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이란 무엇인가 - 개정증보판
김세윤 지음 / 두란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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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 넷플릭스를 통해 처음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파급효과는 상당했습니다. 기독교인은 물론 비기독교인마저도 이 다큐멘터리에 나타난 이단의 실상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폭로가 이단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나는 신이다’가 공개된 이후에도 여전히 한국교회 안쪽과 바깥쪽에는 이단과 사이비가 즐비하고 이들은 호시탐탐 믿음이 연약한 성도들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국교회에서 이단을 격퇴하기 위해서는 다큐멘터리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이단에 취약한 한국교회의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김세윤 교수의 『구원이란 무엇인가』는 지난 20년간 한국교회를 지켜주는 ‘이단 백신’의 역할을 감당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두란노서원은 지난 2023년 3월 28일에 김세윤 교수의 『구원이란 무엇인가』의 개정중보판을 출판했습니다. 『구원이란 무엇인가』의 초판이 2001년에 출판되었는데 무려 20년 만에 이 책이 새로운 판형으로 독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김세윤 교수가 그토록 강조하는 온전한 구원은 과연 무엇일까요?

구원론이 흔들리면 교회도 흔들린다

미국 파사데나 소재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은퇴한 김세윤 교수는 아마도 한국 출신의 신학자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신학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가 집필한 『바울 복음의 기원』, 『그 사람의 아들-하나님의 아들』, 『바울 신학과 새 관점』은 모두 독일어권과 영어권에서 출판되었습니다. 그의 이런 학술적인 책들과 비교하면 『구원이란 무엇인가』는 신학자들이 아닌 비신학전공자를 위한 기독교 대중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구원이란 무엇인가』의 개정중보판을 위한 머리말에 따르면 원래 이 책은 원래 1978년 한 무리의 기독 대학생들을 위한 강의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에 처음 시작된 『구원이란 무엇인가』는 김세윤 교수의 신학적 지평이 확장됨에 따라 그 내용이 더 풍성해졌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이 책이 왜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는지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오늘 다수의 한국 교회들이 반쪽짜리 복음이나 아예 왜곡된 복음을 선포하고 성경을 원시적이고 문자적으로만 읽도록 함으로써 한국 기독교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런 교회들에서 잘못 훈련된 많은 신자들이 기독교에 뿌리를 둔 이단 집단들의 노예가 되어가는 비극이 허다하고, 그렇게 하여 큰 세력이 된 이단 집단들이 교회를 흔들 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무쪼록 이 작은 책이 한국의 여러 사려 깊은 목회자들과 많은 평신도들로 하여금 바른 복음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하도록 하여 구원받은 자들로서의 복된 삶을 누리며 하나님 나라(통치)의 구원의 현재적 실재화인 ‘정의와 평화와 기쁨’을 실현하는 일꾼 노릇을 잘 감당하도록 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13쪽)

구원은 우리 바깥에서 오는 것이기에

『구원이란 무엇인가』에서 김세윤 교수는 구원이 하나의 포괄적인 개념으로서 모든 악과 고난에서 해방되고 신적 충만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합니다. 구원은 인간 안에 있는 그 어떤 선함에서 비롯된 게 아닌 철저하게 인간 바깥에서 우리에게 찾아온다는 겁니다. 대다수 기독교 이단은 신자의 구원이 초월적 존재가 아닌 이단의 창시자나 교주를 섬기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사람들을 가르칩니다. 이단에 빠진 사람들이 교주를 위해 돈 주고, 마음 주고, 몸 주고 하는 그 모든 행위의 근저에는 이를 통해 구원받고자 하는 욕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김세윤 교수는 우리의 구원이 교주를 섬기는 과도한 헌신이 아니라 초월자 예수 그리스도에게 전적으로 달려있음을 강조합니다.

