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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동안
윤성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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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의 맨 처음에 자리한 <어쩌면>을 읽으며 사실 좀 당황했다. 마치 학창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듯하더니 느닷없이 귀신이라니. 게다가 이 소녀들의 사건, 어디선가 들은 것 같고 읽은 것 같다. 그렇게 시작된 윤성희의 소설집 속 주인공들은 모두 비슷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갑작스런 사건, 사고를 당하고 어쩔 줄 모르는 이들... 하지만 결국 삶이란 그런 것이라고 수긍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이들. 처음엔 낯선 이들의 이야기들이 결국은 우리의 이야기와 그다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일까. 어딘지 조금 모자라고 우스꽝스럽게 행동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왠지 애잔하고 슬프고 먹먹하다. "이야기"로만 존재하면, 그 속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나면 그냥 웃어넘길 이야기로만 남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107p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는 바로 이 문장이 아닐까 싶다. 죽음을 앞두고, 혹은 죽음을 경험하고 나서야 사람들은 그 전에 자신이 했던 실수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던 누군가에게 준 상처들을 후회한다. 어쩌면 그런 작은 상처와 실수들이 모여서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다가 죽음 앞에서야 고개를 들고 나타나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것은 아닐런지. 그래서 소설 속의 인물들은 뒤늦게라도 상대방에게 다가가 먼저 손을 내민다.

 

각각 다른 배경 속에 속한 이들은 몇 가지의 공통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도둑이나 소파, 빨간 망토 등으로 나타난다. 이런 식으로 이어져있기 때문인지 소설집 속 등장인물들은 마치 하나로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이들을 마주하며 드는 생각은 '난 누구에게 상처를 준 적이 없나?' 하는 것이다. 나도 모르는새에, 혹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지나쳐온 적은 없는지... 그렇게 스스로를 속이며 생활해 왔다면 언젠가는 이들처럼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렇다면 너무 늦기 전에 제자리로 돌아오고 싶다.

 

작가는 아주 조그만 에피소드 하나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신문에 웃으며, 혹은 불쌍해하며, 안타까워하며 읽었을 몇몇의 이야기들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낸 느낌이다. 마치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담은 듯.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와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삶이란 그런 것이라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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