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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 - 개정판 마인드북 시리즈 1
박옥수 지음 / 온마인드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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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서점가에는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가 장안의 지가를 올리고 있다. 일상적인 성공 무용담이나 처세술이 아닌, 출판 업계 최초로 ‘마음’에 대한 명쾌한 분석과 해석을 제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저자는 지난 2009년에 중국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의 요청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내용을 들은 중국의 한 국영서점에서 책을 출간하고 싶다며 원고를 요청했고, 같은 내용을 한국에서 먼저 출간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목회자이기도 한 저자는 젊은 청소년들을 많이 만나면서 아직 인생 경험이 적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생각에 그냥 끌려가 인생을 망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했다. 그래서 젊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밝고 긍정적인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나는 원래 작가가 아닌 목사다. 성경을 깊이 대하다 보니 성경에 ‘마음의 세계’에 대해 아주 정확하게 나타나 있는 것을 발견했고, 성경말씀을 통해 나 자신도 참 많이 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성경을 읽어도 깊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몰랐을 뿐이다. 사람의 마음에 대해 정확히 짚어주는 데 성경만큼 좋은 이야기가 없어서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 같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잘못된 생각에 끌리는 부분도 있다. 갑자기 자살하고 싶다거나 도박하고 싶다는 등 충동적으로 일어나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끌리는 경우다. 과연 이런 생각을 억제하고 선한 마음을 가지려 하는 것은 누구며, 반대로 충동적으로 죄를 짓는 마음은 어디서 왔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싶다."(저자의 경향신문 인터뷰 내용에서 발췌) 

이 책은 저자도 밝혔듯이 큰 틀거리는 성경의 돌아온 탕자이야기(누가복음 15장)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또한 자신의 사역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씨줄로 그리고 젊은이들의 해외봉사활동 사진과 그 소감을 담은 짧은 단문들을 날줄로 엮은 책이다. 그러면서도 종교적인 색채는 거의 드러나지 않게 해서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할지라도 무난하게 읽히게끔 되어 있다.

이 책은 총 10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마음' 강물처럼 마음에도 흐르는 길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마음의 흐름을 관찰해 보면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 '욕구' 저자는 욕구는 꺽고 마음은 낮추라고 권면한다. 세번째, '자제력' 저자는 절제하는 능력이야말로 젊음을 맘껏 발산케 해주는 안전장치라고 단언한다. 이 장은 상당히 공감을 일으킨다. 네번째, '지혜' 참된 지혜는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다섯번째, '고립' 사람들이 불행을 느끼는 것은 서로의 마음이 흐르지 않고 갇혀 있을 때라는 것이다. 여섯째, '교류' 문제는 혼자 풀려고 해서 풀리는 것이 아니다.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다. 일곱번째, '변화'상대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그를 사랑하라! 여덟번째, '발견'다른 마음과 연결되면 새 삶이 시작된다. 발견이 이루어지려면 물론 관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시작이 타인을 이해하는데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아홉번째, '행복' 사람의 맛을 느끼며 살아야 행복하다. 사람은 결국 사회적 동물이 아닌가? 마지막 열번째, '대화' 마음을 열라는 것이다. 물이 원수라고 해서 마시지 않고 살 수 없듯이 원수와도 대화로 문제를 풀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주제들을 현학적이지 않은 일상의 소박한 언어로 자신의 삶 속에서 건져낸 감동적인 이야기들로 빼곡하게 채워놓고 있다. 게다가 많은 젊은이들이 마음의 세계를 배운적도 없고 또 가르쳐주는 곳도 딱히 없는 현실에서 마인드 내비게이션이라는 부재를 달고 있는 이 책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귀결처럼 보인다. 이 책을 통해 젊은이들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운다면 그들의 인생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아니 딱히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이 책의 행간을 따라 읽다보면 분명 앞서 예시한 10가지 중 어떤 점이 자신에게 부족한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독자들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 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 잠기게 될 것이다. 게다가 보석처럼 페이지 곳곳마다 박혀 있는 해외봉사현장에서 찍은 젊은이들의 사진과 봉사소감은 읽는 내내 진한 감동을 전해 준다. 분명 그 사진과 글만으로도 이 책은 장안의 지가를 올릴만한 힘이 있다.

