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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인생을 만나다 ㅣ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고전은 어렵다. 특히 서양 철학이나 고전은 읽고 싶은 마음에 앞서 어렵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 그래도 동양 고전은 같은 문화권이고 어려서부터 듣고 배운 게 있다 보니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마음이 한결 느긋해진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더욱 동양 고전 읽기의 갈망이 커지면서 내 삶의 기준과 방향을 알려주는 동양 고전에서 흐트러진 내 삶의 다시 바라보고 삶의 지혜를 배우고 싶다.
<중용>, 사서 <논어>,<중용>,<대학>,<맹자>중 하나이다. 저자는 동양 고전 열풍을 일으킨 2011년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후속작으로 중용에 대한 책을 준비했다고 한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 8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이 출간되었다. 오십이라는 나이의 숫자는 단지 숫자가 아닌 시간이 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오직 세월이 흘러 경험으로 와닿아야 하기에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머리로 아는 것이 진리처럼 소중하게 생각할 때도 있지만 시간이 흘러 몸으로 아는 것이 더 삶에 큰 깨달음을 주는 거라는 걸 나 또한 시간이 흘러 내가 깨닫기 전에는 몰랐다.
<중용>을 12가지 범주 즉 12강으로 분류하고 각 강마다 다섯 가지의 소주제 총 60가지 조목으로 나누어 알려주고 있다. 각 소주제에 맞는 원문을 '입문', '승당', '입실', '여언'의 단계를 설정하여 원문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저자의 현대적 맥락을 소개하고 원문과 독음과 번역을 제시하고, 원문 맥락 풀이와 함께 현대적으로 되새겨볼 수 있는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이 현대적 맥락과 방안 제시하는 글 읽기가 이해하기에 도움이 되었다. 지금 현실과 연계된 고전 해설이라 고전의 진가가 그대로 이해가 되었다. 글의 의미가 이렇게 현대의 우리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게 놀랍고 마음에 새기면서 삶의 지혜로 이어지길 바라면서 읽었다.
첫 글부터 요즘 현실을 너무나 잘 드러낸 말이라 놀랍다.
"공자가 말했다.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주장을 찾아내고 납득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길을 벗이 실행하여 그것으로 후세에 칭찬받고 기리는 대상이 된다고 한다. 나는 이런 짓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P19
뉴스 보기가 무섭다. 얼마나 해괴하고 엽기적인 사건 사고도 많은지. 또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 현실에서 우리와 같은 소시민은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다는 게 너무나 분통이 터진다. 이렇게 '소은행괴'로 질주하는 시대, 더 극단으로 흐르는 시대, 이런 시대에 <중용>처럼 꼭 필요한 책이 또 있을까?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는 사회, 평범을 소중히 여기는 시대, 보통이 존중받는 시대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책의 필요성이 절실히 느낀다.
"공자가 말했다. 천하와 나라 그리고 가문을 고루 공평하게 할 수 있고, 작위와 급여를 겸손하여 받지 않을 수 있고, 서슬 푸른 칼날의 위험에도 뛰어들 수 있지만, 중용의 삶은 완전히 실행할 수 없다."P70
서슬 푸른 칼날을 밟는 것보다 어렵다는 게 중용의 삶이다. 저자는 중용대로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그 기분이 명확하게 알고 그 앎을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고 한다. 옳고 그름을 알고 삶에서 실천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중용대로 사는 게 더 어려운 것은 바로 그 실천을 평생에 걸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생을 제대로 실천하는 삶, 이러니 차리라 서슬 푸른 칼날을 밟는 게 더 쉽다는 말이 나온다.
사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너무나 두렵다. 아직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이제 오십의 나이를 생각해야 한다니, 나이의 무게만큼 몸과 마음이 아프고 병들어 가는 느낌이다. 아직 세상의 이목에 이렇게도 흔들리고 사는 게 힘들고 괴로운 마음인데, 그래도 살아야 하기에 마음을 다시 잡는다. 책에 기대며 생각한다. 나만의 중심을 잡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