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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ㅣ 갈매나무 청소년문학 2
야나 프라이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15년 9월
평점 :
아이들은 사춘기가 시작되면 별 것 아닌 일들이 인생의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하나의 감정이 또다른 감정을 불러오고 그 감정이 마치
자신의 전부인 양 생각되어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우울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그저 자신이 정한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견디고, 견딜 뿐.
이 때 다정한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들의 관심만 있다면 이 아이는 잘 견딜 수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는 여느 청소년 소설처럼 시작했다. 덩치가 작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새미이지만 친구 레안더만 있다면
언제나 행복한 아이였다. 한때는 자신이 동성애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레안더가 좋았다. 레안더만 있다면 어떤 힘든 일이라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 그런데 어느 7월 모든 일이 한꺼번에 시작되었다. 몇 주 내내 비가 내리던 여름, 믿고 의지하던 엄마는 같은 병원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과 사귀더니 동거를 시작한다며 이사를 결정하고 수영장에서 한눈에 반한 카를로타는 세상에 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친구, 레안더와 사귀기
시작했다. 한 눈에 반한 첫사랑이었는데. 사랑보다 우정을 선택할 수 있었던 새미였다. 그런데 레안더와 카를로타는 새미를 뒤로 하고 두 사람만의
시간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사하던 날... 너무나 아끼던 개 찰리가 죽었다.
원래 슬프고 힘든 일은 한꺼번에 일어난다. 이런 일을 버틸 수 있는 힘은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 주변인들이다. 힘 내라고 격려해주고,
괜찮다고 위로해 주는 사람들. 처음엔 그런 그들이 귀찮을지 몰라도 사실은 은근히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 좀 도와달라고. 새미도
마찬가지였다. 힘들다고, 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 같다고 엄마, 친구들에게 사인을 보냈는데도 아무도 귀기울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새미를 몰아새우는 것이다.
"내가 절망에 빠져 도망쳐도 아무도 날 붙잡지 않았다. 내가 달아날 때마다, 이런 식으로 관계를 끊을 때마다 모두들 그냥 가게 내버려 둬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마 그 누구도 나를 정말로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44p
사춘기에 하는 아이들의 행동이 모두 잠깐의 방황일까. 처음에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 속에 담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꿈을 찾아 결국은 새미네 집단에서 이탈한 알료샤나 집안의 무관심 속에 폭력을 일삼는 라파엘을 보면 알 수
있다. 새미의 "기나긴 길"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의 상황을 알게 된 주변인들에 의해 새미가 조금씩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길
바란다. 무엇보다 그의 강한 의지가 그 구심점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