 
덧붙이는 말

그러나, 정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못내 걸리는 것이 있다. 저자가 이 책 제목에서 던진 물음 '나를 끌고가는 것'의 정체에 대한 결론이자 이 책의 내용이 담고 있는 메시지다. 솔직히 말하면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걸린다. 북 디자인을 보면 '나를 끌고가는' 부분보다 '너는 누구냐'가 큰 서체로 되어 있다. 즉 그 정체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장치이다. 실제로도 이 책 제목에 끌렸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 정체에 대한 결론은 좀 그렇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안다…. 그런데 정작 자기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또 자기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는 모른다. 마음에 의해서 모든 것이 결정되기에 마음이 가장중요한데도, 마음의 구조를 모르니 다룰 줄을 모른다." 

 
결국 그것은 자신의 '마음'이라는 것이며 마음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라는 결론은 정말로 심각하다. 책의 어느 한 부분을 문제삼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인 결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저자의 신분이 목회자'가 아니라면 그다지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인생살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보자. "너를 끌고 가는 나는 누구냐?" 그 '나'는 결국 '마음'인가? 아니다. 결코 아니다. 그게 '마음'이라면 저자가 몸담고 있는 기독교나 불교가, 아니 여타 종교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좁디좁은 내 마음, 너의 마음들이 절제하고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고 또 수행한다고 하여도 인생의 궁극적인 의문의 해답은 찾을 수 없다. 그저 사는 동안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뿐이다. 저자는 10개의 장에 추가로 나머지 한 장을 더 채워 넣어야할 것 같다. 나를 끌고 가는 그 '마음'을 움직이는 존재. 너를 끌고 가는 내가 누구냐에 대한 고백이다. 화룡점정이어야 할 그것이 이 책에는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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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좌파 -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 강남 좌파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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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데일리서프의 열렬한 독자인 평자가 제주에 내려와 6개월을 소요하며 한 것이라곤 그저 걷기였다. 요즘 제주올레가 유행이지 않은가;;; 신문도 TV도 보진 않지만 그래도 블로그질은 한다. 올레 걸으며 사진찍은 걸 올리고 소통놀이를 하는 것이다. 최근엔 서평놀이에도 재미를 붙였다. <강남좌파>를 선택한 건 반년가까이 정치에 대한 궁금증을 덮고 살아선지 정치인에 대한 인물평이 궁금해지더라는 것이다. 인물평론하면 강준만 아닌가. 저자는 <강남좌파>를 통해 평소 그다운 어법으로 그저 손쉽게 책을 한 권 또 만들어냈다. 어차피 좀 있으면 대선게임이 시작될 것이고;;; 
 
신간 <강남좌파>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건 정치인들이다. 오세훈, 박근혜, 손학규, 문재인, 유시민, 노무현, 조국의 얼굴이 들어 있다. 이 정치인들을 한데 묶어주는 이념적 코드는 과연 있기나 한 걸까? 다소 막무가내 같지만 저자는 표지에 등장한 정치인 들 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인은 강남좌파'라고 규정지어 버린다. 강준만의 한국정치를 들여다보는 프리즘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왜 단 한 색깔일까;;; 물론 저자는 강남좌파를 다시 소분류해 놓고 있긴 하다. 강남좌파의 성격에 따라 구분하면 경제적, 문화적, 연고적 강남좌파란 조어가 나오고 주체의 위상을 기준으로 나누면 공적, 중간적, 사적(일반시민) 강남좌파 구분이 가능하다. 그리고 실천의 의미로 나누면  이타적, 합리적, 기회주의적 강남좌파로 구분된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 장난인가;; 이런 식의 분류라면 대한민국 국민절반 이상이 다 강남좌파다. 평자도 한 때는 강남에서 직장 다녔고 강남에서 살면서 스스로를 강남좌파 운운하고 다닌 적은 있다. 이렇게 뭉뚱그려서 모두를 한 통속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또 다른 의도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게다가 '강남좌파'라는 프레임을 '엘리트주의' 문제로 결론짓는다.  '강남좌파의 원조는 노무현'이라는 글을 필두로 시작해 정통 엘리트가 아닌 '천민엘리트'들이 득세하는 꼴을 저자는 못마땅해 한다. 세상을 바꿀 의지는 전혀 없으면서도 바꿔야 한다고 외쳐대는 것이 곧 좌파적 비젼이고 그것이 좌파적 한계라고 규정 짓는 저자도 스스로를 강남좌파라고 인정할까? 

