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소매가격으로 2천원을 조금 넘게 팔리는 배추는 산지가격은 1000원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급기야 정부는 배추의 산지가격이 800원 이하로 떨어지면, 가격조절을 위해 일부 배추밭을 그대로 갈아 엎어서 출하량을 조절하겠다고 한다. 배추가격이 원가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불과 1년전이던 작년 이맘때 배추의 소매가격이 1만원을 넘어 금치라는 말이 나오고, 식당에 밥을 먹어로 가도 배추나 상추 먹는 것이 식당주인들 눈치가 보였는데 말이다. 과연 배추의 적정가격은 얼마일까. 농민이 즐거워하고, 중간상인들도 적당한 수입을 챙기고, 소비자들도 그다지 부담을 느끼지 않는 가격은 얼마인 것일까. 아니 그런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가격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가격은 없다' 라는 책을 읽으면서 느꼇던 어마어마한 충격의 여운 때문이다. 나는 이제까지 가격에 대해 의심을 해본 적이 없었다. 간혹 정부가 개입해서 생활물가의 오름폭을 조정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이루는 균형에 의해서 책정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기본적인 지식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을 통해서 거듭 경험하는 체험에 의해서 확장되고 각인되어서 진실로 여기는데 아무런 부담이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일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만고의 진실이라고 여겨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사람이 어떤 물건이나 재화의 가치에 대해서 느끼는 것이 얼마나 주관적인 것인가를 깨닿게 해주었다. 어떤 물건에 붙은 가격표를 보고 그것이 싸다, 혹은 비싸다고 느끼는 잣대가 사람들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그 당첨금에 비해 자신이 구입하는 복권이 당첨될 가능성과 구입금액을 계산하는 것이 형편없이 낮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복권을 구입한다. 이와 같이 어떤 경제적인 결정을 할때 사람들이 항상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격의 결정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더 많은 지갑을 기꺼이 풀도록 하는 경제학의 원리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하게 하고 실제로 그런 노력들이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게 되기도 한다. 또 사람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행위를 벗어나서, 삶에서 마주치게 되는 수많은 결정의 순간에서 자신의 이익에 맞는 순전히 경제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내용을 잘 담고 있는 이 책은 무척 흥미로운 사고의 여행이기도 하고, 현실을 살아가는데 우리가 어떤 실수를 하는 가를 배우게 만드는 매우 실용적인 책이 될 수도 있다. 또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 등장하는 수많은 에피소드 들을 통해서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는가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