리 소설 작가를 만난 것 같아서 기뻤던 작품이다. 도바 순이치, 그의 이름을 기억해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