정치인들을 증오하게 만드는 건 현실감감이 결여된 정치인 스스로 자초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잘못된 언론 프레임에 의해서일 경우가 더 많다. 강준만에 의하면 그 현실감각이란 결국 소통과 화합능력이라는 거다. 이 능력이 출중하면 언론 프레임에 의한 부당한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저자는 맺는말에서 특정 이념과 노선 그리고 당파성을 앞세우는 정치인들에 의해 언로가 지배당하는 현실에서 존경받는 정치인이 나올 가능성은 극히 작지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는 말자고 귀결 짓는다.

고래로 한국사회는 사건 중심이 아니라 인물중심의 문화적 관념론에 갇혀 있다는 저자의 주장엔 동의한다. 그러나 서서히 변하고 있다. 노무현보다 더 훌륭하고 이명박보다 더 나은(?) 지도자가 나타나길 기대하는 건 넌센스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채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작금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과거의 유산을 승계하라느니 극복하라느니 '넌 이게 문제고, 넌 저게 문제야'라고  백날 떠들어 봐야 쇠 귀에 경 읽기다. 그래서 강준만은 외롭다. 그는 경 읽는 팔자이기 때문이다. 그보고 경 읽기를 그만두라는 비아냥은 아니다. 그저 그가 외로운 자리를 택했다는 의미다. 

땅덩어리가 작은 나라여서일까? 많지도 않은 인물에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제로섬게임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도 외로움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완성되었을지 모르나 아직도 우리는 민주적 사고 시스템이 부재한 사회에 살고 있다. 이걸 구축하는게 어느 초인이, 아니 어느 미륵이 나타나서 하루아침에 뚝딱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도대체 그 빌어먹을 미륵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새벽이 오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미륵이 오건 말건 아침은 만들어 먹어야 하고 세상은 굴러가야 하기에 역사의 새벽잠을 깨워야 한다. 독자들을 그 인식에 도달하게 한다면 그래도 이 책은 세상에 나온 보람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저자의 의도이건 아니건간에;;; 그리고 미륵이 미륵을 낳는다는 '엘리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 이야기나 어서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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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향한 이정표 - 이슬람 원리주의 혁명의 실천적 지침서
사이드 쿠틉 지음, 서정민 옮김 / 평사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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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10월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당했다. 20년 뒤인 2001년 9월 11일, 두 대의 비행기가 맨해튼 상공을 가로질러 패권국가 미국의 아이콘이었던 무역센터 쌍둥이 타워에 돌진했다.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두 사건의 공동점은 과격 이슬람단체의 소행이라는 것이고 그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 이가 사이드 쿠틉이라는 것이다. 그는 흔히 '이슬람 원리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운다. 이 말은 그의 삶과 사상이 이슬람 원리주의 운동 전반에 얼마나 심대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알 카에다를 비롯한 이슬람 과격단체의 구성원들이 필독하는 혁명의 교과서이자 알 자와히리와 오사마 빈 라덴이 스승으로 여기는 사이드 쿠틉 사상의 정수를 담고 있는 이 책 <진리를 향한 이정표>는 단순히 무장 세력을 선동하기 위한 책자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화의 길목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이슬람권의 내부 갈등과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지 않고 현대 이슬람 사회와 이슬람 정치운동을 논한다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책은 이미 전 세계 14억 무슬림들에게는 고전 중의 고전이자 흔들림 없는 삶의 이정표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자 개인적으로는 기독교인으로 이웃 종교인 이슬람의 기본 원리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할 필요도 있어서 선택한 책이다. 저자가 지적했듯이 이슬람은 국가나 민족을 초월한다는 점에서 결국 국내로 그 세력을 확장할 것이고 이 책에 대한 의미는 앞으로 더 도전적으로 다가올 듯하다.


라 일라하 일랄라 ―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


<진리를 향한 이정표>에서 저자는 현재 이슬람권의 상황이 이슬람 이전의 상황인 ‘자힐리야(신의 가르침에 대한 무지, 이슬람 출현 이전의 시기 또는 그 상태)’라고 규정하며 이슬람 질서와 타락하고 무지한 자힐리야의 질서라는 철저히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사회를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비 이슬람적인 상황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이슬람의 신성 가르침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 설명하며 이런 현상이 가져온 결과로 인간은 개인의 욕망과 이익만을 추구하는 동물적 삶을 살아갈 뿐이라 주장, 그 해결책이 바로 이슬람 이념을 바탕에 두고 오직 알라에 대한 완전한 복종을 통해 지하드를 통해 자힐리야를 제거하고 이슬람 사회를 부활시켜야한다는 행동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알라 이외에 다른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치를 해석하면서 이슬람의 태동부터 지하드가 필수불가결한 원리였음을 밝혀내고 있다. 