“우리의 구원은 인간의 내재 된 힘으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인간 밖에 계시고 우주 밖에 계시는 초월자 하나님, 초월하시기에 전능하신 하나님만 우리를 구원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전능자 하나님이 이슬람교의 알라같이 하늘 꼭대기에 혼자 고고히 앉아 있기만 하면 우리에게 구원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 밖에(extra nos) 계신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서(pro nobis) 오셔서 구원을 이루어 주셔야만 우리는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38쪽)

이단의 공격이 계속되는 한국교회에 구원론과 관련해 『구원이란 무엇인가』를 뛰어넘을만한 책이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머잖아 이를 뛰어넘는 책이 출판되어 한국교회에서 구원론에 대한 담론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

#구원이란무엇인가 #김세윤 #올바른구원론 #바른복음 #이단아웃 #두포터 #나를복음으로살게한문장 #카이노스카이로스 #두란노 #두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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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 카이퍼 전통과 삶의 체계로서의 기독교 신앙
크레이그 바르톨로뮤 지음, 이종인 옮김 / IVP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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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여름에 단기 선교 목적으로 인도를 잠시 방문했다. 당시 선교 일정을 다 마무리하고 아그라에 위치한 타지마할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타지마할을 보니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하얀 대리석으로 지은 건물은 지극히 웅장하면서도 섬세하였다. 타지마할을 직접 보고 숙소로 돌아와서도 눈을 감으면 타지마할이 어른거렸다. 타지마할의 잔상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학자 크레이그 바르톨로뮤가 집필한 아브라함 카이퍼 전통과 삶의 체계로서의 기독교 신앙’(IVP)을 읽으며 문득 타지마할이 떠올랐다. 저자가 카이퍼 전통이라는 웅장한 주제를 지극히 섬세한 필치로 집필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아브라함 카이퍼는 신학자, 목사, 언론인, 국회의원, 총리,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설립자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도저히 한 사람이 이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는 교회와 사회에서 수많은 역할을 감당했다. ‘10개의 머리와 100개의 손을 가진 사람이라는 별명의 카이퍼는 바쁜 활동 중에서도 상당히 많은 책을 집필했다. 그렇지만 카이퍼의 책은 대부분 네덜란드어로 되어 있어서 그의 책이 네덜란드를 벗어나 전 세계로 확산되기에는 여러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지난 10년 전부터 미국의 개혁신학자를 중심으로 카이퍼의 저작을 네덜란드어에서 영어로 번역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후 영미권을 중심으로 카이퍼신학의 재발견이라고 할 만큼 카이퍼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크레이그 바르톨로뮤가 집필한 아브라함 카이퍼 전통과 삶의 체계로서의 기독교 신앙도 그러한 흐름 속에 출판된 책이라 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크레이그 바르톨로뮤는 영국, 캐나다를 넘나들며 신학을 공부하고 가르쳤으며 주로 성서해석학과 철학에 관한 책을 집필했다. 그가 이번에 집필한 아브라함 카이퍼 전통과 삶의 체계로서의 기독교 신앙은 서론과 후기를 제외하고 총 12장으로 구성되었다. 그는 1장에서 아브라함 카이퍼의 회심을 다루며 카이퍼에게 회심과 거듭남이 얼마나 중요한 사건인지 강조한다.


회심이 아니었다면 카이퍼는 자신이 성취한 것을 절대로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회심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전적으로 중심이 되는 것이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과의 살아 있는 관계라는 점과 이것이 한 사람의 마음에서 성령의 사역을 통해서 일어난다는 점을 그가 볼 수 있게 했다. 카이퍼는 이것과 그 이상을 표현하기 위해 신약성경 그리스어 팔링게네시스’(palingenesis)를 선택했다.” (60)


