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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모퉁이를 돌면 정면으로 2층 목조건물인 고구레빌라가 보인다. 건물 외벽은 갈색 페인트로, 나무 창틀은 하얀색 페인트로 칠했다. 멀리서 보면 초콜릿 바탕에 생크림으로 장식한 초콜릿 케이크가 떠오른다. 가까이 보면 페인트를 여러 번 덧칠해 울퉁불퉁한 것이 진흙덩어리 같지만. 주인 할아버지가 페인트 벗겨진 곳을 발견하는 즉시 페인트붓을 가져와 서툰 솜씨로 칠하기 때문이다. "...22p
소설의 앞부분 고구레 빌라를 소개하고 있다. 다 쓰러질 듯한 이 조그만 빌라에, 6개 뿐인 방 중 3가구만 세들어 사는 이 빌라에 이상한 바람이 분다. 이름하여... "연애 소동"! 하지만 이 연애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연애와 조금 다르다. 참으로 일본스럽다고 해야하나... 너무나 적나라하다고 해야 하나... 하여간 이 갖가지 연애 소동은 고구레 빌라 사람들을 정으로 엮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삶이란 하나뿐이지는 않다고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고구레빌라 연애 소동>>은 옴니버스 형식을 띤다. 고구레빌라를 중심으로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전체적으로 이어져 있지는 않다. 가벼운 삼각 관계에서부터 시작하여 노인이 느끼는 욕구<심신>나 남편의 바람기<검은 음료수>, 관음증<구멍> 등 다소 무리가 되는, 하지만 거부감이 느껴지지는 않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런가하면 다소 판타지한 느낌과 함께 업보를 이야기하는<기둥에 난 돌기>나 불임으로 인한 상처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다양하고 무거워보이는 주제에 비해 읽기에는 전혀 부담이 없다. 작가가 유머러스함과 위트를 끝까지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왜 다른 사람들은 이걸 보고도 못 본 척하지?"
그 말은 미네를 관통하고 마에다를 관통하며 과거까지 관총하는 탄환이다. 과거에 했던 일을 잊지 말라는 경고이다....130p
이들의 사랑과 성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우리 주위의 이야기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들 각자에게는 상처가 있고 그 상처를 딛고 일어서면 또하나의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