쿠란적 방식의 본질에 대한 해석

이슬람의 경전인 쿠란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무슬림의 삶의 영역에까지 파고들어가 있다. 이슬람은 단순히 정치와 권력 경제적 집단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진리를 향한 이정표>는 이슬람적 삶의 방식은 철저히 종교적이며 실천적 삶을 요구하는 신앙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의 저자는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속에서 무슬림 공동체가 믿고 의지해야할 것과 싸워야할 대상을 명확히 구분하고 알라를 위해 그리고 신앙적 삶의 방식의 고수를 위한 투쟁의 방향을 적극적으로 취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단지 어느 한 사상가의 영향이 아닌 쿠란의 메시지의 본질에 대한 해석과 무슬림 공동체의 삶의 정신을 담고 있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무슬림의 행동을 단순히 종교적 행위에서만 찾고 접근하는 방식이 가지는 한계를 확인할 수 있는 책속의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쿠란을 제외한 이슬람 종교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꼭 읽어야할 책으로 소개되는 이유를 가르쳐 준다.
 

이론적 지침서의 한계를 뛰어넘은 실천적 지침서

종교의 기본은 믿음에서 나오는 신앙의 삶의 지침과 변화에서 나타난다. 그것은 단순히 이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원리주의자들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과격하게 그리고 무모하게 보이는 행동일지라도 '원리주의자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가르침을 지키는 삶의 실천이기에 그들 자신에게는 모순이 없다. 진리를 향해서 고개를 돌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나아가는 삶을 통해 저자는 무슬림 공동체와 구성원들의 삶을 가르친다. 지나칠 정도로 과격하다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오늘날 이슬람이 세속화와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이고 지켜지는 길이자 진리라는 점에서 굳건한 지지속에서 유지될 것이다. 충돌하는 두 문명 즉 이슬람과 그 이외의 세상이 조우하고 융합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이슬람문명의 부흥을 꿈꾸던 혁명아 사이드 쿠틉

사이드 쿠틉은 이슬람 문명의 부흥 더 나아가 이슬람이 인류의 리더쉽을 확보하고 현대 서구 문명이 갖지못한 질적인 가치를 구축할 수 있다는 상당히 놀라운 비젼을 제시한 학자였다. 이슬람만이 가진 질적인 가치 중 최고의 것은 알라 이외에 다른 신은 없다는 확고한 믿음이다. 세상 모든 민족들이 종교다원화나 신의 권위를 부정하는 세상(자힐리야)에 살지만 무슬림들은 다르다. 그들에게는 오직 알라만이 있을 뿐이다. 저자는 집필동기로 이것이 진리이며 이를 위해 선봉에 서는 자들을 위한 이정표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는 이를 위해 제일 먼저 쿠란과 하디스(마호멧의 언행록을 기록한 책)를 지목한다. 그리고 세속주의나 타종교에 물들지 않은 이슬람의 순수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경주한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이슬람 초기의 독특한 배움의 방법이다. 쿠란의 가르침을 행하게 하는 것. 그를 위해 많은 구절이 아니라 최대 10구절 이내의 경전을 암송하고 몸소 실천하게 만드는 것이다. 쿠틉은 학자로서 쿠란을 대한 것이 아니라 행동가로서 쿠란의 가르침을 대하는 것이 이슬람의 순수한 근원으로 들어간다고 보았다. 그리고 지금껏 각자가 살아온 자힐리야와 단절을 주문한다. 그는 이 단절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이론과 방법론을 모색하며 그 자신이 실천적 삶을 경주한 궁극적으로 이슬람 문명의 부흥을 꿈꾸던 진정한 혁명아였다.


"모든 영광을 알라에게! 나는 15년동안 지하드를 수행했고, 이제 순교자의 길을 간다." (1966년 4월 사형판결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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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Mariabeetle - 킬러들의 광시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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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200km로 달리는 대형 블록버스터

 

