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도, 두려움도 없이>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 20대 여자와 사회생활의 모든 것
이여영 지음 / 에디션더블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내 사랑하는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가도 대화가 막힐때가 있다. 가정이라는 사랑으로 맺어진 울타리 속에서, 나서 자라고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 부모와 자녀들의 사이에도 괴리가 있다. 하물며 사회에서 만나는 젊은 사람들과 우리 세대와의 사이에 괴리가 없다고 하면 그것이 이상할 것이다. 

 우리 세대도 그랬다. 정도는 덜했던 것 같지만, 항상 윗세대는 우리들에게 불편한 존재이기는 했다. 물론 존경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우리들이 윗 세대의 경험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존경과 신뢰를, 한편으로는 답답함과 부담스러움을 경험했었다. 그것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가식없는 모습일 것이다. 

더 힘든 것은 아랫세대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를 알수가 없다는 점이다. 나도 섹스 앤 더 시티라는 드라마를 보고, 나도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고, 나도 파스타를 좋아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와인도 좋아하면서 그들과 다를바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단지 기호품이 아니라 그들 세대의 문화코드라고 생각하고 있는가보다. 

바로 이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이다. 가까이 있으되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 적은 물론 아니고, 그렇다고 동지라고 하기도 힘든 내부의 불편한 존재. 그것은 직장내일수도 있고, 내가 기거하는 집속일수도 있고, 함께 타고 가는 지하철 안에서 일 수도 있다. 어쨋든 아무리 서로 다르더라도 같은 행성 같은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이 아닌가. 

그들이 내가 무시할 존재. 관심이 없는 외계인 같은 존재라면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그들은 내가 마주치든 아니든 내 주변에 존재하고 있고, 생각보다 나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존재들이다. 젊은이, 여성, 사회의 새로운 주역.... 그 중요한 세대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에 이 책만한 책이 없을듯 싶다. 

대학생활을 거의 놀다시피 했다고 말하면서도 이 책을 이끌어가는 문장은 우아하다. 언론사에 종사했으니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목표를 가진글을 쉽게 풀어서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이 주장하는 학벌과 미모를 떠나서도 약간 무모하기 까지해 보이는 그 삶에 대한 열정은 높이 사줄만하다. 그런 편력을 겪고서도 이런 글을 쓸만큼의 내공을 갖춘 것을 보아서는 부실한 세대가 아닌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사실 그들과 나 사이에 벽이나, 세대차가 있다는 생각을 깊이 해보진 않았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들은 그런 문제에 예민해 있을 수도 있고, 우리들이 무관심한 사이에 그들이 그렇게 고통당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긴 나같이 조그만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에겐 그런 것을 경험할 기회가 애당초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나에게도 존재하지만, 실감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일 기회를 준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무척 솔직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과감하게 글을 쓰는 편인 나에게도 놀랄만한 솔직함을 보여주는 글이다. 그만큼 그들의 내면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그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는 동년배의 멘토이면서, 세대 밖으로 행하는 메시지이기도 한 것 같다. 그들의 내면을 이 책만큼 솔직히 알려주는 책을 아직은 알지 못했으므로... 

같은 행성, 같은 나라, 때로는 같은 직장, 같은 천정 아래에서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대회가 부족하기도 하고, 대화의 기술이 부족하기도, 대화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그 모든 부족함을 인식하고, 그에 따른 차이과 공감을 확보할 기회를 얻은 것이 기쁘다. 발칙하고 똑똑하고 상쾌한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고맙고 뿌듯하고 또 기대가 된다. 우리들은 늙어가도 인생은 계속되고 다른 후배들이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삶을 꾸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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