카이퍼가 성취한 수많은 열매는 그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철저히 거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실이었다. 예수님은 이미 요한복음에서 말씀하셨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너희가 나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이다. 크레이그 바르톨로뮤는 그의 책에서 카이퍼를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성 없이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열매 없는 일인지 일관되게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며 카이퍼신학에 관심 있는 신학도는 카이퍼의 분명한 중심과 그 중심에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동시에 알아가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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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눈이 보여 주는 것 - 문학, 질문하며 함께 읽기
홍종락 지음 / 비아토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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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언더그라운드의 집필을 위해 옴진리교 교인들을 직접 만난 적이 있었다. 옴진리교는 1984년 생성된 일본의 신흥종교단체로서, 1995320일 도쿄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살포하는 테러를 저지르면서 유명해졌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옴진리교 교인들을 직접 만나고 당혹감을 느꼈다. 테러에 가담한 교인은 대개 이공 계열 출신의 엘리트였기 때문이었다. 소위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하는 엘리트가 옴진리교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한 가지 실마리를 찾았다. 그들은 일평생 소설을 즐겨 읽지 않았다. 소설을 읽으며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구별하는 안목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그들은 옴진리교라는 가상세계에 푹 빠져 교주의 노예가 되어 무차별 테러를 저질렀다. 소설을 읽었다면 쉽게 보이는 것들이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2211월에 비아토르라는 기독교 출판사에서 악마의 눈이 보여 주는 것이라는 특이한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다. 책의 표지 그림 역시 독특했다. 커다란 악마의 손이 편지를 쓰는 듯한 표지 그림은 독특함을 넘어 기이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번역가 홍종락 선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악마의 눈이 보여 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홍종락 선생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C. S. 루이스 전문 번역가이다. ‘악마의 눈이 보여 주는 것C. S. 루이스의 대표작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 담긴 중요한 통찰을 그 제목으로 삼은 것이었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악마가 악마에게 보내는 편지로써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천사의 눈이 아니라 악마의 눈으로 인간의 내면을 투시할 수 있다.

악마의 눈이 보여 주는 것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포함해 총 24편의 문학작품을 홍종락 선생이 직접 읽으며 느낀 점을 깊이 있게 소개한다. 책 소개 이후에는 함께 읽고 나누기 위한 질문이 수록되어 독자가 문학작품을 읽고 독서모임을 할 수 있도록 각별하게 신경 썼다. 24편의 문학작품 중에 C. S. 루이스의 작품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나니아 연대기이렇게 3편이 소개되었다. C. S. 루이스 전문 번역가답게 홍종락 선생의 나니아 연대기소개는 군더더기 없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나니아 연대기의 주인공인 아슬란을 길들지 않는 사자라고 설명하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아슬란의 별명은 길들지 않는 사자다. 아슬란의 야성을 강조하는 이 별명은 그가 가진 자유와 주권을 강조한다.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나타나 자신의 방식대로 일하고 자신의 때에 사라진다. 아슬란을 길들이거나 그와 협상하여 원하는 것을 얻어 내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313)

익히 알려진 것처럼 나니아 연대기의 아슬란은 복음서의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길들지 않는 예수 그리스도의 야성적 사랑으로 우리는 모두 십자가에서 구원받았다. 소설을 읽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소설을 읽으면 사람이 새롭게 보이고 성경이 새롭게 보인다. 영국의 소설가 체스터턴은 좋은 소설은 주인공에 관한 진실을 들려주고, 나쁜 소설은 저자에 관한 진실을 들려준다라고 말했다. ‘악마의 눈이 보여 주는 것에 소개된 24편의 소설이 아마도 우리에게 주인공에 관한 진실을 들려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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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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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행복할 때 읽은 책보다 삶이 고단하고 힘들 때 읽은 책이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 이유는 아마도 삶이 힘겨울 때 읽은 책을 통해 삶을 다시 시작할 힘을 얻었기 때문이리라. 이번에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처음 펼쳤던 때는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였다. 나는 병간호를 위해 집에서 개인 짐을 챙기다가 우연히 '영웅전;을 발견해 가방에 넣었고 병원에서 아이가 잠들었을 때 '영웅전'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아이가 언제 퇴원할지도 모르고, 일주일가량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한 상황에서 '영웅전'은 내게 이 어려움 역시 이겨낼 수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영웅전'을 처음 읽으며 이 책을 번역한 신복룡 교수님의 '옮긴이 머리말'에서 큰 위로를 얻었다. 신 교수님은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석좌교수에서 은퇴한 이후에 지난 몇 년간 '영웅전'을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번역했다. 사실 현직에서 물러난 교수가 이렇게 방대한 고전을 번역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은퇴교수가 그렇게까지 힘들 게 번역해야 할 동기도 마땅치 않다. 그러나 신 교수님은 빈둥거림은 죄악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지극히 성실한 학문적 태도를 견지하여 '영운전'을 완역했다. 그는 사도 바울처럼 자신이 가야 할 번역의 길을 최선을 다해 달렸다. 그는 '옮긴이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는 이 책이 절망의 아픔 속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야망을 주는 데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빈다. 이 책의 번역과 출판은 가난하고 좌절했던 나의 소년 시절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 함이다. 그러므로 나는 조국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거나 눈앞의 고난에 좌절하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대의 삶이 이 영웅전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삶과 많이 닮았다고" (23쪽)