일본에서 촉망받는 차세대 작가 이사카 고타로가 전작인 <골든슬럼버> 이후 3년만에 <마리아비틀>을 내놓았다. 작가는 시속 200킬로미터 이상으로 도쿄에서 모리오카까지 질주하는 신칸센 하야테(질풍)를 배경으로 열차에 오른 사람들의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특유의 재기넘치는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생사를 헤매는 아들을 위해 총을 다시 잡은 전직 킬러 기무라, 아이의 천진난만함과 끝없는 악의가 공존하는 소년 오우지(王子), 사사건건 충돌하면서도 서로를 신뢰하는 기묘한 킬러 콤비 밀감과 레몬, 그리고 지독하게 불운한 남자 나나오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등장시킨다. 소설은 이 네명의 나레이션이 번갈아가면서 등장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거기에 덧붙여 독살전문 킬러인 말벌, 무식한 양아치 늑대. 전직킬러들인 기무라의 부모와 청부중개업자 마리아, 밀치기전문킬러 나팔꽃, 학원강사 스즈키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들은 이야기의 구성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산만하지 않게 밀도 있고 치밀한 구성 또한 <마리아비틀>에서 놓칠 수 없는 재미다. 언뜻 보면 그저 기상천외하게만 느껴지지만 알고 보면 치밀하게 구성된 작품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 이사카 고타로는 이 작품에서도 자신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각자 다른 이유로 신칸센에 모인 이들은 아주 사소한 우연, 사소한 실수, 사소한 사건들이 겹치면서 점점 서로의 존재를 눈치채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커다란 음모나 사건 때문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은 물론 독자들도 그냥 넘겨버렸을 사소한 요소들이 이리저리 맞물리며 중요한 복선의 역할을 하는 절묘한 구성은 후반으로 전개될수록 탄성을 자아낸다.

 



신칸센 하야테라는 독특한 배경은 <마리아비틀>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시속 200킬로미터로 달리는 열차 안, 게다가 역에 정차하기 전까지는 내릴 수도 없는 밀폐된 공간. 이사카 고타로는 신칸센이라는 독특한 무대를 자유자재로 주무르며 자신의 이야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로 재탄생시켰다. 열차 내부에만 존재하는 인물, 장치들을 적극 활용하여 신칸센을 말 그대로 최고의 속도감을 선사하는 블록버스터 그 자체로 만들어낸 것이다. 데뷔 15주년을 맞이하는 이사카 고타로의 모든 것이 절묘하게 녹아들어 있는 <마리아비틀>은 이사카 고타로의 골수팬도 또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이도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먼저 읽어본 사람들이 그만이 쓸 수 있는 가장 이사카 고타로다운 작품이란다. 독자들이 ‘엔터테인먼트 소설’에 기대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작품 <마리아비틀>을 펼치는 순간, 독자들은 시속 200킬로미터로 정신없이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질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스피디한 진행은 한여름 불더위를 잊게할 만큼 엔터테인먼트에 충실한 한편의 블록버스터를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다. 질풍(하야테)처럼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작가의 물오른 감각적 글쓰기가 못내 부럽다. 

 

피서지에 들고갈 만한 책 <마리아비틀>

 



 

한때 위험한 일에 몸담기도 했지만, 지금은 단순한 알코올 중독자 기무라 유이치가 노리던 원수는 14살의 중학생 왕자. 성이 오우지(王子)라 왕자로 불리지만 순진하고 모범생같은 외모와는 달리 교활한 두뇌와 사악함으로 무장해, 또래 아이들을 거느리고 수족처럼 부리는 말그대로 왕자다. 이 왕자가 기무라의 어린 아들을 건물 옥상에서 밀어 중상을 입힌 것. 왕자가 신칸센에 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왕자를 노리러 왔지만 오히려 전기충격기로 반격을 당해 왕자에게 붙잡히는 신세가 되고만다. 

어둠의 세계 거두 미네기시의 아들을 구해내어 무사히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은 밀감과 레몬. 무사히 구출해서 신칸센에 태운 것 까지는 좋았는데 어느 순간 보니 미네기시의 아들이 죽어있었던 것. 거기에 함께 가져오라던 돈가방까지 사라지면서 밀감과 레몬은 신칸센을 이잡듯 뒤지기 시작한다.

청부중개업자 마리아로 부터 밀감과 레몬이 가지고 있는 가방을 빼내 오라는 임무를 받은 나나오. 무사히 탈취하여 정차한 역에서 내리려는 순간 원수 늑대와 맞닥들여 내리지도 못하고 하염없이 달리는 신칸센에 몸을 실고 함께 달릴 수 밖에 없게 된다. 

거기에 정체모를 킬러 말벌과 중간중간 등장하는 나팔꽃의 이야기. 그리고 총과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눈하나 꿈쩍않는 학원 강사 스즈키. 시종일관 뭔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로 나중에 반전을 터트리는 인물이 되지 않을까 했던 스즈키는 알고보니 전작 <그래스호퍼>의 주인공이었다. 나팔꽃, 말벌 등도 모두 전작에 등장해 활약했던 킬러들. 후속작인 <마리아비틀>부터 읽게 되었지만 읽고나니 상당히 매력적이고 찰진 이야기들이라 아직 접하지 못한 <그래스호퍼>도 읽어봐야겠다.

