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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5p

 

정말로 강렬한 시작이다. 문맹이란 사실이 누군가를 죽일 정도로 힘든 것이었나. 이전엔 배우지 못해 글을 못 읽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적어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문맹을 찾아보기가 쉽지가 않다. 어린 시절 각종 이유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이제 많은 경로를 통해 글자를 배우고 그런 노력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세상이다. 그런데 <<활자 잔혹극>> 속 유니스는 다르다.  유니스는 온갖 수치를 당하고 다른 억울한 일을 당한다 해도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 만큼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어쩌면 바로 이런 유니스만의 자존심이 그녀를 살인자로 몰았을지도 모른다.

 

<<활자잔혹극>>은 미스테리 스릴러 소설이다. 하지만 맨 첫줄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준다. 그런데도 한 장, 한 장 결국은 마지막 장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왜!"라는 물음이 끝도없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왜 유니스가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커버데일 일가는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커버데일 가족은 그녀의 과거가 어떠했는지, 이 집에 오는 일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지, 자신들에게 닥친 것과 똑같은 희망과 공포를 그녀도 느꼈는지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았다. 그 시점에서 그들에게 있어 유니스는 기계에 지나지 않았다."...36p

 

어쩌면 이 비극은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커버데일 일가와 유니스의 차이에서 일어났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유니스의 입장에서 볼 때이고, 이미 활자가 익숙한 우리에겐 매 순간순간이 활자가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이니 유니스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유니스의 관점에서, 그리고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이 자신의 삶 그 무엇보다 중요한 그녀에게 하루하루의 삶이 얼마나 긴장되고 힘든 일이었을지.

 

소설의 뛰어난 점은 그런 유니스의 감정을 묘사하는 데에 있다. 그저 문맹이라는 사실이 주는 창피함 뿐만아니라 활자를 읽지 못하고 그 사실을 숨기고 오직 눈치만으로 삶을 살아오면서 변한 그녀의 마음이다. 감정적으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된 것,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 그런가하면 작가는 마치 활자 중독에 빠진 듯한 커버데일가의 특성도 놓치지 않는다. 그들 또한 활자에 빠져 지내면서 진정으로 자신과 다른 부류와는 소통하지 않는다는 점.

 

이들의 관계가 일으키는 상황이 무척이나 긴박하다. 언젠가는 일어날 그 비극정 사건이 언제가 될지 마음 졸이며 읽게 된다. 그리고 결국 이 사건은 유니스에게 적절한 벌을 내리며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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