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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강민호 지음 / 턴어라운드 / 2018년 6월
평점 :
교보문고에서 경제·경영 분야 10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부제는 "인문학적 마케팅 사고방식"이다.
기존 마케팅 개념에 반기를 들고 인문학에 기초한 단순하고 정직한, 본질에 충실한 마케팅을 강조하는 책이다.
훌륭한 책은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개념 설명 없이도 저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고객의 심장에 명중시키는 데 그런 전범으로 삼을만하다. 이런 책 다져진 내공이 아니면 아무나 쓸 수 없다.
"특히 전문적인 경영학이나 마케팅 용어의 무분별한 사용은 지양했으며, 현학적인 태도를 드러내기보다는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P 252)
저자의 다음 책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에 보면 이 책의 출간에 대한 비화가 소개되어 있다.
"처음에는 거의 모든 출판사에서 이 책은 안 될 거라 이야기했습니다. 일단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제목이 철학책인지 뭔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내용이 마케팅치고는 너무 원론적이고 SNS 블로그 마케팅 같이 실제 도움이 되는 테크닉에 대한 소개가 부족하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습니다."(<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 P 87)
30곳이 넘는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지만 우여곡절 끝에 아주 작은 1인 출판사를 통해 책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출판계 선수들이 안 된다고 'NO' 했지만 눈밝은 다수 독자들은 이 책의 가치를 읽어냈다.
저자가 주장하는 마케팅에 관한 "기본적인 본질"이 먹힌 것!
수능 만점자에게 매스컴이 묻는다.
"비결이 뭔가요?"
"학교 수업에 충실했습니다."
이런 맥빠진 대답을 들으려고 내가 물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수도 있지만, 아니면 만점자가 제시한 답변이 본인이 실제로 한 행동과는 다른 모범답안이라 하더라도, 문제의 본질은 살아 있지 아니한가.
비교적 나이가 많지 않은 축에 드는 강민호 마케터의 데뷔작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선 이걸 강조한다.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마케팅의 세계에도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흔히들 범하는 마케팅의 오류가 '변하는 것'에 신경을 쓰는 것이기에, 제대로 마케팅에 접근하려면 '변하지 않는 것'을 파악하고 여기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나는 이 내용을 이렇게 이해했다.
본 바탕이 예쁘지 않은 여자가 화장발로 어느 정도는 커버할 수 있지만,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진 않는다.
또한 본 바탕이 아무리 예뻐도 내면의 아름다움이 우러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인형'에 불과하다고.
어찌 보면 마케팅의 개념은 화장에 비슷하다.
본질이 좋지 않은데 마케팅만 쏟아붓는다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되진 않는다.
요즘 고객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약아서 한 번은 속을지언정 두 번까지 속지는 않는다.
"먼저 무언가 얻으려고 거래를 시도하면 상대방은 금세 알아차립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관계에 집중하면 이익은 저절로 구해지는 것입니다."(P 235)
당신이 가수라면 노래를 잘 해야 할 것이고, 연기자라면 연기를 잘 해야 하고, 음식점이라면 음식이 맛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전제조건이다.
최고의 요리사는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사람 아닌가!
그렇다면 향후 방향은 정해졌다.
"변하는 것"(거래, 유행, 현상)보다는 "변하지 않는 것"(관계, 기본, 본질)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 관점에서 0부터 다시 시작하라!
"좋은 전략의 핵심은 바로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기회요인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 P 221
가장 중요한 고객은 잠재 고객, 가망고객 단계를 거친 신규 고객이 아니라 내부고객이라는 혜안도 매우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이 예를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한 '을들의 반란'에서 최근 자주 본다.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한다'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매우 다른 문제다.
어쩌면 여기가 성공자와 실패자가 갈라지는 지점이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 상황에 닥치면 감원을 통한 구조조정, 비용 절감을 우선순위에 두고, 본질에서 차별화가 되지 않는 기업들은 결국 가격 경쟁의 레드 오션으로 갈 수밖에 없다.
"가치를 추구하면 이익은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따라오는 것입니다. 반대로 이익을 구하느라 가치를 놓치고 마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결론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기업이 추구해야 할 근본적인 목적은 이익창출이 아닙니다. 바로 가치창출입니다."(P 107)
연령대별로 본인이 겪은 솔직 담백한 좌절의 역사로 프롤로그를 여는 이 책은 다소 특이하게도 중요한 부분에 아예 분홍색으로 밑줄이 쳐져 있다.
'1인 브랜드'라는 말을 요즘 많이 한다. SNS나 유튜브 붐을 타고 개개인이 브랜드인 시대다.
'인문학적 마케팅 사고방식'을 표방하는 이 책은 마케팅의 본질을 건드린다.
비단 기업에서 마케팅 업무에 종사하거나 관심이 있는 자가 아니라도, '1인 브랜드'라는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마케팅의 핵심에 대한 통찰을 전달하는 빼어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