어쨌거나 이들이 서로 얽히고설킨 중심, 그 폭풍의 눈에는 사악함과 악의로 똘똘 뭉친 오우지가 있다. 남들의 불행과 절망을 즐기는 이 어린 왕자는 신칸센 내부에서 벌어진 거의 대부분의 사건과 싸움을 부추긴다. 그의 내면을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문장이 있다.

 

'타인의 인생을 사정없이 으깨어 거기서 흘러나오는 과즙을 마신다. 그보다 맛있는 것은 없다.' - p.436


독자들은 역자후기에서 옮긴이 이영미씨의 말마따나 시종일관 얼른 누가 이 왕자 좀 처리해 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잔망스럽고 요망한 것이 어찌나 꼴보기 싫은지. 잔인한 킬러들이지만 나름 순수하거나 담백한 성격을 가진 여타 등장인물에 비해 나이 어리고 순수한 외모를 지녔지만 그 누구보다도 잔인하고 사악하며 징그러운 벌레를 보는 것마냥 소름끼쳤던 인물, 왕자. 왕자에게 총구가 겨눠질때마다 망설이지 말고 빵~ 하고 쏴버렸으면 속시원하겠다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필시 우리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와 사악함의 화신이 왕자로 그려진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결코 표출해서는 안되는 악의, 그 존재에 몸서리치고 징그러워 하지만 몸속 깊은 곳에서 꿈틀대고 있는 기생충같은 그것. 시작과 발단은 기무라였고, 나나오나 밀감과 레몬 모두 비슷한 분량을 가지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도 그렇고 이 <마리아비틀>의 주인공이자 이사카 코타로가 말하고자 하는 중심인물은 바로 이 왕자가 아닐까 싶다. 마리아비틀은 무당벌레다. 주로 진딧물을 잡아 먹고 산다. 결국 악의 화신 오우지는 진딧물 신세가 되고 만다. 그것이 작가가 마리아비틀을 제목으로 단 이유인듯 싶다. 단 한가지 이 작품에서 아쉬운 점은 작가의 자의적인 결말에 독자들은 무조건 호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좀더 시원한 복수를 기대하는 사악한 나의 마음이 문제인가;;;;? 아무튼 더위를 느낄 새도 없이 책에 몰입시켜준 작가에게 감사를;;;

작가 소개

 

이사카 고타로(伊坂幸太郞·)는 1971년 일본 치바 현에서 태어나 도호쿠대학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동시대의 인간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에 주목하는 작가이다. 1996년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에서 <악당들이 눈에 스며들다>가 가작으로 뽑혔으며, 2000년 <오듀본의 기도>로 제5회 신쵸 미스터리클럽상을 수상, 작가로 등단했다. 그는 이미 <러시 라이프>, <사신 치바>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 탄탄한 독자층을 갖고 있으며 <마왕>을 통해 일본 문학평론가와 편집자들에게서 일본 문학의 계보를 잇는 진정한 작가 반열에 올랐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문제 의식을 심오하게 그려내기보다는 그만의 상상력으로 재구조화한 소설로 승화시킨다. 그는 지금, 가장 뜨거운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젊은 작가의 한 명으로 이 시대 가장 독특하고 기발한 작품을 쓰는 작가로,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마왕>에서 이사카 코타로는 일본의 극우주의와 파시즘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믿음이라는 새로운 코드와 부딪히게 하면서 초능력이 있는 형제들이라는 색다른 설정으로 그 재미를 더했다. 그의 작품들은 이처럼 "사람을 제물로 동굴에 바치는 풍습이 있는 마을" 등 색다른 설정과 엉뚱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 가운데 관습, 사람들의 비뚤어진 의식과 같은 문제점들을 위트있게 지적함으로써 그 매력을 더한다. 때로는 사실감 없게 느껴지는 그의 이야기는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하며 그만의 현실감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세상 속에 던져진 특이하고도 평범한 우리의 삶에 대하여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2003년 <중력 삐에로>, 2004년 <칠드런>, <그래스호퍼>가 각각 나오키 상 후보에 선정되었다. 2004년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단편 <사신의 정도>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부문을 수상했다. 2008년 <골든 슬럼버>로 제5회 일본 서점대상과 제21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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