2021년에 을유문화사에서 번역한 '영웅전'은 전체 5권으로 번역 출판되었다. 내가 이번에 읽은 1권에는 테세우스, 로물루스, 리쿠르고스, 누마, 솔론, 푸블리콜라, 테키스토클레스, 카밀루스, 아리스테디스, 대 카토와 같은 10명의 위인이 각각 소개되었다. 이름만 들었을 때 로물루스와 솔론처럼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도 있고, 테미스토클레스와 아리스티데스처럼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도 있었다.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에서 단순히 영웅의 생애만을 나열하지 않고, 비슷한 생애를 살아간 영웅을 일대일로 비교했다. 이렇게 플루타르코스는 서로 다른 영웅의 생애를 비교하면서 그들의 생애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별하고 영웅의 영웅 됨이 무엇인지 독자에게 알려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을 영웅으로 부를 수 있을까? 영웅과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내 생각에 영웅은 인생의 여러 위험을 감수하고 탁월한 성취를 이루는 사람을 뜻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의 귀한 것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지레 가난하게 살거나, 친구를 읽는다는 두려움에 아예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거나, 자식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에 자식을 가지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을 모질게 만들 것이 아니라, 그러한 역경을 이길 수 있는 이성으로 강인하게 단련해야 한다." (285쪽)

우리는 가난해질 게 두려워 부자가 되는 것을 회피하는 이, 친구를 잃을 게 두려워 누구도 사귀지 않는 이, 자식을 잃을 게 두려워 부모가 되지 않는 이를 영웅이라 부르지 않는다. 영웅은 질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고, 쟁취하고, 용기를 내는 사람이다. 사실 도전하는 사람만이 실패할 수 있다. 전쟁에 나간 사람만이 패배할 수 있다. '영웅전'에서 영웅은 항상 성공하고 승리하는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영웅전'에 소개된 대다수의 영웅은 때때로 실패하고 때때로 패배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하여 결국은 그들이 목표로 하는 바를 성취했다. 우리가 삶이 고단할 때 '영웅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을 처음에 쓰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러 영웅들의 행적을 돌아보고 그들의 미덕을 따라가다 보니 결국에는 이 책이 자기를 위한 것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영웅전'을 읽기 전까지 이 책은 유명gk긴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고전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를 병간호하면서 틈틈이 '영웅전'을 읽으며 깨달았다. '영웅전'이 바로 나를 위해 쓰인 고전임을 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변화되지 않는 현실에 내가 지금껏 노력하던 일을 다 내려놓고 싶었다. 그러나 '영웅전'은 지금은 내려놓을 때가 아니라 더 치열하게 움켜잡을 때임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 타협하지 않겠다. 내가 선 자리에서 끝까지 싸우겠다. '영웅전'을 내 영혼의 칼과 방패로 삼겠다.

