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블로그에서 나가 아름다운 청소년 13
아그네스 함머 지음, 전재민 옮김 / 별숲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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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우리집 가까이에 있는 곳에서 한 중학생의 자살 사건이 있었다. 신문을 통해 보았지만 워낙 가까운 중학교와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었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꽤 회자되었다. 한 반 아이들에 의해 사이버 폭력을 당한 여중생이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목숨을 버렸다. 예전에는 청소년 자살의 이유가 거의 대부분 가정 불화나 성적 때문이었다. 그런데 친구들 사이의 사이버 왕따가 자살의 이유가 되니 이젠 "자살"이라는 문제가 과연 내 아이와 먼 이야기일까 하는 위기의식이 느껴져 무척 두려웠다.

 

"사이버 불링"이라는 말이 있단다. 우리 말로 바꾸면 사이버 왕따인데 이런 어휘가 생겨날 정도로 사이버 폭력은 이제 전세계 청소년들 사이에 이미 널리 퍼져 있고 많은 근심을 안겨주는 행위가 되어버렸다. "왕따"가 이제는 시공간을 넘어 사이버 속에서 더욱 크고 많은 피해를 안겨주는 것이다.

 

<내 블로그에서 나가>는 이런 사이버 불링 사건을 다루고 있다.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가독성이 뛰어나다. 우리와 조금은 다른 듯한 독일의 청소년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자신들이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그럼에도 아직은 성인이 아닌 미성숙한 이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가깝게 느껴진다. 어른이라고 다를까 싶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아니꼬운 게 사실이다. 단지 그런 감정의 자신을 얼마나 잘 다스릴 수 있는가가 문제가 될 것이다.

 

율리는 예쁘다. 날씬하고 아름다운 머리카락과 누구나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목소리의 노래 실력까지 갖추고 있다. 거기다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당당함과 자신감까지. 율리의 이런 행동은 율리 주변의 여자아이들의 시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을 드러내놓고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어느날 메일 한 통을 받은 율리는 당황한다. 밑도끝도 없이 자신을 비난하는 메일. 처음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율리는 이메일을 보낸 자의 아이디를 찾아보고 공포에 시달리고 어느새 자신이 정말 그자가 묘사한 것처럼 건방지고 나쁜 사람이 아닐까 말려들기 시작한다.

 

"근데 이해가 안 가는 건, 사람들이 왜 나한테 그런 일을 저질렀는가 하는 거야. 정말로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149p

"침묵은 오히려 상처를 덧나게 할 수 있다는 걸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합니다!"...255p

 

율리가 처음 당한 사이버 폭력은 곧 사이버 왕따로 이어진다. 율리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다가 가족에게 털어놓은 후에야 해결책에 다가간다.

 

요즘 EBS인가에서 본 CF 한 편이 생각난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어떤 이유로든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내 아이만 잘 행동한다고 사이버 폭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제는 모든 아이들에게 해당되는 너무나 큰 사회문제가 되었다. 내 아이는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태도도 문제겠지만 너무 많은 불안과 신경도 문제가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가족 간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다. 주변의 아이들에게도 읽혀주고 싶다. 내가 언제든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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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03-18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동네에서도 몇해전 여중생 자살사건이 있었는데 예쁘고 공부도 잘하던 학생이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다하더라구요.ㅜㅜ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에요.

ilovebooks 2016-03-19 21:37   좋아요 0 | URL
이젠 정말 남일 같지 않아서...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