#도서협찬 #플루타르코스 #로물루스 #솔론 #을유문화사 #영웅전 #신복룡 #Ploutarchos #Greek #영웅 #hero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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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쓰는 일 - 상실의 늪에서 오늘을 건져 올리는 애도 일기
정신실 지음 / IVP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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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오늘 아침은 나의 출근과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으로 유난히 분주했다. 이제 아이 외투만 입히고 집을 나서면 되겠다 생각하던 그 순간, 아이가 응가를 누었다. 나도 아이도 외출복을 벗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아이를 다 씻기고 물기를 닦고 로션을 바르고 다시 외출복을 입혔다. 나도 다시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갖춰 입었다. 이미 시간은 10분이 훌쩍 지났었다. 부랴부랴 아이를 둘러메고 어린이집에 등원했다. 지각을 계획한 적은 없다. 그러나 오늘도 출근길에 지각을 피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계획된 일일까? 아니면 계획되지 않은 일일까?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보편적 명제가 우리 가족을 비껴가지 않음을 인정한다면 가족의 죽음은 계획된 일이다. 그러나 가족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떠날지 계획하고 예측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가족의 죽음은 아무리 이를 오래도록 예측하고 준비했다 할지라도 당혹스러운 일이다. 정신실 작가가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하고 집필한 ‘슬픔을 쓰는 일’에 이러한 당혹감이 묻어있었다. 정 작가는 분명 아버지가 38년 전에 죽고 나서 어머니가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는 걸 항상 기억하며 ‘세상에서 가장 긴 장례식’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막연한 상상이 실제 현실이 되었을 때 정 작가는 심적으로 무너졌다. 그래서 자신이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쓴 글쓰기를 ‘미친년 글쓰기’라 이름 붙였다.

며칠 전, 독서모임에 참석했다. ‘슬픔을 쓰는 일’은 그 독서모임에서 10월에 읽기로 한 책이었다. 각자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자유롭게 나누었다. 어느 참석자는 자신이 목회자로서 이 책을 읽는 게 성도의 죽음과 장례를 이해하는 데 상당히 유익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에 있는 ‘애도의 계절을 함께 지내온 책’의 목록이 인상적이어서 여기 소개된 책을 모두 읽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최근 자신이 겪은 장례의 경험과 작가의 경험을 연결하며 소감을 나누었다. 입관식에서 마지막으로 고인의 얼굴을 봤을 때 고인과 겪었던 여러 추억과 일화가 떠올라 울음을 통제할 수 없었다고 한다. 통제할 수 없는 울음, 그게 바로 사랑의 다른 말이 아니었을까.

나 역시 독서모임에서 ‘슬픔을 쓰는 일’을 읽으며 느꼈던 여러 소감을 나누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과거에 읽었던 박완서 작가의 ‘한 말씀만 하소서’와 김명선 전도사의 ‘사랑이 남긴 하루’가 떠올랐다고 이야기했다. ‘한 말씀만 하소서’에서 박완서 작가는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하나님 앞에서 울부짖는다. 이러한 슬픔을 박 작가는 ‘참척의 고통’이라 말했다. ‘사랑이 남긴 하루’는 ‘시선’과 ‘내 삶은 주의 것’을 작곡한 김명선 전도사가 자신의 남편을 암으로 먼저 떠나보내고 쓴 일기이다. 이 책들을 통해 나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미리 생각해 보고 그들의 눈물에 함께 눈물 흘릴 수 있었다.

지하철에서 ‘슬픔을 쓰는 일’을 읽다가, 우연히 지하철에 있는 대학병원 임상실험 광고를 보게 되었다. 대학병원에서 임플란트를 무료로 심어준다는데, 최근에 치과에서 어금니를 뽑은 엄마가 기억났다. 혹시 이를 통해 임플란트를 엄마가 심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엄마한테 대학병원 임상실험에 참여해 볼 생각 없냐고 물어봐야겠다. 계획대로 임플란트를 대학병원에서 심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들이 엄마의 치아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드려야겠다. 엄마가 세상에 없어도 엄마를 사랑하겠지만 세상에 계실 때 더 사랑해야지.

#정신실 #슬픔을쓰는일 #애도일기 #IVP #서평단 #도서제공 #죽음 #상실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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